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질화된 완도군 금당도, 공사와 새마을운동 영향 자갈 투성이
섬에서 나고 자란 어민들 “과거 수확량 비해 70%~80% 줄어
전남 어촌계 2천67곳…어가 및 어가인구 전국 38%로 최다

전남 서남해안 갯벌에서 진흙에서 모래로 변하는 사질화(沙質化)가 확산하면서, 해안 습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지역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갯벌 생태계가 급변하면서다. 대규모 공사 때 해류와 갯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전라남도 완도군 금당도를 찾았다. 모래로 변해가는 갯벌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장흥군 노력항에서 남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향했다. 장흥∼고흥 사이에 위치한 금당도는 피문어·톳과 같은 풍부한 수산자원으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평일-금당도(가학항 인근) 갯벌'의 척박한 현실이 드러나는 등 일대 갯벌은 병들어가고 있었다. 자갈이 밀집한 장소마다 진흙 썩은내가 풍겼고, 낙지·키조개·꼬막이 가득하던 벌판과 갯골에는 고둥과 바지락 껍데기가 흩어져 있었다.
어민들은 망연자실했다. 금당도에서 평생 살아온 김영관(69) 갯벌섬정보화마을 대표는 "예전에는 청정해역에서 자라던 잘피(바다에 서식하는 속씨식물)가 도처에 살던, 말 그대로 갯벌 자원의 천국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갯벌 자원이 예전의 20~30%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과거 갯벌은 해수탱크 뒤쪽에 부드러운 모래, 앞쪽에 진흙이 깔려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회상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섬 내 인프라 건설과 도로 포장, 담 쌓기 등에 갯벌에 있던 모래를 무분별하게 끌어다썼던 것이 지금의 사질화를 유발한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여 년 전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에서 어패류를 방류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며 "자갈 위에 생물을 풀어 죽게 했으니 헛발질만 한 셈"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진행된 사질화는 생계에도 영향을 준다. 그는 마을에서 '갯벌 체험'도 운영하지만 사질화가 진행된 뒤부터 모객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자갈밭이 넓게 깔려 배를 타고 찾아온 체험객들에게 '이곳이 갯벌'이라 소개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금당도 갯벌은 더 이상 생태계의 보고가 아니라 자갈밭에 불과하다"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엔 한달에 한번씩 갯벌 체험을 했지만, 이제는 1년에 서너번도 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갯벌생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곳 갯벌에는 갯지렁이류(실타래·버들·얼굴)를 비롯해 옆새우류, 방게·무늬발게, 갈색새알조개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았다. 그러나 2021년에는 댕가리(고둥), 풀게, 띠조개 등이 새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고둥밭'으로 바뀐 상태다.
해수부 해양환경정보지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5년 가학항 인근 갯벌의 퇴적환경 입도는 자갈(25.10%), 모래(55.10%), 실트(11.10%), 점토(8.70%)였고 수분함량도 25.90%에 달할 만큼 촉촉한 갯벌이었다. 반면 2021년에는 자갈 비율이 39.10%로 크게 늘었으며 수분함량은 21.91%까지 줄면서 한층 척박해졌다. 실트(7.0%), 점토(8.5%) 함량 역시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모래갯벌과 진흙갯벌이 10~30여 년을 주기로 순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순환 영역과 소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데다, 이 과정에서 생물종이 사멸하거나 어획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에겐 기다릴 여력이 없다.
이날 금당도 가학선착장까지 1.5km가량 이동하며 살펴본 주변 해안도 상황은 비슷했다.

김 대표는 관덕 방조제와 신상리 방면, 우산도와 연결된 돌의도를 가리키며 "20여 년 전 방파제를 만들면서 소회도 인근 해류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여파가 금당도까지 이어졌다"며 "해상 개발이나 시공을 할 때는 영향 범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 어민들의 삶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돌의도와 신상리를 잇는 관덕 방조제(정남진 방조제) 인근 소회도라는 섬 또한 눈에 들어왔다. 방조제가 들어선 뒤 이 일대에는 자갈과 모래가 쌓이며 육계사주(육지와 가까운 섬이 모래·자갈 퇴적물로 연결된 지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영향 평가를 주문했다. 이창일 해양환경생물연구소장은 "자연의 회복 능력을 넘어서는 난개발은 어민들에게 즉각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서남해안 사질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생물종이 사멸해가는 지역을 발굴·조사하고, 면밀한 환경영향평가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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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장기 폐쇄···광주·전남 여행업계, "지금 제일 힘들다"
6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광역시관광협회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0개월은 곧 재개항된다는 희망 하나만 보고 살았어요. 조금만 버티면 무안공항이 열리겠지 싶어서 힘들어도 버텼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답하네요."광주에서 28년째 여행사를 운영해온 강모 대표는 "지금이 제일 힘들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 이후 1년 가까이, 호남 유일의 국제선 공항이 멈춰서면서 지역 여행업계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재개항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역 여행사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타지역 공항을 전전하는 '방랑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강 대표는 "겨울방학이나 명절이면 성수기라 예전 같으면 상담 10건 중 8~9건은 성사됐는데, 지금은 10건 들어와도 1건 될까 말까"라며 "부산이나 인천, 청주로 우회해서 가려다 요금이 부담돼 포기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무안공항이 멈추면서 지역 여행사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한 달 순수익이 1천만 원 이상이었지만, 참사 이후 10개월 동안 단순 계산만으로 1억 원 넘는 손실을 봤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 2명을 모두 떠나보냈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항공기를 빌려오는 랜드사의 피해는 더 크다. 랜드사들은 무안에서 출발하는 베트남·중국 노선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 189석 안팎의 전세기를 한 편당 왕복 약 1억 원에 빌려온다. 좌석이 다 차면 이익이 남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그 금액이 그대로 손해로 돌아간다. 지역 랜드사 한 대표는 "참사 이후 취소된 편에 대한 수억 원대 대금을 항공사로부터 돌려받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빚을 내서 여행사들에 환불금을 지급하고 하루하루 버텼다"고 말했다.소규모 여행사들은 랜드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손님에게 다시 돌려주느라 초반 몇 달간 '매출 0원'을 견뎌야 했다. 지역 소규모 여행사 대표인 홍모 씨는 "처음에는 '재개항 된다 만다' 말이 많았어도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며 버텼다"며 "코로나 때 받은 대출도 아직 못 갚았는데, 매출은 이전의 ⅓ 수준이라 이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홍 대표는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제 살겠다' 싶었는데, 제주항공 참사로 모든 기대가 꺾였다"며 "아들딸이 어느 날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생활비를 쥐여주는데,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졌지만 거절할 수 없어 더 슬펐다.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한 지 벌써 수개월째다. 다른 대표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다. 무안공항 폐쇄가 길어지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 학원비와 생활비를 맞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고 호소했다.통계만 보면 상황은 '회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대비 2025년 1·2분기 광주·전남·무안 지역 여행업 등록 수는 소폭 늘었다.선석현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은 "단순한 등록 통계일 뿐이다. 코로나 때 휴업·폐업했던 곳들이 다시 등록만 해둔 경우가 많고, 여행업으로 신고만 해두고 실제로는 다른 업을 하는 곳도 많다. 여행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초기자본금(유입금) 기준이 5천만 원으로 낮아진 것도 '통계 착시'를 키웠다"며 "실질적으로 여행업을 운영 중인 업체는 적을 것이다. 실제로 무안공항 참사 이후 협회에 신규 등록하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광주시한국관광협회는 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촉구했다. 협회는 "광주 지역 연간 여행 매출 규모가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무안공항 장기 폐쇄와 참사 여파로 이 가운데 2천억 원가량이 사라졌다"며 "광주·전남 여행업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쓰러지기 전에,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와 지역 여행사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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