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 블록 '만사나'로 묶어 관리…차도 줄여 보행·녹지 공간으로
2030년까지 503개 블록 완성하고 도로 3곳 중 1곳 '녹지축' 조성
교통정책 넘어 생활방식 변화…인도 늘자 사람들 체류시간 증가
상인들 "차량 못 들어와서 손해? 오히려 매출 늘었다" 긍정 반응
"차도 대신 인도를 넓히니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벤치는 휴식 공간이 되고, 자연스럽게 이웃 간 대화도 생깁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이샴플레 지구에서 타파스바를 운영 중인 알레한드로(Alejandro·38) 씨는 가게 앞 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르셀로나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슈퍼블록'(Superblock) 프로젝트에 따라 바뀐 거리다. 차량이 쉴새없이 지나며 쾌쾌한 매연을 뿜던 거리는 이제 보행자와 자전거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생활 공간으로 변했다. 넓은 도로가 보행로로, 공원으로 바뀌니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상점가가 살아났다.

주정차가 가능한 구역에서 식재료를 가져오는 정도의 불편은 "불편도 아니"라는 게 알레한드로 씨의 말이다. 차량으로 접근이 안 되니 손님이 불만을 품을 것이란 생각에도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알레한드로 씨는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손님들에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한다"며 "저와 제 직원들도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말했다.
알레한드로 씨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특정 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르셀로나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차도를 줄이거나 없애 보행·녹지공간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바로 슈퍼블록(Superilla Barcelona)이다. '길을 차에서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바르셀로나의 도시 전환 선언이다. 차량 중심으로 발전해온 전세계 도시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 바르셀로나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車 줄어든 자리에 보행·공원·쉼터
슈퍼블록은 바르셀로나시가 도로 공간을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추진해 온 도시 공간 혁신 모델이다. 격자형 도로망을 이루는 도시 구조 속에서 여러 블록을 하나의 생활 단위로 묶고, 블록 내부에는 통과 교통을 제한하는 대신 보행과 휴식을 우선하는 구조를 만든다. 9개의 블록(3x3)을 하나의 거대 단위(만사나·Manzana)로 묶어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포블레노우 지구에 처음으로 시범 도입됐다. 현재는 오르타, 산 안토니오, 에이샴플레 등으로 적용 지역이 넓어졌다. 바르셀로나시는 오는 2030년까지 503개 교차로를 슈퍼블록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도로 3개 중 1개를 보행자 중심의 '녹색축'(Green Axes)으로 전환한다. 모든 교차로에 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23㏊가량의 공공 공간을 되돌려줄 방침이다.
슈퍼블록의 일차적 목표는 '공간의 민주적 배분'이다. 그동안 자동차가 점유해온 도심 공간을 보행자와 주민의 휴식 공간으로 재분배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블록 내부에는 거주자와 물류 차량 등 필수 차량만 진입을 허용한다. 일반 차량은 블록 외곽 간선도로로 우회시키며 주행 속도는 시속 10~20km 이내로 제한해 안전을 확보했다.
슈퍼블록 프로젝트가 적용된 에이샴플레 지구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대기·소음 공해 수준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천지개벽이다. 이곳의 자동차 이동자는 전체 교통량의 20%에 불과했지만 도로 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녹지공간도 주민 1인당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슈퍼블록 프로젝트를 도입하면서 교통의 흐름이 재편됐다. 도로 3곳 중 1곳은 차량 통행을 금지해 차량이 직선으로 순환할 수 없는 녹지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1단계 사업을 통해 11만㎡ 규모 공간이 탈바꿈돼 보행자 공간이 5만8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녹지 1만1천㎡에 나무 400그루가 추가돼 여름철 평균 기온이 5도 낮아져 쾌적해졌고 교통량이 17% 감소했다. 현재는 총 33km의 가로와 21개의 광장을 포함한 21개의 녹지거리가 조성됐다.

◆되찾은 건강…상권 활성화에 함박웃음
차도가 사라진 자리에 조성된 풍성한 녹지는 도시를 쾌적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슈퍼블록의 녹색거리는 교통량 감소 조치가 시행되고 휴식 공간과 녹지가 풍부하게 조성돼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녹색 거리의 교차로에는 새로운 도시 광장이 생겨나고 있다. 녹색거리는 아스팔트를 걷어낸 자리에 가로수를 대거 심고 투수성 포장을 적용해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했다. 실제 바르셀로나시의 분석에 따르면, 슈퍼블록 조성 이후 해당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최대 25%까지 감소했다. 소음 수치 또한 현저히 낮아졌다. 이는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예반과 정신 건강 증진이라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졌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뚜렷했다. 보행 인구가 늘어나면서 길거리 상권은 오히려 활력을 되찾았다. 슈퍼블록 도입 초기에는 '차량 진입 제한'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상인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유럽 교통 기구와 바르셀로나시청이 조사한 결과, 슈퍼블록 조성 이후 해당 구역 내 상업 활동이 이전보다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중심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상점을 스쳐 지나가기 바빴으나, 보행로가 넓어지면서 시민들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며 소비로 연결된 영향이다.

◆주민·상인들 '엄지 척'…경제적 효과 ↑
취재진이 직접 에이샴플레 지구 곳곳에 있는 슈퍼블록 현장을 찾아보니 다른 구역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까딸루냐 광장에서 이어지는 녹색축을 따라 바르셀로나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슈퍼블록을 찾아가자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과거 차로였던 교차로는 '도심 속 공원'처럼 변모한 모습이다. 과거 차도가 흡수되면서 확 넓어진 인도는 보행자간 혼선을 줄이고 안정감을 줬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와 보행자,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는 시민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여유 있게 이동했다.

상가 1층에는 주로 편의점, 식당, 카페 등 소규모 상점들이 입점해있었는데 이들이 내놓은 테이블이 인도 가장자리를 장식했다.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거리의 활력을 더하기도 했다. 또 인도와 상점 입구가 연결된 만큼 발걸음을 멈추고 가게 안을 들여다보거나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어 상점 이용과 체류시간 증가로 이어졌다.
베이커리카페를 2년째 운영 중인 한 사장은 "더운 여름철에는 거리를 오다가 들어와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고, 빵을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있다"며 "가까운 녹지공간에 마련된 벤치는 시민과 직원들의 휴식공간이 돼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나무와 벤치로 가득한 교차로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중년 여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일부는 휴대폰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작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자동차 소음이 크지 않다 보니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쉬고 있던 한 중년 여성은 "파리에서 살다가 스페인에 온지 11년됐다. 스페인에 와서 대중교통이 잘 돼 있다고 생각했다. 배차 간격이 짧아서 차가 필요 없는 것"이라며 "녹지공간도 좋은 점 중에 하나다. 벤치가 모여있으니 쉬고 있다보면 말거는 주민이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가 된다.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순간이 늘었다"고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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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독점 도로와 헤어질 결심, 광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주요 도로 중앙에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로(道路)를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로 정의하고 있다. 보행이 기본이던 도로에는 차츰 자전거가 다녔고, 이후 자동차와 버스, 오토바이크를 거쳐 지금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와 전동 휠체어 등이 이동하고 있다. 도로는 많은 이동 수단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새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가 독점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차로(車路)를 넓히는 데 집중했고, 보행과 자전거 등은 좁은 길 하나로 내몰렸다. 그 길마저도 넘쳐나는 차들이 선을 넘어 점령하기 시작했다. 보행은 차와 자전거 모두에 위협받고 있고, 길이 없는 자전거는 위험과 눈치를 떠안았다. 광주는 자동차 빼고 모든 이동수단이 불편한 도시라는 오명이 있다. 이제는 자동차가 독점한 도로와 결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 과감한 정책적 결단, 적극적인 시민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메리디아나(Meridiana). 바르셀로나시가 차로 가운데 2~3차선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 모습이다. 바르셀로나시는 주요 도로를 이 같은 방식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차로 줄여 공원·자전거도로, 바르셀로나의 용기전 세계에서 도시경쟁력으로는 손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은 광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과 자동차, 자전거, 보행이 공존하는 대표적 도시다. 여느 도시처럼 자동차 도로를 확장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도로를 줄여 그 자리에 사람이 쉬고 걸을 수 있는 공원을, 자전거와 PM이 이동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다.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크게 슈퍼블록(Superilles)과 그린 액시스(Green Axes)라는 두 축이다. 슈퍼블록은 주거와 상업이 복합된 소규모 블록을 묶어 벤치와 나무가 놓인 공원을 조성한다. 그 안에서 자동차 통행을 최소화(차량 시속 10~20km 제한)하고 보행·자전거 중심의 이동을 우선한다. 즉, 통과 교통은 외곽 도로로 유도하고 내부는 보행과 체류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집과 가게 밖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휴식하고 이동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갔다. 취재진이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주민들은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져 활기가 돈다", "슈퍼블록으로 안전한 느낌을 받고, 녹지 공간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또 다른 한 축인 그린 액시스는 도시의 대동맥 격인 주요 차로를 줄이고 중앙부를 녹지·보행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메리디아나(Meridiana)의 경우 재편 전 왕복 8~10차로에 달하던 자동차 차로를 단계적으로 줄여 중앙부에 수십 미터 폭 규모의 녹지·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양옆에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배치했다. 자동차 이동은 보장하되 더 많은 사람이 도로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로, 자전거도로, 주차장 등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대신 일방향 도로를 통해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특히 바르셀로나는 최대한 자전거도로를 차로와 보도와 완전히 분리해 이동을 보장한다. 그 결과 자전거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와 같은 PM 이용이 크게 늘었고, 일상적 통근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교통사고 역시 감소 추세다. 시는 대로 재편 구간에서 보행자·자전거 사고가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평가했다.수치로 보면 더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약 7% 내외다. 광주의 경우 1~2%대에 머무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캠페인이 아닌, 도로 재편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다.바르셀로나에 거주 중인 한인 유학생 박세아(28) 씨는 "한국과 달리 바르셀로나는 인도가 넓어 처음에는 신기했다. 야외에 공원이 많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보니 도시가 살아 있는 느낌"이라며 "자전거도로 덕분에 자전거나 스쿠터, 킥보드가 타기 좋은 환경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바르셀로나가 도로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아 라이에타나의 경우 차로 축소로 인한 정체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시는 왕복 5차선을 3차선으로 줄이는 대신 보도 폭을 약 4m까지 넓히고, 버스·자전거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는 선택을 했다. 대신 왕복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도록 보완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엘 파벨론 델 클롯. 도로 한가운데를 시민이 휴식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고, 양쪽에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車 독점 구조 깰 '과감한 정책' 필요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광주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광주는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앞세운 '대자보'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동차가 도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과 상무광천선,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추진 등 대중교통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개선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구조를 깨고 '공존할 수 있는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광주의 도시 구조에 맞게 '차량 흐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와 바르셀로나의 도시 형성 과정이 달랐던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곤 하더라도 교통 흐름을 유지하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등을 확대하는 원칙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윤 센터장은 전남대학교가 위치한 북구 중흥동 일대 사례를 들어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사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바둑판형 도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흥동뿐만 아니라 광주에 이 같은 도로 구조를 가진 곳은 상당하다.윤 센터장은 "이런 지역은 사잇길을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량 흐름을 상당 부분 조정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도로를 피해 주택지를 통과하는 차량 흐름을 구간별로 막아두면 주택지 안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과 차량이 줄어들면 보행 안전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교통량 자체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넓은 도로가 필요 없어지게 때문에 최소한의 차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은 보행로나 자전거도로, 노상 주차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대로와 주거지 내부 도로를 구분해 기능을 재배치한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자동차는 외곽과 간선도로에서 이동하고, 주택지 내부는 보행과 생활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다. 윤 센터장은 "이 자체가 보행 환경 개선이자 주거 환경 개선"이라고 강조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 속에 자전거 이용자들이 중앙 전용도로를 따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하는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어정쩡 말고 확실하게 " 자전거도로 확충 시급하다결국 도로에서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으려면 각 기능에 맞게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해진 사실이다. 광주가 자동차 타기 편한 도시인 건 차로가 명확히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PM, 보행이 편리해지려면 전용 도로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중교통과 차가 섞이고, 자전거와 보행이 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이동의 편리성과 안전 모두 보장할 수 없다. 광주가 대·자·보를 아무리 표방해도 도로를 분리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힘든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 중이고 1단계는 2027년, 2단계는 2030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광주의 주요 대로 밑을 지나가기 때문에 통행량을 분산해준다. 대로들을 과감하게 줄여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윤 센터장은 "광주 제1순환로를 따라 2호선 공사가 진행되는데, 어차피 도로 구조를 손댄 구간"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말하듯 도시철도가 다니면 교통량이 줄어드는 만큼 이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다이어트와 자전거도로 확충을 동시에 가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2호선과 연계해 자전거와 PM 이용이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전거도로 확충과 같은 도로 재편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특히 윤 센터장은 전용도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광주에서 자전거·PM 이용은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 자전거 타기 너무 힘들다. 저도 무서워서 차로에서 못 타고 결국 인도로 올라가게 된다"며 "지금처럼 자전거가 인도로 올라가게 만드는 구조에서는 안전도, 이용도 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자전거도로를 보행과 차로에서 분리하고 그 위를 PM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실제로 많이 타는 구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그 구간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최대한 빨리 자전거도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자전거전용도로.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든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윤 센터장은 자전거 주차장 확대 필요성도 건의했다. 그는 "광주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자전거 주차장이 현저히 적다"며 "유스퀘어, 송정역 같은 주요 환승 거점에 자전거 주차장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 2호선 역사에는 처음부터 자전거 주차장을 계획해야 한다"며 "수원 복합환승센터에 가면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인프라가 이용을 좌우한다"고 말했다.대중교통에 대한 과감한 확충 또한 필요하다. 윤 센터장은 "도시철도 2호선은 구간이 길고 수요가 많아 2량(약 150명) 수송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버스를 확충하고 환승센터를 통해 BRT와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은 지하철이 2~3분에 한 대씩 오고, 버스도 10분 안에 다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시간에 맞추려 달릴 이유가 없다"며 "대자보를 활성화하려면 대중교통 총량 자체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강승희기자 wlog@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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