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긴급진단] 가시적 지표만큼 해안습지의 '질적 변화'에도 초점을

입력 2025.09.26. 10:09 최류빈 기자
서남해 갯벌이 사라진다<하> 전문가 제언
‘밑빠진 독에 진흙, 모래 붓기’ 방식 지양
‘문화자원’으로 접근 관광지 활용도 방법
생물종 추이 관찰 필요…모니터링 필요성
지난 8일 찾은 완도군 금당도의 갯벌. 과거 진흙이 많았던 이곳은 사질화가 진행되면서 자갈과 모래로 가득찼다. 해수 흐름마저 변한 탓에 갯골에 물이 고여 썩어가는 모습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서남해안 갯벌이 사질화(沙質化·모래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전문가들은 갯벌의 침식·퇴적 같은 양적 변화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생태 개념까지 아우르는 질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질화 위험이 큰 갯벌 일대에는 방풍림을 조성해 해풍을 차단하고 해류 변화를 억제하거나, 염생식물을 심어 토양과 입질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간에 생태환경 복원이 쉽지 않다면 변화하는 갯벌에 따라 어업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는가 하면, 모래갯벌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신현출 전남대학교 수산해양대학 해양융합과학과 교수(해양저서생태학, 갯벌생태학 전공)

◇사질화 위험도 알리는 경고 시스템 필요

해양저서생태학 및 갯벌생태학을 전공한 신현출 전남대 수산해양대학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사질화 문제를 해결할 단초는 연간 5천㎡ 모래가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운대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매번 모래를 채워 넣더라도 근본 대책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모래 붓기'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일찍이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라진 것을 단순히 메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네덜란드·미국 등 해외 선진 사례나 국내 미발굴 사질화 정점을 조사하고, 잠재적 위험 갯벌의 변화상을 분석해 체계적인 종합 대책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예로 '가뭄정보포털'이 특정 지역의 가뭄 위험도를 사전에 알려주듯 사질화 진행 상황을 미리 인지할 수 있는 '갯벌 사질화 위험도 안내 포털(가칭)' 구축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사질화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저반공사, 해안선 변화 진행 시 면밀히 감시할 필요성도 부각된다"며 "이 같은 인공적 변이가 해류의 변화를 야기하면서 인간의 힘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변화'를 초래하기에, 장기적으로 생태계 전체를 내다보면서 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은옥 전남연구원 농수해양연구실 책임연구위원

◇해수부 연안정비사업 참고해 생명 풍부한 '진흙 갯벌'로…

만일 갯벌을 갈아 엎거나 입질에 변화를 줬음에도 회복이 더디다면 사질화 갯벌을 '문화 자원'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은옥 전남연구원 농수해양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자갈이나 모래를 포인트로 살린 여수 몽돌해수욕장처럼, 연안 해양관광지로 탈바꿈시켜 죽은 갯벌에 생명(사람)을 불어넣는 게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사질화가 연안 침식·퇴적 문제와 맞물린 만큼 관련 사업에 대한 대안들이 참조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해수부 '연안정비사업'의 침식 해결대책을 준용해 모래화 갯벌에 친수공원을 조성하거나 해안산책로 및 데크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사질화를 가속시키는 원인이 서해안과 남해안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지역별 맞춤 솔루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연안정비사업 결과를 준용하면 서해안에서는 주로 포락(토사의 무너짐)이나 해수범람, 남해안에서는 표사 이동이 관측된다"며 "서해안에서는 조차가 심해 포락이나 호안세굴(제방 무너짐), 비사(모래 날아감) 형태의 침식이 사질화에 영향을 주고, 남해안은 고파랑과 태풍 영향을 받아 유사 이동과 퇴적·침식이 가속되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연안정비사업은 파랑을 저감하는 수중방파제 설치, 표사이동을 제어하는 돌제(제방 형태의 구조물), 지반을 고정하는 호안(옹벽)이나 양빈(완충구역)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생태계 전체를 내다보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수 국립생태원 생태변화연구팀장(모래 퇴적물 및 염습지 연구자)

◇거시적 관점에서 '방풍림' 조성하면 해류에 긍정 영향

3년여 전 함평만 갯벌에서 '모래 퇴적물로 인한 염습지 식물의 공간적 변이' 연구를 진행했던 박정수 국립생태원 생태변화연구팀장도 생각을 보탰다. 박 팀장은 직접 2016년과 2022년 함평만 갯벌의 식생 면적을 비교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갯벌 사질화를 판단하는 지표로 입질과 육안관측 등도 있겠지만, 사질화 지표가 될 수 있는 생물종 추이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당시 함평만 갯벌이 염습지에서 점차 일반 육상습지(사질화 지대)로 변하는 과정에서 절대염생식물(고염도 특화식물)인 해홍나물군락이 74% 감소한 데 비해, 임의염생식물인 갯잔디군락은 75% 증가하는 등 뚜렷한 변화가 관측됐다"며 "갯벌에 담수가 유입되고 퇴적이 가속되면 염도가 낮아진다. 이는 고염도에서 살아가는 식물은 줄고, 모래밭에서도 살 수 있는 환경 적응력이 넓은 식물이 늘어난 사례"라고 했다.

그는 "이처럼 생물종 분포를 사질화 지표와 연결시켜 안전망을 구축하고 모니터링하면 침식·퇴적-사질화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팀장은 뿌리가 모래를 잡아줘 유사 이탈을 막고, 뿌리 주변에 유기물이 축적되면서 광합성으로 탄소까지 흡수·저장하는 갯벌 생물의 식재를 강조했다. 다만 그는 "사질화 지대가 넓은 데 비해 식물들의 크기가 작아 지역 전체의 변화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박 팀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방풍림 조성'이다. 해류와 갯벌이 연결되어 있듯이, 대기와 해류 또한 이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질화가 우려되는 지역 일대에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을 만들면 그 자체로도 자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영향도 저감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경회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갯벌 저서환경 개선기술 연구자)

◇"'갯질경이'나 '칠면초' 등 염생식물 심어 사질화 개선 가능"

갯벌 저서환경 개선기술을 연구 중인 김경회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 또한 "SOC급 대규모 공사가 갯벌 사질화와 연관성이 클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며 "일단 모래화된 갯벌을 원상 복구하기란 인간의 힘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갯벌 복원에도 여러 정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 생산성을 높이는 정화 작업, 해수욕장이 될 수 있는 공간 조성 모두 넓은 의미에서 '복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모든 지표를 동시에 충족하면서 갯벌을 되살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하나라도 목표를 정해 복원하는 것이 그나마 효과를 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블루카본을 흡수하는 식물을 배치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묘안으로 꼽힌다. 가령 갯질경이나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을 심으면 장기적으로 척박했던 모래 갯벌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며 "실제로 30여 년 전 진흙으로 가득했던 낙동강 인근 지대(명지)에서도 최근에야 사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완전히 같은 맥락은 아니라도 참고해볼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진흙·모래 갯벌마다 서식하는 생물종이 다르기에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인간이 적응하는 편이 가장 빠르다. 변해버린 갯벌 환경을 받아들이고 어민들이 정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자원조성연구소 팀장

◇사질화 갯벌의 마지막 호흡기 저서생물들…"어민들 자발적으로 남획 줄여야"

송지훈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자원조성연구소 팀장은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갯벌 사질화 문제는 다각적인 분석이 수반되어야 하다"며 "예전처럼 갯벌에서 풍부한 수산자원이 나오지 않는 데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작은 개체까지 싹쓸이하는 남획이 이어지면서 갯벌이 점점 척박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수산자원 증가를 위해 물론 일정 해역이나 갯벌에 종자를 방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질화가 심한 모래나 자갈 위에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자갈·모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단계의 사질화 갯벌은 생명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 팀장은 어업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어민들이 낙지 등 진흙을 솎아주는 어린 저서생물을 함부로 포획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며 "해양 당국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소일거리식 물질이나 미신고 어업이 늘 존재하기에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생명들이 더 많이 살아남는다면 갯벌은 유기물을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다. 사질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막기 어렵더라도 그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갯벌은 단순히 어업 자원 창고를 넘어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완충지대"라며 "작은 저서생물 하나하나가 해양 먹이사슬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들의 보존 여부가 장기적으로 갯벌을 포괄하는 '연근해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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