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 ‘日 기업 자산 매각 반대’
시민모임 “굴종외교 멈춰야” 반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상처가 수십년 째 아물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가 양국의 외교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실상 자국민의 배상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덕민 신임 주일대사가 최근 일제 강제동원 전범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다 외교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반쪽짜리 민관협의회'를 강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9일 외교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3차 민관협의회를 열어 피해자 배상문제의 해법을 논의했다.
민관협의회는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 대신 판결 금액을 지불하고 추후 일본 측에 이를 청구하는 '대위변제안', 양국에서 모은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기금설립안'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와 피해자 소송대리인 측은 외교부가 최근 대법원에 이번 사안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했다며 지난 3일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외교부가 강행하는 민관협의회는'반쪽짜리'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향후 추가 회의가 열리더라도 피해자들의 불참 의지가 강한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특히 윤 대사의 일본 기업 자산매각 반대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면 양국이 극심한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대법원이 진행하고 있는 특별현금화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금화가 이뤄지면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사이에 수십·수백조에 달하는 사업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피해자 개인의 존엄 회복과 상처 치유도 무시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측에서 현금화 절차를 늦추겠다는 의견이 명확히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주한 일본대사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를 하는 자가 국민 혈세를 받고 일하는 주일 한국대사라니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윤 대사의 발언을 소개하며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 국민과 기업이 천문학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은 보복이 무서우니 법원 판결에 따른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마저 포기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이 한국 사법부 결정을 4년 동안 헌신짝 취급하는 것은 곧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의 이런 안하무인 태도를 지적해야 할 일이지, 어떻게 일본의 보복을 미리 상정하고 지레 주눅 들어 꼬리부터 내리자는 이런 해괴망측한 주장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윤 대사)의 해괴 망측한 발언을 보면, 그 뿌리에 일본 앞에서 스스로 몸을 낮추는 굴종주의가 스스로 내재화되어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광복 77년인 이날까지 어떤 고통과 눈물 속에 살아왔는지 그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에 재를 뿌리는 것을 넘어, 국민들한테도 굴욕감을 안긴 윤 주일 한국대사를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정부와 주일대사는 일본의 보복이 무섭다는 이유로 법원 판결에 따른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마저 포기하자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사업 기회를 위해 피해자들의 권리마저 묵살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굴욕감을 안긴 윤덕민 대사를 해임하고 기만적인 행보를 멈춰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부는 피해자 배상을 사실상 방해하는 의견을 내고 있고 주일대사는 일본정부와 가해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의 존엄을 경제논리로 짓밟은 윤 대사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존엄과 사법주권을 부정하는 '굴종 외교'를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4월부터 미쓰비시 측이 소유한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액으로 사용하는 현금화 명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이 통상적인 절차로 진행될 시 최종 판결은 내달 중 나올 전망이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올여름,평년보다 덥고 예년보다 강한 비···24시간 농업재해 대응 [서울=뉴시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4일 경북 고령군 용소저수지를 방문해 저수지 관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4.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이달 하순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정부는 여름철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시작했다.17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여름철 재해에 대비해 수리시설, 원예, 축산, 방역, 산사태 예방 등 분야별 취약시설과 지역을 대상으로 사전점검을 완료했다.농식품부는 올해 여름철 농업재해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24시간 재해에 대비한다. 재난대응 기관과 공조체계를 갖추고 응급한 피해복구를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국방부와 농협 등은 복구 인력을 지원하고, 농촌진흥청과 지방자치단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지도를 이어간다. 피해 농가에 대한 재해 복구비와 보험금도 신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작년에는 특히 한반도 내륙을 휩쓸고 간 태풍 카눈으로 과수농가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폭염으로 채소들이 말라 죽기도 했다.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7~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이 많을 것으로 관측했다. 폭염일수는 최근 10년간 14일인데, 폭염 발생일이 빨라지는 추세다.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도 높아 예년보다 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021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수공원에서 관계자들이 태풍 북상을 앞두고 사과나무에 세워진 지주대 결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21.08.23.이렇다 보니 폭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부터 폭염으로 인한 병충해 예방 등 다방면의 예방과 점검이 실시됐다.특히 최근 3년간 여름철 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던 과수원과 시설하우스 약 7만6000곳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거기다 최근 피해가 발생했던 노후 축산시설 등 1만6000곳을 찾아 축대를 점검하고, 장비 결박, 주변 배수로 등을 파악했다.장마철 집중호우 기간 가축 전염병과 과수화상병이 하천이나 토사를 통해 농장으로 유입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방역도 정비했다. 가축 매몰지 62곳과 과수화상병 매몰지 479곳의 토사 상태와 배수로, 주변 표지판 등을 살폈다.수리시설은 노후 저수지 518곳, 전체 배수장 1366곳와 상습 침수지역의 배수로 4100㎞의 시설상태 등을 점검했다.산사태 취약 지역 2만8400곳의 시설물 상태와 1만5000여곳의 사방시설물, 침식 여부와 배수 상태, 주민대피로 등 비상체계를 살폈다.한편 전국의 농촌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배수 개선사업을 통해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체계를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풍수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 인근 저수지의 역할이 중요하다.[세종=뉴시스]지난해 7월 호우로 발생한 수리시설 피해 현장의 모습. 좌측부터 저수지 월류 위험, 배수장 침수 전경, 용배수로 파손, 배수장 내부 침수.(사진=농어촌공사 제공)농어촌공사는 전국의 용수공급이 가능한 논의 70%인 45만8000㏊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농경지의 침수와 더불어 가옥,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농어촌공사는 배수로 설계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특히 시설하우스와 논콩 생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잦은 침수피해를 겪은 252지구에서 다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전환하고, 벼 이외에 작물을 재배하는 지역은 강우 처리 능력을 상향한다. 기존 20년 빈도의 강우인 시간당 85㎜에서 30년 빈도 강우에 해당하는 시간당 95㎜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수로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과거 농촌용수 공급에 초점을 맞춰 현재는 노후화된 시설들에 여름철 재난·재해 대응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수리시설 개보수 예산을 전년 대비 약 950억원 증액된 7500여억원을 확보했다.더 나아가 적기에 적량의 물공급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물관리체계도 내년까지 추진해나간다. 농업용수관리자동화(TM/TC) 사업으로, 재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김태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마가 오기 전에 저수지 점검 수리를 철저히 하고, 경보 발령 체계를 신속히 실시해야 한다"며 "아울러 재해 대응 방침은 표준화된 메뉴얼이 있어서 경보를 전파했을 때, 농가분들이 잘 따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적인 보수와 함께 농가분들이 지시에 따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뉴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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