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독점한 도로 해체해 다양한 이동수단 '보장' 관건
일방로 과감히 추진해 자전거도로·주차장·보행로 확보
도시철도 2호선이 기회…대중교통 총량 두 배로 늘려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로(道路)를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로 정의하고 있다. 보행이 기본이던 도로에는 차츰 자전거가 다녔고, 이후 자동차와 버스, 오토바이크를 거쳐 지금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와 전동 휠체어 등이 이동하고 있다. 도로는 많은 이동 수단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나 어느새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가 독점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차로(車路)를 넓히는 데 집중했고, 보행과 자전거 등은 좁은 길 하나로 내몰렸다. 그 길마저도 넘쳐나는 차들이 선을 넘어 점령하기 시작했다. 보행은 차와 자전거 모두에 위협받고 있고, 길이 없는 자전거는 위험과 눈치를 떠안았다. 광주는 자동차 빼고 모든 이동수단이 불편한 도시라는 오명이 있다. 이제는 자동차가 독점한 도로와 결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설계, 과감한 정책적 결단, 적극적인 시민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차로 줄여 공원·자전거도로, 바르셀로나의 용기
전 세계에서 도시경쟁력으로는 손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은 광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바르셀로나는 대중교통과 자동차, 자전거, 보행이 공존하는 대표적 도시다. 여느 도시처럼 자동차 도로를 확장하며 성장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도로를 줄여 그 자리에 사람이 쉬고 걸을 수 있는 공원을, 자전거와 PM이 이동할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크게 슈퍼블록(Superilles)과 그린 액시스(Green Axes)라는 두 축이다. 슈퍼블록은 주거와 상업이 복합된 소규모 블록을 묶어 벤치와 나무가 놓인 공원을 조성한다. 그 안에서 자동차 통행을 최소화(차량 시속 10~20km 제한)하고 보행·자전거 중심의 이동을 우선한다. 즉, 통과 교통은 외곽 도로로 유도하고 내부는 보행과 체류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집과 가게 밖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휴식하고 이동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갔다. 취재진이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주민들은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져 활기가 돈다", "슈퍼블록으로 안전한 느낌을 받고, 녹지 공간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한 축인 그린 액시스는 도시의 대동맥 격인 주요 차로를 줄이고 중앙부를 녹지·보행 공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예컨대, 메리디아나(Meridiana)의 경우 재편 전 왕복 8~10차로에 달하던 자동차 차로를 단계적으로 줄여 중앙부에 수십 미터 폭 규모의 녹지·산책로를 만들었다. 그 양옆에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배치했다. 자동차 이동은 보장하되 더 많은 사람이 도로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최대한 자전거도로를 차로와 보도와 완전히 분리해 이동을 보장한다. 그 결과 자전거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와 같은 PM 이용이 크게 늘었고, 일상적 통근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교통사고 역시 감소 추세다. 시는 대로 재편 구간에서 보행자·자전거 사고가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평가했다.수치로 보면 더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약 7% 내외다. 광주의 경우 1~2%대에 머무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캠페인이 아닌, 도로 재편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다.
바르셀로나에 거주 중인 한인 유학생 박세아(28) 씨는 "한국과 달리 바르셀로나는 인도가 넓어 처음에는 신기했다. 야외에 공원이 많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보니 도시가 살아 있는 느낌"이라며 "자전거도로 덕분에 자전거나 스쿠터, 킥보드가 타기 좋은 환경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가 도로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아 라이에타나의 경우 차로 축소로 인한 정체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시는 왕복 5차선을 3차선으로 줄이는 대신 보도 폭을 약 4m까지 넓히고, 버스·자전거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는 선택을 했다. 대신 왕복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꿔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유지하도록 보완했다.

◆車 독점 구조 깰 '과감한 정책' 필요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은 광주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광주는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을 앞세운 '대자보'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동차가 도로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과 상무광천선,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추진 등 대중교통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개선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구조를 깨고 '공존할 수 있는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은 광주의 도시 구조에 맞게 '차량 흐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바르셀로나의 도로 재편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와 바르셀로나의 도시 형성 과정이 달랐던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곤 하더라도 교통 흐름을 유지하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등을 확대하는 원칙은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윤 센터장은 전남대학교가 위치한 북구 중흥동 일대 사례를 들어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사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돼 바둑판형 도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흥동뿐만 아니라 광주에 이 같은 도로 구조를 가진 곳은 상당하다.
윤 센터장은 "이런 지역은 사잇길을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량 흐름을 상당 부분 조정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도로를 피해 주택지를 통과하는 차량 흐름을 구간별로 막아두면 주택지 안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차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과 차량이 줄어들면 보행 안전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교통량 자체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넓은 도로가 필요 없어지게 때문에 최소한의 차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은 보행로나 자전거도로, 노상 주차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대로와 주거지 내부 도로를 구분해 기능을 재배치한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자동차는 외곽과 간선도로에서 이동하고, 주택지 내부는 보행과 생활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다. 윤 센터장은 "이 자체가 보행 환경 개선이자 주거 환경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어정쩡 말고 확실하게 " 자전거도로 확충 시급하다
결국 도로에서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으려면 각 기능에 맞게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해진 사실이다. 광주가 자동차 타기 편한 도시인 건 차로가 명확히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PM, 보행이 편리해지려면 전용 도로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중교통과 차가 섞이고, 자전거와 보행이 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이동의 편리성과 안전 모두 보장할 수 없다. 광주가 대·자·보를 아무리 표방해도 도로를 분리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힘든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광주는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 중이고 1단계는 2027년, 2단계는 2030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 2호선이 광주의 주요 대로 밑을 지나가기 때문에 통행량을 분산해준다. 대로들을 과감하게 줄여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센터장은 "광주 제1순환로를 따라 2호선 공사가 진행되는데, 어차피 도로 구조를 손댄 구간"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말하듯 도시철도가 다니면 교통량이 줄어드는 만큼 이 구간을 중심으로 도로 다이어트와 자전거도로 확충을 동시에 가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2호선과 연계해 자전거와 PM 이용이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전거도로 확충과 같은 도로 재편을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특히 윤 센터장은 전용도로가 거의 없다시피 한 광주에서 자전거·PM 이용은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 자전거 타기 너무 힘들다. 저도 무서워서 차로에서 못 타고 결국 인도로 올라가게 된다"며 "지금처럼 자전거가 인도로 올라가게 만드는 구조에서는 안전도, 이용도 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자전거도로를 보행과 차로에서 분리하고 그 위를 PM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실제로 많이 타는 구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그 구간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최대한 빨리 자전거도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센터장은 자전거 주차장 확대 필요성도 건의했다. 그는 "광주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자전거 주차장이 현저히 적다"며 "유스퀘어, 송정역 같은 주요 환승 거점에 자전거 주차장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 2호선 역사에는 처음부터 자전거 주차장을 계획해야 한다"며 "수원 복합환승센터에 가면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있는데,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인프라가 이용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에 대한 과감한 확충 또한 필요하다. 윤 센터장은 "도시철도 2호선은 구간이 길고 수요가 많아 2량(약 150명) 수송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주요 간선버스를 확충하고 환승센터를 통해 BRT와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런던은 지하철이 2~3분에 한 대씩 오고, 버스도 10분 안에 다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시간에 맞추려 달릴 이유가 없다"며 "대자보를 활성화하려면 대중교통 총량 자체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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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닌다고?"···이토록 안전한 도시의 비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심 속 전경. 자전거 전용도로와 신호에 따라 자전거와 소형 원동기가 원활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암스테르담 내 자전거 주차장. 여러대를 효율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 눈에 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34%대 2%.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광주의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다. 시민들의 일상 이동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의 천국'으로 불린다. 반면 광주는 인구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도시다. 암스테르담이 인구 4명당 1대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암스테르담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이자, 유럽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꼽는 곳이다. 이 같은 경쟁력 있는 도시는 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자전거를 기본 이동수단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이용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아이를 둔 부모들도 잘 갖춰진 인프라 속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車 대신 자전거가 채운 도심지난 10월 중순께. 취재진이 암스테르담의 심장인 센트럴역(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자전거 도시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람보다 많은 자전거였다. 역 광장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자전거 행렬 속에서 경적 소리나 자동차의 소음으로 익숙하던 도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통역사와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간 센트럴역 앞 자전거 전용 주차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족히 수만 대는 돼 보일 것 같은 자전거가 넓은 주차장을 위아래로 꽉 채운 모습이었다. 현지 거주민 크리스토퍼(30) 씨는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주로 역 주차장을 이용하고, 본인 또한 이곳에 주차한 뒤 멀리 떨어진 직장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어느 역 혹은 공공장소, 건물을 가도 자동차 주차장은 없어도 자전거 주차장은 충분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암스테르담 센트럴역 내 자전거 주차장.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주차장은 없어도 자전거 주차장은 있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 편의성이 높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역 주변으로 가자 자전거 도시의 비결이 드러났다. 단절 없이 넓게 확보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용 신호등을 통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 앞에 달린 유아용 좌석에 아이 둘을 앉히고 이동하는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였다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비난받을지도 모르는 행동이었다.센트럴역에서 북쪽 지역으로 향하는 무료 페리에 오르자 또 다른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자전거가 페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었다. 페리 내부는 자전거로 자연스럽게 채워졌고 승객들은 자전거를 끌고 서거나 기대듯 배에 몸을 맡겼다. 주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골목이든 자전거로 가득 채워진 주차장이 있었다. 회전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 동선이 명확히 분리돼 있고, 우선권은 자전거에 있었다. 자전거가 접근하면 자동차는 멈췄다. 자동차가 우선인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일. 자전거가 일상인 암스테르담을 실감한 순간이었다.암스테르담 지역 간 이동수단인 페리(Buiksloterweg Ferry)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탑승하는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동 점유율 34%…도심은 70% 육박암스테르담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이동 통계에서 자전거(34%)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도보(30%)와 자동차(21%), 대중교통(11%)을 주로 이용했다. 특히 도심일수록 자전거 이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스테르담 도심권은 자전거 이동 비중이 62%에 달했다. 특히 센트룸(Centrum)의 경우 70%에 육박했다. 센트룸에서 자동차와 대중교통은 각각 16%, 14%에 불과했다. 도심과 거리가 먼 외곽지역의 경우에도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였다.암스테르담에서는 택시·승용차·지하철보다 먼저 떠오르는 일상 이동수단이 자전거인 셈이다. 갈수록 자전거가 이동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말에는 4명 중 1건에 불과했다는 게 암스테르담시의 설명이다. 실제 2023년 평일 기준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이동은 63만 건인데, 이는 2021년 조사(55만9천 건)보다 늘었다.이는 네덜란드 정부와 암스테르담 지방정부의 '친환경' 정책 흐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만족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암스테르담시가 2023년 지역 자전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평균 7.3점(정성평가)을 줬다. 전기 자전거가 늘고 있다는 점도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전기 자전거 보유 가구 수는 2018년 2만9천800가구에서 2021년 5만7천가구로 늘었다. 이 수치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반면에 자동차 보유율은 굉장히 낮은 수치다. 2023년 기준 암스테르담은 총 26만837대다. 2024년 기준 인구가 93만여 명(광역 인구 248만여 명)이라는 점에서 4명 중 한 명만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광주의 경우 현재 인구가 140만명인 데 반해 자동차 등록대수는 73만대로 2.1명당 한 대꼴로 소유하고 있다. 차이가 극명한 셈이다.◆자동차 위주의 '폐해' 인식…인프라 확충 우선순위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이용이 높은 건 단순한 당위성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자동차 위주의 도로 정책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는 문제 의식과 더불어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한 수준 높은 인프라 설계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 자동차가 급증하며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Stop de Kindermoord)와 같은 시민운동이 확산된 시점도 이때다. 자전거에 우선한 도로 정책이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자동차 의존 정책이 시민의 이동권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암스테르담 센트럴역 앞에는 통상 자동차들이 다니는 것과 달리, 자전거가 달리는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그러면서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의 정치·행정적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암스테르담은 중심부 밀도가 높고 일상 이동거리가 짧은 편이라 자전거가 단순히 레저가 아닌 생활교통으로 작동하기 쉬운 환경 조건도 작용했다. 간척지로 이뤄진 평평한 국토 또한 유리한 요소였다.네덜란드 정부는 시민들이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호소만 하지 않았다. 과감하게 자동차 도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로 배분하기 시작했다. 차로는 없어도 자전거도로는 만드는 '우선주의'다. 네덜란드의 자전거도로 길이는 약 3만7천km 이상으로 전국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중 대부분 자전거도로(약 3만5천km)은 자동차와 보행로와 분리된 전용 도로다. 광주가 자전거도로 총 715.67km 중 570km 이상이 보행자와 함께 사용하는 겸용도로라는 점과 대조적이다.암스테르담 주택가의 모습. 비교적 좁은 폭의 도로임에도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진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암스테르담은 모든 집에서 300m 이내에 자전거 전용도로 접근이 가능하고, 자전거도로의 단절 구간이 없다. 연석, 녹지, 높이 차, 완충 공간 등으로 명확히 구분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교차로에서도 '자전거 우선'이 기본값이다. 각 역마다 최대 수천 대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을 만들었다.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한인 송 모씨는 "이곳에서는 자전거도로가 정말 잘 돼 있어서 이동이 빠르고 편하다보니 출퇴근은 기본으로 자전거로 한다"며 "오히려 제 주변에서는 버스나 트램을 타는 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여긴 차도나 보행로가 작아 불편한데 자전거도로는 넓으니 편해서 타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강승희기자 wlog@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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