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기 산업의 미래, HVDC가 이끈다

입력 2025.11.06. 11:25 이윤주 기자
[한국 전력 기술 자립의 상징 ‘고창전력시험센터’]
765kV 초고압 송전 기술 자체 개발
철탑구조서 전선종류까지 기준 확립
끊임없는 실증 통해 세계화·상용화
조용히 대한민국 밝히는 거점 '우뚝'

"전력 송전 기술의 발전은 교류(AC)와 직류(DC)의 경쟁입니다.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는 76만5천V 초고압 송전 기술을 실증해서 상용화시킨 것이 가장 큰 결실입니다."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가 주최하고 무등일보가 주관한 '전력설비 이해를 통한 전력망 적기 건설 홍보 및 언론분야 직업탐색 일일 기자체험'에 참가한 대학생 기자단은 지난달 28일 고창전력시험센터를 찾아 우리나라 전력 송전 기술에 대해 취재했다. 이 날 기자단은 고창전력시험센터 전력연구원 소속 백남태 고창전력시험팀장의 안내로 전력 연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전기 손실 줄이는 초고압 직류 송전

백 차장은 "전기가 처음 가정에 들어오던 시절, 세상을 밝힌 것은 에디슨이 발명한 '직류(DC)'였다. 100V 남짓한 전압으로 전등을 켜던 시대, 그러나 불빛은 멀리 갈수록 어두워졌다"며 "전선의 저항 때문에 전압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DC 방식은 결국 '교류(AC)'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멀리 보낼 때는 전압을 높여 손실을 줄이고, 가까이에서는 다시 낮출 수 있었기 때문에 변압기로 전압을 쉽게 바꿀 수 있는 AC가 전력 공급의 대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지중(地下) 케이블을 통해 전력을 멀리 보내야 하는 환경에서는 AC가 불리했다. 케이블의 구조상 임피던스가 증가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말단까지 전력이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의 초고압 직류 송전(HVDC)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제주도에는 이미 HVDC가 3구간 설치되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전력 대란'이 낳은 765kV 승압 결정

1980년대 후반, 국내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345kV 송전선만으로는 급증하는 전력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전은 결국 765kV로 승압을 추진한다.

백 차장은 "전압을 높이면 같은 선로로 더 많은 전력을 보낼 수 있다"며 "765kV 2회선이면 345kV 5회선과 맞먹는 송전이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향상이 아닌 경제적 효율성 확보의 선택이었다. 당시 한전은 외국 기술에 의존했던 345kV 송전 시스템과 달리, 765kV 기술은 자체 개발로 확보하기로 결심한다.

◆고창, 한국전력 기술 '시험장'으로 선택

765kV 송전 실증 시험을 위한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한전은 대전 인근 서해안 지역을 탐색했고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전북 고창이 최종 낙점됐다.

백 차장은 "고창은 부지가 넓고, 당시 국방부 소유였지만 영광 원전 확장으로 인해 비행금지구역이 되면서 매각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은 현장을 직접 검토한 후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1989년 본사 승인을 거쳐 시험센터 설립이 본격화됐다. 이후 고창 전력시험센터에서는 실제 765kV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연구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철탑의 구조, 애자의 개수, 전선의 종류, 선 간 거리 등 송전설비 설계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준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데이터에서 기준으로, 기준에서 현실로"

고창 시험센터에서 얻은 실증 데이터는 단순한 연구 결과에 그치지 않았다. 한전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 기준을 확립하고, 전국 각지의 송전선 건설에 적용했다.

백 차장은 "765kV는 한국 전력 기술의 자립을 상징한다"며 "고창이 없었다면 지금의 송전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창은 오늘날 한국 전력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결국, 전력의 역사는 '전송의 효율'을 향한 끊임없는 실험이었다. 고창의 철탑 아래서 흐르는 전류는 기술의 진화와 자립의 상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대한민국을 밝히고 있다.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권도영·정다윤·허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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