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구 감소·기후위기 시대 '자동차 의존' 더이상 지속 불능
상권 살려면 '경험의 연속체' 필요…보행 경험 전략 중요

"파리나 런던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도시는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넓히고 자전거 도로망을 확충하면서 자동차를 억제하는 구역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노력은 자동차에 의존해서는 도시 공간이 결코 안전하고 매력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행·자전거 친화적 도로 환경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는 실존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광주를 비롯한 국내 도시 운영은 자동차 이용자를 중심으로 계획하고, 토지 이용계획을 결정하고, 가로환경을 조성하다 보니 실제로 보행자가 도시를 걸어갈 때 많은 위험과 불편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도로 환경이 '자동차 의존형' 공간구조를 고착화해 도시의 위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국내 도시의 전통적인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것 또한 자동차 중심 도로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도시 설계 차원에서 차별화된 상권을 조성하게 되는 핵심적인 가치는 보행자들에게 일련의 바람직한 경험이 연속되는, 즉 '경험의 연속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여러 장소를 엮어주는 데 있어 자동차의 한계는 분명하고, 결국 자동차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대규모 주차장을 갖춘 거대 쇼핑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큰 규모의 쇼핑몰 내에서는 보행을 통해 비교적 안전하고 쾌적한 연속적인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도심의 상권에서 더이상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대리 충족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달리 말해 처음부터 대중교통이나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보행환경이 가능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아름답고 안전하게 조성될 수 있고, 나아가 사라져가는 도심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그렇기에 도시가 보행이라는 활동을 통해 공간을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개별 장소와 가로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해야, 지역에서의 활동과 소비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 공간을 양적으로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을 위해 그늘이나 벤치, 분수와 같은 보행자 지원시설이 촘촘히 확보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보행 활동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보행활동이 가로에서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도록 하는 도시 설계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많은 지자체에서는 차 막히고 주차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안 온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말하면 이면도로에 불법주정차 가득하고, 메인도로는 차가 꽉 막히고, 보도는 좁고, 횡단보도가 없어서 한번 건너려면 멀리 돌아야 하는 그런 길은 전국 어딜 가나 많다"며 "실질적으로 보행자에게 불편과 위험성을 주는 자동차 접근성을 어느 수준으로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오 연구위원은 자동차 의존형 공간구조는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나아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위기로 인한 도시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구 감소와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보행자 친화적 도시를 조성해야 차별성과 고유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권 쇠퇴를 넘어 도시 자체의 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세 도입 등으로 과도한 자동차 의존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도 짚었다.
오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시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됨에 따라 더 많은 도시가 차량 억제를 통해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 공간을 확보하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간 건축물은 신속한 개선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가로 환경과 공공공간 두 축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많은 지자체는 시민들의 반대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변화를 미루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 인식의 전환"이라며 "가능한 곳부터 주차장 축소, 보행 전용 구역 확충, 자전거 네트워크 마련과 같은 지속가능한 정책을 시범 적용하고 그 파급효과를 시민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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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독점 도로와 헤어질 결심, 광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주요 도로 중앙에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로(道路)를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로 정의하고 있다. 보행이 기본이던 도로에는 차츰 자전거가 다녔고, 이후 자동차와 버스, 오토바이크를 거쳐 지금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와 전동 휠체어 등이 이동하고 있다. 도로는 많은 이동 수단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새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가 독점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차로(車路)를 넓히는 데 집중했고, 보행과 자전거 등은 좁은 길 하나로 내몰렸다. 그 길마저도 넘쳐나는 차들이 선을 넘어 점령하기 시작했다. 보행은 차와 자전거 모두에 위협받고 있고, 길이 없는 자전거는 위험과 눈치를 떠안았다. 광주는 자동차 빼고 모든 이동수단이 불편한 도시라는 오명이 있다. 이제는 자동차가 독점한 도로와 결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 과감한 정책적 결단, 적극적인 시민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메리디아나(Meridiana). 바르셀로나시가 차로 가운데 2~3차선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 모습이다. 바르셀로나시는 주요 도로를 이 같은 방식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차로 줄여 공원·자전거도로, 바르셀로나의 용기전 세계에서 도시경쟁력으로는 손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은 광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과 자동차, 자전거, 보행이 공존하는 대표적 도시다. 여느 도시처럼 자동차 도로를 확장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도로를 줄여 그 자리에 사람이 쉬고 걸을 수 있는 공원을, 자전거와 PM이 이동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다.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크게 슈퍼블록(Superilles)과 그린 액시스(Green Axes)라는 두 축이다. 슈퍼블록은 주거와 상업이 복합된 소규모 블록을 묶어 벤치와 나무가 놓인 공원을 조성한다. 그 안에서 자동차 통행을 최소화(차량 시속 10~20km 제한)하고 보행·자전거 중심의 이동을 우선한다. 즉, 통과 교통은 외곽 도로로 유도하고 내부는 보행과 체류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집과 가게 밖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휴식하고 이동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갔다. 취재진이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주민들은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져 활기가 돈다", "슈퍼블록으로 안전한 느낌을 받고, 녹지 공간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또 다른 한 축인 그린 액시스는 도시의 대동맥 격인 주요 차로를 줄이고 중앙부를 녹지·보행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메리디아나(Meridiana)의 경우 재편 전 왕복 8~10차로에 달하던 자동차 차로를 단계적으로 줄여 중앙부에 수십 미터 폭 규모의 녹지·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양옆에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배치했다. 자동차 이동은 보장하되 더 많은 사람이 도로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로, 자전거도로, 주차장 등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대신 일방향 도로를 통해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특히 바르셀로나는 최대한 자전거도로를 차로와 보도와 완전히 분리해 이동을 보장한다. 그 결과 자전거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와 같은 PM 이용이 크게 늘었고, 일상적 통근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교통사고 역시 감소 추세다. 시는 대로 재편 구간에서 보행자·자전거 사고가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평가했다.수치로 보면 더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약 7% 내외다. 광주의 경우 1~2%대에 머무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캠페인이 아닌, 도로 재편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다.바르셀로나에 거주 중인 한인 유학생 박세아(28) 씨는 "한국과 달리 바르셀로나는 인도가 넓어 처음에는 신기했다. 야외에 공원이 많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보니 도시가 살아 있는 느낌"이라며 "자전거도로 덕분에 자전거나 스쿠터, 킥보드가 타기 좋은 환경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바르셀로나가 도로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아 라이에타나의 경우 차로 축소로 인한 정체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시는 왕복 5차선을 3차선으로 줄이는 대신 보도 폭을 약 4m까지 넓히고, 버스·자전거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는 선택을 했다. 대신 왕복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도록 보완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엘 파벨론 델 클롯. 도로 한가운데를 시민이 휴식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고, 양쪽에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車 독점 구조 깰 '과감한 정책' 필요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광주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광주는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앞세운 '대자보'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동차가 도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과 상무광천선,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추진 등 대중교통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개선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구조를 깨고 '공존할 수 있는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광주의 도시 구조에 맞게 '차량 흐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와 바르셀로나의 도시 형성 과정이 달랐던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곤 하더라도 교통 흐름을 유지하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등을 확대하는 원칙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윤 센터장은 전남대학교가 위치한 북구 중흥동 일대 사례를 들어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사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바둑판형 도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흥동뿐만 아니라 광주에 이 같은 도로 구조를 가진 곳은 상당하다.윤 센터장은 "이런 지역은 사잇길을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량 흐름을 상당 부분 조정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도로를 피해 주택지를 통과하는 차량 흐름을 구간별로 막아두면 주택지 안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과 차량이 줄어들면 보행 안전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교통량 자체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넓은 도로가 필요 없어지게 때문에 최소한의 차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은 보행로나 자전거도로, 노상 주차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대로와 주거지 내부 도로를 구분해 기능을 재배치한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자동차는 외곽과 간선도로에서 이동하고, 주택지 내부는 보행과 생활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다. 윤 센터장은 "이 자체가 보행 환경 개선이자 주거 환경 개선"이라고 강조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 속에 자전거 이용자들이 중앙 전용도로를 따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하는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어정쩡 말고 확실하게 " 자전거도로 확충 시급하다결국 도로에서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으려면 각 기능에 맞게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해진 사실이다. 광주가 자동차 타기 편한 도시인 건 차로가 명확히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PM, 보행이 편리해지려면 전용 도로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중교통과 차가 섞이고, 자전거와 보행이 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이동의 편리성과 안전 모두 보장할 수 없다. 광주가 대·자·보를 아무리 표방해도 도로를 분리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힘든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 중이고 1단계는 2027년, 2단계는 2030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광주의 주요 대로 밑을 지나가기 때문에 통행량을 분산해준다. 대로들을 과감하게 줄여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윤 센터장은 "광주 제1순환로를 따라 2호선 공사가 진행되는데, 어차피 도로 구조를 손댄 구간"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말하듯 도시철도가 다니면 교통량이 줄어드는 만큼 이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다이어트와 자전거도로 확충을 동시에 가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2호선과 연계해 자전거와 PM 이용이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전거도로 확충과 같은 도로 재편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특히 윤 센터장은 전용도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광주에서 자전거·PM 이용은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 자전거 타기 너무 힘들다. 저도 무서워서 차로에서 못 타고 결국 인도로 올라가게 된다"며 "지금처럼 자전거가 인도로 올라가게 만드는 구조에서는 안전도, 이용도 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자전거도로를 보행과 차로에서 분리하고 그 위를 PM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실제로 많이 타는 구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그 구간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최대한 빨리 자전거도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자전거전용도로.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윤 센터장은 자전거 주차장 확대 필요성도 건의했다. 그는 "광주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자전거 주차장이 현저히 적다"며 "유스퀘어, 송정역 같은 주요 환승 거점에 자전거 주차장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 2호선 역사에는 처음부터 자전거 주차장을 계획해야 한다"며 "수원 복합환승센터에 가면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인프라가 이용을 좌우한다"고 말했다.대중교통에 대한 과감한 확충 또한 필요하다. 윤 센터장은 "도시철도 2호선은 구간이 길고 수요가 많아 2량(약 150명) 수송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버스를 확충하고 환승센터를 통해 BRT와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은 지하철이 2~3분에 한 대씩 오고, 버스도 10분 안에 다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시간에 맞추려 달릴 이유가 없다"며 "대자보를 활성화하려면 대중교통 총량 자체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강승희기자 wlog@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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