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닌다고?"···이토록 안전한 도시의 비결

입력 2026.01.16. 18:55 이삼섭 기자
길 위의 공존 - 자동차 지배를 넘어 ⑧ '자전거 천국' 암스테르담의 비결
이동 점유율 34%…자동차 보유 4명 중 한 명
'자동차 의존' 폐해 인식 후 과감한 정책 뒷받침
車보다 우선 인프라·교통규칙…시민들도 "편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심 속 전경. 자전거 전용도로와 신호에 따라 자전거와 소형 원동기가 원활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암스테르담 내 자전거 주차장. 여러대를 효율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 눈에 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34%대 2%.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광주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다. 시민들의 일상 이동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의 천국'으로 불린다. 반면 광주는 인구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도시다. 암스테르담이 인구 4명당 1대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암스테르담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이자, 유럽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꼽는 곳이다. 이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는 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자전거를 기본 이동수단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이용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아이를 둔 부모들도 잘 갖춰진 인프라 속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車 대신 자전거가 채운 도심

지난 10월 중순께. 취재진이 암스테르담의 심장인 센트럴역(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자전거 도시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람보다 많은 자전거였다. 역 광장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자전거 행렬 속에서 경적 소리나 자동차의 소음으로 익숙하던 도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통역사와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간 센트럴역 앞 자전거 전용 주차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족히 수만 대는 돼 보일 것 같은 자전거가 넓은 주차장을 위아래로 꽉 채운 모습이었다. 현지 거주민 크리스토퍼(30) 씨는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주로 역 주차장을 이용하고, 본인 또한 이곳에 주차한 뒤 멀리 떨어진 직장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어느 역 혹은 공공장소, 건물을 가도 자동차 주차장은 없어도 자전거 주차장은 충분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암스테르담 센트럴역 내 자전거 주차장.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주차장은 없어도 자전거 주차장은 있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 편의성이 높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역 주변으로 가자 자전거 도시의 비결이 드러났다. 단절 없이 넓게 확보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용 신호등을 통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 앞에 달린 유아용 좌석에 아이 둘을 앉히고 이동하는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였다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비난받을지도 모르는 행동이었다.

센트럴역에서 북쪽 지역으로 향하는 무료 페리에 오르자 또 다른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자전거가 페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었다. 페리 내부는 자전거로 자연스럽게 채워졌고 승객들은 자전거를 끌고 서거나 기대듯 배에 몸을 맡겼다. 주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골목이든 자전거로 가득 채워진 주차장이 있었다. 회전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 동선이 명확히 분리돼 있고, 우선권은 자전거에 있었다. 자전거가 접근하면 자동차는 멈췄다. 자동차가 우선인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일. 자전거가 일상인 암스테르담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암스테르담 지역 간 이동수단인 페리(Buiksloterweg Ferry)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탑승하는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이동 점유율 34%…도심은 70% 육박

암스테르담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이동 통계에서 자전거(34%)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도보(30%)와 자동차(21%), 대중교통(11%)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도심일수록 자전거 이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스테르담 도심권은 자전거 이동 비중이 62%에 달했다. 특히 센트룸(Centrum)의 경우 70%에 육박했다. 센트룸에서 자동차와 대중교통은 각각 16%, 14%에 불과했다. 도심과 거리가 먼 외곽지역의 경우에도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였다.

암스테르담에서는 택시·승용차·지하철보다 먼저 떠오르는 일상 이동수단이 자전거인 셈이다. 갈수록 자전거가 이동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말에는 4명 중 1건에 불과했다는 게 암스테르담시의 설명이다. 실제 2023년 평일 기준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이동은 63만 건인데, 이는 2021년 조사(55만9천 건)보다 늘었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와 암스테르담 지방정부의 '친환경' 정책 흐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만족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암스테르담시가 2023년 지역 자전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평균 7.3점(정성평가)을 줬다. 전기 자전거가 늘고 있다는 점도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전기 자전거 보유 가구 수는 2018년 2만9천800가구에서 2021년 5만7천가구로 늘었다. 이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반면에 자동차 보유율은 굉장히 낮은 수치다. 2023년 기준 암스테르담은 총 26만837대다. 2024년 기준 인구가 93만여 명(광역 인구 248만여 명)이라는 점에서 4명 중 한 명만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광주의 경우 현재 인구가 140만명인 데 반해 자동차 등록대수는 73만대로 2.1명당 한 대꼴로 소유하고 있다. 차이가 극명한 셈이다.

◆자동차 위주의 '폐해' 인식…인프라 확충 우선순위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이용이 높은 건 단순한 당위성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자동차 위주의 도로 정책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는 문제 의식과 더불어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한 수준 높은 인프라 설계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 자동차가 급증하며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Stop de Kindermoord)와 같은 시민운동이 확산된 시점도 이때다. 자전거에 우선한 도로 정책이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자동차 의존 정책이 시민의 이동권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암스테르담 센트럴역 앞에는 통상 자동차들이 다니는 것과 달리, 자전거가 달리는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그러면서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의 정치·행정적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암스테르담은 중심부 밀도가 높고 일상 이동거리가 짧은 편이라 자전거가 단순히 레저가 아닌 생활교통으로 작동하기 쉬운 환경 조건도 작용했다. 간척지로 이뤄진 평평한 국토 또한 유리한 요소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시민들이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호소만 하지 않았다. 과감하게 자동차 도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로 배분하기 시작했다. 차로는 없어도 자전거도로는 만드는 '우선주의'다. 네덜란드의 자전거도로 길이는 약 3만7천km 이상으로 전국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중 대부분 자전거도로(약 3만5천km)은 자동차와 보행로와 분리된 전용 도로다. 광주가 자전거도로 총 715.67km 중 570km 이상이 보행자와 함께 사용하는 겸용도로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암스테르담 주택가의 모습. 비교적 좁은 폭의 도로임에도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진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암스테르담은 모든 집에서 300m 이내에 자전거 전용도로 접근이 가능하고, 자전거도로의 단절 구간이 없다. 연석, 녹지, 높이 차, 완충 공간 등으로 명확히 구분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교차로에서도 '자전거 우선'이 기본값이다. 각 역마다 최대 수천 대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한인 송 모씨는 "이곳에서는 자전거도로가 정말 잘 돼 있어서 이동이 빠르고 편하다보니 출퇴근은 기본으로 자전거로 한다"며 "오히려 제 주변에서는 버스나 트램을 타는 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여긴 차도나 보행로가 작아 불편한데 자전거도로는 넓으니 편해서 타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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