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환경이 곧 도시 경쟁력···자동차 중심으론 '도시 쇠퇴'

입력 2025.09.09. 11:18 이삼섭 기자
길 위의 공존: 자동차 지배를 넘어 ②이동권 재설계 필요성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구 감소·기후위기 시대 '자동차 의존' 더이상 지속 불능
상권 살려면 '경험의 연속체' 필요…보행 경험 전략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파리나 런던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도시는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넓히고 자전거 도로망을 확충하면서 자동차를 억제하는 구역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노력은 자동차에 의존해서는 도시 공간이 결코 안전하고 매력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행·자전거 친화적 도로 환경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는 실존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광주를 비롯한 국내 도시 운영은 자동차 이용자를 중심으로 계획하고, 토지 이용계획을 결정하고, 가로환경을 조성하다 보니 실제로 보행자가 도시를 걸어갈 때 많은 위험과 불편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도로 환경이 '자동차 의존형' 공간구조를 고착화해 도시의 위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국내 도시의 전통적인 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것 또한 자동차 중심 도로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오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도시 설계 차원에서 차별화된 상권을 조성하게 되는 핵심적인 가치는 보행자들에게 일련의 바람직한 경험이 연속되는, 즉 '경험의 연속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여러 장소를 엮어주는 데 있어 자동차의 한계는 분명하고, 결국 자동차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대규모 주차장을 갖춘 거대 쇼핑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큰 규모의 쇼핑몰 내에서는 보행을 통해 비교적 안전하고 쾌적한 연속적인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도심의 상권에서 더이상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대리 충족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달리 말해 처음부터 대중교통이나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보행환경이 가능케 된다면 도시 전체가 아름답고 안전하게 조성될 수 있고, 나아가 사라져가는 도심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그렇기에 도시가 보행이라는 활동을 통해 공간을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개별 장소와 가로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해야, 지역에서의 활동과 소비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보행 공간을 양적으로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을 위해 그늘이나 벤치, 분수와 같은 보행자 지원시설이 촘촘히 확보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보행 활동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보행활동이 가로에서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도록 하는 도시 설계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많은 지자체에서는 차 막히고 주차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안 온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말하면 이면도로에 불법주정차 가득하고, 메인도로는 차가 꽉 막히고, 보도는 좁고, 횡단보도가 없어서 한번 건너려면 멀리 돌아야 하는 그런 길은 전국 어딜 가나 많다"며 "실질적으로 보행자에게 불편과 위험성을 주는 자동차 접근성을 어느 수준으로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오 연구위원은 자동차 의존형 공간구조는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나아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위기로 인한 도시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구 감소와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보행자 친화적 도시를 조성해야 차별성과 고유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권 쇠퇴를 넘어 도시 자체의 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세 도입 등으로 과도한 자동차 의존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도 짚었다.

오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시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됨에 따라 더 많은 도시가 차량 억제를 통해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 공간을 확보하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간 건축물은 신속한 개선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가로 환경과 공공공간 두 축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많은 지자체는 시민들의 반대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변화를 미루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 인식의 전환"이라며 "가능한 곳부터 주차장 축소, 보행 전용 구역 확충, 자전거 네트워크 마련과 같은 지속가능한 정책을 시범 적용하고 그 파급효과를 시민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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