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삼겹살 1인분 1만5천여원…10년새 49.16%↑
여름철 채소 수급 불안 등 '부르는 게 값' 운영 부담

돼지 갈비 부근에 붙은 뱃살 부위인 삼겹살은 서민들의 대표음식이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1980∼90년대엔 '삼겹살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였다.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로 자리잡은 것도 이 무렵이다. 안도현 시인의 단 두 줄짜리 시 '퇴근길'(1997년)은 상징적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이젠 낯선 음식이 됐다.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1인분에 2만원 시대가 된 것이다. "삼겹살 먹자"는 말 한마디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2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1만5천911원으로 1년새(2024년 2월, 1만5천289원) 4.06%가 올랐다. 광주 평균인 만큼, 일부 유명 식당에선 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10년 전, 1만667원(2015년 2월)에 비해 50%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지난 5일 오후 6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 '고향회관'. 고깃집이다보니 쌈채소와 마늘, 김치·양파절임·콩나물무침, 작은 뚝배기에 담긴 오리탕 등이 기본 상차림으로 나오는 곳이다. 10여개 남짓한 테이블을 절반 가량 채운 손님들은 노릇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쌈에 싸먹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손님들은 밀려들었지만, 식당 주인인 송화섭(64)씨 표정은 어두웠다. 치솟는 고깃값과 재룟값 탓이다. 이 곳에선 삼겹살 1인분이 180g이다. 주 고객인 학생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낄 거 같아 2023년 6월부터 그램 수를 조정한 뒤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2020∼2021년(200g) 1만2천원, 2022년(200g) 1만3천원 등으로 가격은 우상향했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극한호우 땐 2만∼3만원하던 고추 한 박스가 10배 가량 뛰었다. 그는 "고깃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채소값 마저 인상돼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한 때 고추 한 박스가 16만원에서 2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주 고객층이 학생들인 대학가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산 삼겹살 납품 단가도 뛰었다. 지난해 2월 1kg당 1만2천원에서 이달 초 1만9천원(58%)까지 치솟은 것이다. 5년 전 단가는 7천~9천원 수준이었다.
여름철에는 문을 닫고 싶다고 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채소 수급이 불안정 해져서다. 이상기후 영향 탓이다. 송 사장은 "상추는 한 박스에 7만~8만원으로 오르고, 2만∼3만원 하던 양파는 한 망에 3만~4만원으로 뛰니 감당하기 어렵다"며 "여름철에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길어진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비, 임대료 등도 식당 운영에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요즘엔 가격 인상 압박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3년 전, 김치찌개와 오리탕 등 메뉴 가격을 1천원씩 올렸다"면서 "그나마 농사짓는 가족이 있어 배추 등 일부 식재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많은 식당이 물가 상승 고통을 버텨내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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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적응과 상업화 가능성은 별개···선제적 준비 필요 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기후변화에 따른 '과일 주산지' 개념 재정립이 불가피 해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농작물 재배 지형도도 새롭게 그릴 때죠."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의 기후 변화를 "과거의 계절 편차 수준을 넘어선, 작물 생육 환경 전반을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생육 기간 중 폭염이나 저온이 한두 차례 오는 정도였다면, 현재는 생육 시기 전체에 걸쳐 기상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취지에서다.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과수나 채소 작물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봄철 이상고온과 여름철 극한호우,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다. 과거와 같은 품종, 방식, 지역 만으로는 더는 재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배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 연구사는 "특히 사과·배처럼 저온이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과일의 경우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며 "전북, 경북 남부에서도 품질 저하나 개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지구온난화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아주 높은 수준일 때를 가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5-8.5'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2070년쯤엔 강원도 고지대 일부 만이 재배적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과일 주산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과수 재배 지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있다.신 연구사는 현재, 장기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별 적지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20여 년 간의 기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아열대기후대가 10% 수준에서 2050년께면 5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제주도나 남해 일부에서만 가능했던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내륙 중부권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열대기후대는 연평균기온이 18℃ 이상이고 겨울철 최저기온이 작물의 생육에 치명적이지 않은 지역이다. 동백나무·감귤 등의 아열대 작물이 노지에서 월동 가능한 기후권을 뜻한다.신 연구사는 "온난화가 무조건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문제는 속도"라고 강조했다.그는 "애플망고나 패션프루트, 레드키위 같은 작물은 이미 도입이 이뤄졌고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그러나 이 역시 품종 개량, 하우스 인프라 구축, 재배 기술 전수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관건은 '선제적 준비'다. 정밀한 기후 모형을 바탕으로 행정과 농가가 공유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거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고랭지 배추의 적지 분석에 이어 복숭아·포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지도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지금 재배 가능한 지역'이라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기후 조건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재배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면서 "단기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과 중장기 품종 재배 전략, 기술 전환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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