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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들판 위 검은 날갯짓과 효를 그리며···
이삿짐을 싣고 광주를 벗어나 담양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1997년 초겨울이었다. 눈이 폭신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눈길을 뚫고 이삿짐이라고 해봐야 작은 트럭 한 대뿐 송강정 쌍교 건너 봉산들에 이르자 너른 들이 펼쳐지는데 들은 하얗다 못해 백지장이었다. 거기에서 까마귀 떼를 만난 것이다. 새까맣게 몰려있는 까마귀를 보면서 실로 오랜만이어서 옛 친구를 만난 것마냥 반가웠다. 트럭 운전사에게 부탁해 차를 세우게 하고 논으로 걸어 들어갔다. 먹이 활동을 하던 새들이 놀라 일어나는데 그 속에 묻힌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1963)처2026.01.07@ 김만선 -
조선 천재시인 백광홍의 사상과 문학 담았다
기봉 백광홍(1522∼1586)은 조선 기행가사 효시인 '관서별곡'으로 국문학사의 한획을 그었다.'관서별곡'이 알려진 것은 이수광(1563∼1628)이 '지봉유설'에서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그러나 이수광도 '관서별곡'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기봉의 '관서별곡'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본격 소개된 것은 이상보 교수가 지난 1963년 '국어국문학' 제26호에 '백광홍의 관서별곡 연구'라는 학술 논문을 발표하면서 물꼬를 텄다.이후 김동욱과 고경식, 정익섭 등 후배 학자들이 관련 논문을 잇따라 발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효시'로 공인됐2026.01.06@ 최민석 -
겨울 추위 감성으로 덥혀줄 日·佛 영화 만난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차가운 겨울 공기를 포근한 감성으로 채워줄 다채로운 영화들이 광주극장을 찾는다.1월 광주극장 상영작은 영화 '마이 선샤인', '리틀 아멜리', '굿 포 낫씽' 등이다. 일본과 프랑스 작품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들로 구성됐다.7일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는 영화는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마이 선샤인'이다. 홋카이도의 고요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아이스하키에는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소년 타쿠야가 빙판 위를 우아하게 누비는 소녀 사쿠라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시2026.01.06@ 최소원 -
지역 문인들 새해 굵직한 신작 출간 열기 '후끈'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잇따라 굵직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출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전국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은 자신의 삶을 돌아본 자전적 내용은 물론 현실 사회를 응시하거나 해결해야 할 과제를 파고든 작품도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새해 서점가를 풍요롭게 할 작가는 소설가 문순태, 채희윤, 정강철, 정미경씨와 시인 조성국, 강대선 씨 등이다.문순태 작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영산강 칸타타'(오래)를 이달 말께 선보일2026.01.05@ 최소원 -
묵음으로 쓴 방랑자의 연민과 그리움
시(詩)는 고뇌와 사색의 산물이다.그래서 시에는 시인의 사유와 흔적이 드러난다.손수진의 시집 속에는 부재하는 어떤 것들의 사색이 과하지 않게 그러나 환하게 견디고 버텼던 흔적으로 무늬를 놓는다.손수진 시인이 신작 시집 '천일을 걸어 당신이라는 섬에 닿았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자신만의 연민과 희망을 담은 시편들을 다수 수록했다.시인은 방랑자의 기질 또한 강해서 오늘은 소호에서 어제는 삿포로에서 다시 남해로 내일은 또 어떤 암자에 깊은 발자국을 새긴다. 그러나 그 깊은 연흔을 쉽게 타인에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부재,2026.01.04@ 최민석 -
영하권 추위에도 첫 주말 ACC는 '북적'
"2026년 첫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ACC를 방문했어요. 추운 날씨지만 전당 안은 새해 기운으로 가득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첫 주말인 3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새해의 활기찬 기운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영하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였지만 전당 내부의 열기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화적 소양을 쌓으며 희망찬 새해의 첫 단추를 끼웠다.가2026.01.03@ 최소원 -
[제38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 "아이들에게 '다정한 세상' 만나게 할 것"
당선 소감의 첫 문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쓰는 사람에게 처음 문장은 늘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당선 소감을 쓰는 날이 오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삶의 크고 작은 균열이 있을 때마다 쓰기를 중단했지만, 잠시 쉴 뿐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열어본 저의 노트북 '동화' 폴더에는 늘 주인공들이 먼저 저를 반깁니다. "아직 우리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작은 존재들의 목소리 덕분에 저는 다시 문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도시 공단의 작은 골목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하게 팬 길, 집집마다 서로 다2026.01.01@ 최소원 -
[제38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찔레꽃 피우는 계곡처럼 행복해져 시 쓸 것"
어머니에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은 가라앉는 배와 같아서 나도 같이 숨이 차올라 허우적거렸다. 이럴 때 방안은 해가 가득한 한낮에도 차고 어둡다. 붙잡고 견딜 것이 어디 있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심해처럼 가라앉을 때 당선 전화를 받았다. 구명보트 같은 전화를 붙들고 코로 입으로 물을 꺽꺽거리며 어머니와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그리고 함께 울었다.이른 봄 찔레순이 돋아나면 어린 나는 그것을 꺾어서 오독오독 씹어 먹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면 찔레 뿌리에 꽉 들러붙어 온전히 겨울을 견딘 것들이 내 아랫배에 묵직하게 자리 잡는 것이었2026.01.01@ 최소원 -
[제38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소감] "언어의 파편 길어올리는 두레박 될 것"
신기했습니다. 기쁨보다 먼저 놀라움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은 누군가가 '살아라, 더 살아 보아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삶의 무게를 핑계로 나이를 핑계로, 이제 그만 일상의 수레바퀴를 멈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허함을 어찌하지 못해 대상이 없는, 무(無)를 향한 이야기를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속삭임도 아니고 외침도 아닌 저만의 옹알이였을 뿐인데 심사위원님들께서 그 무음(無音)을 읽어주신 것 같아 큰 위안이 됩니다.이젠 사물도 사람도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기에 가능한2026.01.01@ 최소원 -
[제38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숙련된 문학적 수사 능력 돋보여"
'풀이 자라는 날씨'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의 투고자는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데다가 숙련되었다. 다른 분들이 보낸 몇몇 작품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삶의 진솔성과 문학적 수사의 운용 능력을 놓고도 오래 고민했다. 부족함이 덜한 작품을 뽑자고 결론 내렸다. '풀이 자라는 날씨'에 방점을 찍은 이유이다.이번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329명의 작품 1천281편이 투고되었다. 최종적으로 검토했던 작품은 '가담'외 2편, '농담을 배웠어요'외 2편, '물냉면'외 2편이었다. '물냉면'외 2편은 언어의 결을2026.01.01@ 최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