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2030, 젠더·세대 갈등
온라인 혐오·교육 부재가 극단적 대립 부추겨
“갈라치기 정치로 표심 얻으려는 정치권 문제”
2030 “서로 적 아닌 동료라는 인식 갈등 해법”

"정치가 젠더 갈등을 '민감한 문제'가 아니라 '편 갈라 표 얻는 전략'으로 이용한 결과다. 남성은 기회의 불균형, 여성은 안전과 차별 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이걸 '너네 vs 우리'로 몰아가면서 갈등만 증폭됐죠. 우리 세대는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있는데, 그걸 연결하지 못하고 정치는 계속 갈라치기만 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진우 개혁신당 광주동남을 당협위원장의 말이다. 최근 선거 결과 2030 남성은 국민의힘,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대해 광주의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봤다.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청우씨는 "정치인들의 갈라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면서 "각 정치 집단마다 특정 성별을 위한 자세를 취하니 자연스레 당의 투표율이 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대 정외과 이가빈씨는 " 2030 남성은 병역 문제나 공정성, 경쟁 중심의 사회 문제에, 여성은 성평등·복지·안전 문제 등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이 같은 측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탄핵 심판 당시 '찬탄'과 '반탄' 집회 등 격화된 진영 대립과 폭력적인 의사 표현들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다. 박진우 개혁신당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은 "언론이 사안을 단순화해 갈등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가빈씨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극적인 말이 쉽게 퍼지고,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무등일보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전남지역 청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다음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최근 2030 남성과 여성이 다른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황혜연=2030 남성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고, 여성가족부 폐지가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남성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협으로 느끼며 전통적 남성성을 고수하려 한다. 삶에 희망이 없으니 파괴적 선택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반면 여성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 민주당을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신동호=남성과 여성은 각기 민감하게 느끼는 이슈가 다르다. 남성은 군대와 안보 문제로 국민의힘에, 여성은 차별 이슈로 민주당에 끌린다. 남성은 극우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박진우=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표 얻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했다고 본다. 남성은 기회의 불균형, 여성은 안전과 차별 문제에 민감하지만, 정치는 이를 연결하지 않고 대립만 키웠다. 결국 세대 내부의 상처는 외면되고 정치적 분열만 심화됐다.
▲정평호=국민의힘은 2030 남성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민주당은 성평등과 복지를 내세워 2030 여성의 감정을 공감했다. 이런 감정 기반 접근이 성별 투표 성향을 가르게 했다.
▲박준원=남성은 병역 경험 등을 통해 보수 성향에 익숙해지고, 여성은 보수정당과 접점이 적다. 미디어가 성별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강조해 여론을 양분했다. 탄핵 국면에서도 성별 구도가 강조되며 표심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찬탄', '반탄' 집회가 각각 열렸는데, 집회에 참여했다면 그 이유는.
▲정평호=탄핵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뿐이었고 직장에서는 다들 힘들다는 말들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집회에 참석해 탄핵 인용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박진우=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참여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이 말하던 공통점은 하나였다. "이건 민주주의의 마지막 선이다" 찬탄이든 반탄이든, 단순히 진영 논리가 아니라, 내가 사는 나라가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단순히 '찍고 끝'이 아니라, 행동하고 목소리 내는 게 정치 참여의 방식이 되고 있다.
▲이가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참여했다면 탄핵 찬성 쪽에 갔을 것이다. 비상계엄 조치는 국민의 자유를 무시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대통령이라도 헌법을 지키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시민들이 나라를 바꾸는 모습이 멋졌다.

▲김상영=집회에 참여하지 않았고, 극단적인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려 노력했다. 학우들과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됐고 집회 참여보다 토론이 훨씬 유익했다고 느꼈다.
-찬탄 집회에는 2030 여성이, 반탄 집회에는 2030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생각은.
▲황혜연=성비 보도는 갈등을 조장해 조회수를 노린 의도가 있어 보인다. 2030 여성은 강남역 사건 등으로 정치화됐고,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 논의도 활발했다. 성비 문제는 사회가 젠더 갈등을 방치한 결과다.
▲박진우=언론은 젠더 갈등 프레임으로 사안을 단순화하고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실제로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각자의 판단으로 행동했다. 언론의 단순한 구도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누가 진짜로 갈라치기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가빈=남녀가 정치에 대해 다른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성별로 정치적 성향을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개인의 정치적 판단은 교육, 경험, 가치관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형성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대립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박준원=언론이 의도적으로 여론을 양분하고 있다고 본다. 집회 성비 보도는 정확한 근거 없이 인상에 의존한 보도로 신뢰하기 어렵다.
▲김청우=나라 전체의 전망이 암울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그런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만약 사실이라면 나라 전체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찬탄·반탄 폭력 집회' 등 진영 간 대립이 격해지며 과격한 방식의 의사 표현 방식이 늘고 있는데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은.

▲황혜연=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과격한 표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했던 말을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인터넷 혐오 문화를 근절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답답하다.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며, 현실은 TV 예능만 봐도 미래가 어둡다.
▲박준원=교육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며, 순수학문 말살과 인간 교육의 부재를 우려한다. 대학에서조차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 양산이 심각한 문제다. 중등교육은 입시 위주로, 고등교육은 취업 준비에 치중하면서 인간 교육이 소홀해졌다. 인간 만드는 교육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회에 폭력과 야만이 드러날 것이다.
▲박진우=정치가 타협이 아닌 승패 구도로 작동하며, 미디어가 자극적인 내용만 소비한다. 이 때문에 대화가 단절되고 과격한 행동이 반복된다. 해결책은 정치가 '말이 통하는 공간'이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시민들도 서로 적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가빈=사회가 진영으로 나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부족해졌다. 인터넷과 SNS에서 자극적 발언이 퍼지고 상대 존중이 사라지는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분위기는 현실 집회에서 감정적 과격 행동으로 이어진다. 교육과 사회 전반에서 올바른 의사 표현과 언어 사용 교육이 강화돼야 하며, 정부와 언론도 중립적 역할을 해야 한다.
▲김청우=편협한 정치 의식과 가짜뉴스, 렉카 유튜버들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들은 설득력 없는 주장을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퍼뜨린다. 그런 콘텐츠를 접하면 사람들이 더욱 정파적으로 갇힐 위험이 크다.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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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부터 5·18까지···광장에서 재현된 시민 저항의 역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가결되자 국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12·3 비상계엄은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이 시민들의 내면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회와 광장으로 향했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기억'이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5·18의 기억이 작동한 것"이라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지키려 했던 국가, 그리고 2024년 12월 시민들이 다시금 지켜낸 민주주의는 결국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우리 사회에 내재된 역사적 기억이 위기의 순간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는 "4·19, 5·18, 6월 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12·3까지 이어지는 시민 저항의 계보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 같은 연속적 시민 항쟁의 역사 덕분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문에 담긴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에 대해 김 교수는 "그들 또한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역사적 교훈 앞에 스스로를 절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그는 현재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언어를 대통령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이에 동조하는 담론이 형성됐다는 사실은 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동시에 파시즘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모순 속에 있다"고 말했다.문제의 해법으로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교육 체계의 줄 세우기, 등수 경쟁, 승자 독식 구조는 학생들에게 '지배와 복종'의 논리를 삶의 질서로 내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이며, 일상에서 민주적 사고와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은 단순한 법적 문서를 넘어, 사회가 공유하는 기억과 가치를 담는 상징이며, 5·18은 그 정신적 근간에 놓인 사건이라는 배경에서다.김 교수는 "학교와 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적 감수성을 기르고 확산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시민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연대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후기 파시즘의 시대, 경쟁 아닌 민주교육 전환해야"
- · "5·18과 12·3, 국가훼손 맞서 시민들이 국가 지킨 것"
- · "5·18이 없었다면, 12.3 비상계엄 때 무슨일이..."
- · 2030 세대의 갈라진 표심, 정치는 왜 갈등만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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