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로 위 민주주의는 어떤가요?

입력 2025.08.20. 13:35 이삼섭 기자
길 위의 공존: 자동차 지배를 넘어 ①프롤로그
도로 공간 대부분 '차로'…타 이동수단 불편·위험
보행 비롯한 버스·자전거·PM 이동권 위협 일상화
전환의 시기 도래…차가 독식한 공간 '재편' 필요
광주 동구 전자의거리 일대. 인도에 불법주차된 차들로 보행 위험과 불편이 지속되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 많은 곳에서 차들은 인도를 점령하고 있지만 행정 당국에서는 이를 방치하는 게 현실이다.

광주는 '자동차 타기 편한 도시'로 불린다.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광주에 등록된 자동차는 72만9천594대다. 인구가 140만명이라는 점에서 두 명 중 한명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대 수(65만8천897)보다도 많은 차가 등록돼 있다는 사실은 광주가 그야말로 '자동차의 도시'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소유만 많은 게 아니다. 출퇴근이나 단순 이동마저도 자동차로 이뤄진다. 2023년 기준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을 보면 승용차가 49.4%로 절반을 차지한다. 버스는 28.1%, 도시철도는 3.6%, 자전거·PM(Personal Mobility)을 포함한 기타 이동수단은 고작 6.4%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 타기가 '매우' 편하다는 말은 자동차가 아닌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불편함'으로 다가간다는 걸 의미한다. 공간과 비용은 한정돼 있다. 광주는 자동차 이용이 편하도록 공간을 대거 할당했고 그에 따른 예산도 뒤따랐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자전거와 보행, 대중교통이 이용할 공간이 늘진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 내 도로는 2천494㎞, 면적은 3천461만3천614㎡다. 자동차 1천대당 3.4㎞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에 반해 지난해 기준 광주 자전거도로는 669.4㎞로 20년 가까이 늘지 않았다. 이마저 겸용이 526.59㎞로 보행로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전용도로는 123.57㎞, 우선도로는 11.1㎞다. 차로에 대부분의 공간을 쓰면서 좁아질 대로 좁아진 보행로에 자전거도로까지 만들었으니 자전거와 보행 충돌이 불가피하다.

자전거는 차로 갓길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다수의 자동차 앞에서 사고 위험과 더불어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그러면서 해마다 자전거 사고가 100여건 안팎인 가운데 지난해는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에는 광주에서 각각 7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자전거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이유다.

결국 자전거에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자전거와 자전거 도로를 함께 쓰는 PM 등은 자동차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공공자전거 타랑께 활성화를 막은 것도 결국 근본적으로는 이동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도 다르지 않다. 자동차 통행 확보를 위한 버스전용도로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버스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 결과 2006년 1억5천552만여명에 이르던 광주 버스 승객은 2023년 1억241만명으로 줄었다. 버스 이용객이 줄자 덩달아 버스 업체들의 적자가 쌓이고, 준공영제에 따라 세금을 쏟아붓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광주 북구 전남대 상대 뒷편 상권의 도로 모습. 차로와 보행로, 주차구역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자동차가 점령한 도시는 보행로마저도 안전하지 않다. 불법주차로 보행로는 끊겼고, 시민들은 매 순간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결국 '자동차 타기 편하다'는 말은 이동 권력의 불균형을 가리킨 표현이다. 자동차가 도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서 좁디좁은 보도에 몰려 걷는 시민들, 위험을 안고 달리는 자전거와 PM, 불편한 대중교통 이용객의 이동권은 부차적 문제로 밀려난다.

지금 광주 도로 위 주인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다. 자동차 또한 시민이 이용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그 편의에 집중해 다른 이동수단의 권리까지 빼앗아선 안 된다. 민주주의란 특정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도로 위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

이는 '자동차 배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수단을 배제하는 방법은 반발과 함께 지속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불편이 되지 않도록 배제가 아닌 공존의 설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동수단이 도로 위에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이 된다. 이미 경쟁력 있는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보행과 자전거·PM,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해 쾌적한 환경과 매력 있는 상권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하는 모습을 인공지능(AI)로 구현한 모습.

'자동차 타기 편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이동하기 좋은 도시'로 바꿀 전환의 시기가 왔다. 2027년 광주 도시철도2호선 1단계 개통을 시작으로 2030년이 넘으면 광주 전역에 대한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진다. 광주 도심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BRT(간선급행체계)도 수년 내 완성된다. '도로 위 민주주의'를 현실화할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에 무등일보는 '길 위의 공존: 자동차 지배를 넘어' 기획을 연재한다. 자동차에 편중된 도로를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 서울과 세종 등 국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혁신 사례까지 폭넓게 살필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이동수단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기획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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