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자" 한마디가 부담스러운 시대

입력 2025.04.14. 16:22 강승희 기자
■이상기후의 경고…현실된 밥상 양극화-1부. 음식 불평등 ④삼겹살
올 2월 삼겹살 1인분 1만5천여원…10년새 49.16%↑
여름철 채소 수급 불안 등 '부르는 게 값' 운영 부담
5일 광주 북구 용봉동에서 고깃집 '고향회관'을 운영하는 송화섭(64)씨가 손님상에 내놓을 고기와 버섯 등을 손질하고 있다.

돼지 갈비 부근에 붙은 뱃살 부위인 삼겹살은 서민들의 대표음식이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1980∼90년대엔 '삼겹살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였다.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로 자리잡은 것도 이 무렵이다. 안도현 시인의 단 두 줄짜리 시 '퇴근길'(1997년)은 상징적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이젠 낯선 음식이 됐다.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1인분에 2만원 시대가 된 것이다. "삼겹살 먹자"는 말 한마디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2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1만5천911원으로 1년새(2024년 2월, 1만5천289원) 4.06%가 올랐다. 광주 평균인 만큼, 일부 유명 식당에선 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10년 전, 1만667원(2015년 2월)에 비해 50%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광주 북구 용봉동에서 고깃집 '고향회관'의 목살.

지난 5일 오후 6시께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 '고향회관'. 고깃집이다보니 쌈채소와 마늘, 김치·양파절임·콩나물무침, 작은 뚝배기에 담긴 오리탕 등이 기본 상차림으로 나오는 곳이다. 10여개 남짓한 테이블을 절반 가량 채운 손님들은 노릇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쌈에 싸먹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손님들은 밀려들었지만, 식당 주인인 송화섭(64)씨 표정은 어두웠다. 치솟는 고깃값과 재룟값 탓이다. 이 곳에선 삼겹살 1인분이 180g이다. 주 고객인 학생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낄 거 같아 2023년 6월부터 그램 수를 조정한 뒤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2020∼2021년(200g) 1만2천원, 2022년(200g) 1만3천원 등으로 가격은 우상향했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극한호우 땐 2만∼3만원하던 고추 한 박스가 10배 가량 뛰었다. 그는 "고깃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채소값 마저 인상돼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한 때 고추 한 박스가 16만원에서 2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주 고객층이 학생들인 대학가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산 삼겹살 납품 단가도 뛰었다. 지난해 2월 1kg당 1만2천원에서 이달 초 1만9천원(58%)까지 치솟은 것이다. 5년 전 단가는 7천~9천원 수준이었다.



여름철에는 문을 닫고 싶다고 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채소 수급이 불안정 해져서다. 이상기후 영향 탓이다. 송 사장은 "상추는 한 박스에 7만~8만원으로 오르고, 2만∼3만원 하던 양파는 한 망에 3만~4만원으로 뛰니 감당하기 어렵다"며 "여름철에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길어진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비, 임대료 등도 식당 운영에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요즘엔 가격 인상 압박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3년 전, 김치찌개와 오리탕 등 메뉴 가격을 1천원씩 올렸다"면서 "그나마 농사짓는 가족이 있어 배추 등 일부 식재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많은 식당이 물가 상승 고통을 버텨내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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