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자연 회복력이 더욱 중요···'삼인동 숲'이 산 증인"

입력 2025.09.07. 19:51 조덕진 기자
[주필이 만난 사람] 응용생태 조경학 선구자 오구균
조경가이자 응용생태연구자인 오구균 전 호남대 교수는 '삼인동숲'을 통해 가꾸지 않는 자연숲을 재현하고 있다. 어린 나무를 심고 관리는 최소한으로 하면서 숲이 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양광삼기자

[주필이 만난 사람] 

조경가와 정원가는 공간을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생태적 안전망을 설계하는 책임자

행정은 정원을 짓는 주체가 아니라

정원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조력자여야

자연의 힘은 인간 계획을 넘어선다

계획해서 정성들인 나무는 죽고

날아와 움튼 나무가 살아 남는다

자연의 회복력·자율성에 주목해야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회복할 조건을 마련하는 조율자일뿐


기후 위기에 따른 산불과 산사태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산림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생태 조사와 복원 연구를 이끌어온 1세대 조경학자이자 자연 숲인 '삼인동숲'을 가꾸고 있는 오구균 전 호남대 교수를 만나 지속 가능한 방안 등을 들어본다.

-기후 위기로 산불과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전근대적인 산림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리나라 산림은 대규모 조림으로 회복됐다. 문제는 소나무와 일본 잎갈나무 등 단일 수종 위주의 인공조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소나무는 휘발성 송진이 많아 산불에 취약하고, 뿌리가 적어 토양 고정력이 약하다. 소나무 위주 산림은 화재와 산사태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경제림 조성에 치우쳐 숲의 다양성과 구조적 건강성이 약하다. 숲은 질과 구조가 중요하다. 낙엽 활엽수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혼효림, 불에 강한 수종으로 구성된 내화 수림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오 전 교수는 묘목으로 심은 나무가 불과 7-8년만에 울창한 숲을 형성한다며 조경 할때 다 자란 큰 나무를 심는 풍토가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산불이나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산불은 산림수종에 크게 영향받는다. 산사태는 뿌리 구조와 직결된다. 뿌리가 얕은 침엽수보다 깊고 넓게 뻗는 활엽수가 토양 고정에 유리하다. 불에 강한 활엽수를 경계에 심어 '내화 수림대(耐火 樹林帶)'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잡초와 풀도 토양을 보호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기능을 살려 관리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민둥산이던 시절의 임업정책이 여전히 고수되고 있고, 또 임업직 위주의 산림청 인적 구성이 시대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오 전 교수아 나무의 생존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여름에 나뭇잎이 말라가는것은 뜨거운 테양에 살아남기 위해 나무가 나뭇잎을 떨거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자연숲 '삼인동숲'을 동안 가꾸고 계시는데.

▲삼인동숲은 단순한 개인 정원이 아니라 생태 숲 조성의 실험장이라 할 수 있다. 논밭을 숲으로 조성하는 과정에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천연 숲 구조에 맞춰 다양한 묘목을 심었더니 자연스러운 숲이 돼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이 스스로 풀과 덩굴, 잡목들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삼인동숲'은 가꾸지 않은 자연숲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린나무를 심고 숲이 돼가는 것을 지켜보고, 관리는 최소한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기르는 나무가 죽고, 예상치 못한 나무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삼인동숲은 숲이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건이 마련되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공간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조경에 다 자란 큰 나무를 옮겨 심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없는 현상으로 잘못된 것이다. 지금 우거진 삼인동숲의 나무들은 모두 어린나무가 자라 만들어진 것이다.

울릉도에서만 살아남은 너도밤나무 어린 묘목들이 오 전 교수의 손길아래 담양에서 터를 잡아가고 있다. 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울릉도에서만 살아남은 너도밤나무 숲을 재현하시는데 이채롭다.

▲삼인도숲에 너도밤나무 숲을 재현하고 싶다.

울릉도에서 씨앗으로 자라난 묘목 300여그루를 가져와 키우고 있는데 20여년 동안 적응 과정에서 겨우 30~40여그루가 살아남았다. 너도밤나무가 이곳 담양에서 생존해 가는 과정은 자연의 또 하나의 가르침이다. 이를테면 잎이 말라 죽는 것은 나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잎을 버리는 적극적 행동이다. 기후위기에도 필요한 활엽수림으로 실험하고 있는데 마침 지난 2023년 너도밤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다양한 식물 화석을 품고 있는 포항 금광동층 신생대 화석산지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학술적 가치도 높아 국가유산청이 이를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고, 포항시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서 살아난 너도밤나무들로 살아있는 화석 숲을 조성해서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이다.

-정원이 하나의 대중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대중이 자연과 연결을 갈망하고, 기후 위기 속에서 정원은 개인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태적 대응 방식이 됐으나 현재 정원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아쉬움이 많다. 대부분 공간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원이라기보다 상업적 조경 시설이나 대형 리조트에 가깝다. 뭉뚱그려 정원이라고 하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

전통적으로 정원은 주인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 취향을 담아낸 사적 공간을 말한다. 이를테면 소쇄원은 자연과 교감하며 자기 성찰을 실천하는 장소다. 오늘날 정원 대부분은 취향이나 문화가 제거된, 식물을 가꾸는 식물원에 가깝다.

정원(식물원) 붐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적 전환의 징후이며, 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관건이다. 오늘날 정원도 취향과 미학을 넘어 생태적 순환과 공동체적 돌봄을 담아야 한다.

담양군 수북면 오정리 일대 논과 밭이었던 들판이 오구균 전 호남대 교수의 손길아래 거대한 숲, '삼인동숲'으로 변했다. 사진은 드론 항공촬영 모습.

-그럼에도 순천만 국가정원은 대중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이름과 달리 본질적으로는 박람회장이나 리조트 조경 시설에 가깝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경관을 조성하는 방식은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시민이 돌보고 가꾸는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전시된 식물들도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정원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어떤 대안들이 가능한가.

▲국가 주도의 대형 식물원이나 테마관광지보다는 시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생활 정원 네트워크를 키워야 한다. 마을과 학교, 공원 속 작은 정원들을 연결하는 등 도시 생태계 그린 인프라로 만들고, 자생종 식물 보급과 교육 등 장기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원을 만들어선 안 된다. 시민이 자율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생활 속 정원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한다. 그럴때라야 정원은 소비 대상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정원을 간략히 정의한다면.

▲정원은 인간과 자연을 응축적으로 드러내는 예술작품이다. 정원을 돌보는 일은 자연과 공존하려는 인간의 표현이다. 정원은 철학적 공간이며,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생명의 순환 속에 자신을 놓는 태도를 길러준다. 기후위기 시대 정원은 더욱 절실한 삶의 태도다.

조경가와 정원가는 공간을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생태적 안전망을 설계하는 책임자다. 시민은 소비자가 아니라 회복의 주체이다.

오구균 전 호남대 교수와 조덕진 주필이 대담을 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국립공원 관리와 복원의 핵심은.

▲국립공원은 단순히 풍경을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생태계 보존의 핵심공간이다.

국립공원의 관리 원칙은 공원의 자생종을 보전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최소 관리하는데 있다. 관리의 핵심은 관광이 아니라 생태계 보존이어야 한다. 외래 식물은 국립공원의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존재다.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국립공원 생태 조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조경학을 응용생태학으로 확장하셨다.

▲국립공원 현장을 다니며 식생과 생태계를 조사한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에 중국단풍이 심겨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외래종이 들어오면서 생태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심각한 문제였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응용생태연구회를 결성했고, 연구자들이 자비로 국립공원 생태계를 조사했다. 이같은 연구가 쌓여 한국환경생태학회로 발전했다. 공공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학문적 양심과 실천이 학회를 성장시킨 경험은 조경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생태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실천적 학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장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을 들려준다면.

▲가장 큰 성찰은 생태계와 형성과정을 고려해 조경 계획과 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획해서 정성들여 기른 나무는 죽고, 바람에 날아온 씨앗이 움터 자란 나무가 살아남는 것을 보면 자연의 자율성과 위대함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훼손된 습지가 시간이 지나며 새와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모습 등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회복할 조건을 마련하는 조율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자연의 자율성과 회복력, 자연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산림이나 정원정책 등에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오구균교수는"

자연 숲 '삼인동숲' 가꾸는 생태 조경가

담양군 수북면 오정리 일대 논과 밭이었던 들판이 오구균 전 호남대 교수의 손길아래 거대한 숲, '삼인동숲'으로 변했다. 사진은 드론 항공촬영 모습.

오규군 전 호남대학교 교수는 한국 조경학 1세대로, 조경과 생태복원 분야의 선구적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서울대 조경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호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적 토대를 세우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에 심어진 중국 단풍 사례를 계기로 자생종 보전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동료들과 응용생태연구회를 결성해 국립공원의 생태를 장기간 조사했다. 이는 훗날 한국환경생태학회로 발전하여 국내 최대 환경생태 학술단체로 자리 잡았다.

그는 연구실 안에 머물지 않고,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포럼 등 시민사회 활동에도 참여해 환경 보전과 정의를 위해 앞장섰다.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전남 담양군 수북면 오정리 약 2만여 평 규모의 논과 밭을 직접 숲으로 가꾸고 있는 '삼인동숲'은 그의 생태 조경철학을 상징한다. 그는 이곳에서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너도밤나무를키우면서 참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를 심고, 풀과 잡초도 함께 커가도록 해 자연의 자율적 회복을 실험, 자연회복력을 구현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경과 생태복원', '숲은 스스로 자란다' 등이 있으며, 그는 기후위기 시대 조경의 사명을 "생태적 안전망을 설계하는 일"로 규정한다. 오구균 교수는 학자이자 활동가, 그리고 숲을 가꾼 실천가로서 한국 조경계와 생태 담론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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