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낼 멸치 가격 두 배 뛰어"···'1천원 백반' 해뜨는식당, 운영난 가중

입력 2025.03.11. 11:07 강승희 기자
■이상기후의 경고, 현실된 밥상 양극화
어머니 식당 이어 15년째 1천원 백반 제공
한 달 식재료 비용, 3년 전보다 50%↑부담
식재료 등 후원 큰 도움…불경기 여파로 줄어
"어르신 '잘 먹었다' 말씀 힘 돼, 가격은 유지"
5일 광주 동구 대인동 해뜨는식당에서 어르신들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육수를 낼 멸치 가격만 해도 박스당 1만원에서 2만원 가까이 뛰었어요. (식사가) 밥과 국, 반찬 3가지 나가는데 자고 나면 뛰는 식재료 탓에 식당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네요…."

김윤경(52) 해뜨는식당 사장의 하소연이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어머니 뒤를 이어 매일 15년째 단돈 1천원에 백반을 제공해 왔던 식당이다. '동구의 복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물가시대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주변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서다.

5일 광주 동구 대인동 해뜨는식당에서 어르신들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최근 이상기후의 나비효과를 절감하고 있다. 채소값과 고기값 등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그는 "한달 식재료값이 3년 전에 비해서 50%가량 뛰었다"며 "기본 반찬에 쓰이는 채소가격이 너무 올라 힘들 때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온난화 등에 따른 기온 변화로 채소값을 포함한 식재료 값이 폭등한 탓이다. 1천원하던 무는 4천원이 됐다. 그럼에도 쓰임이 많아 한 박스가 한 끼면 다 소진된다. 특히 가장 저렴한 식재료로 한 통에 1만3천원~1만5천원 했던 콩나물은 최근 1만7천원까지 올랐다. 어묵은 3천400원에서 4천500원으로 1천100원 뛰었다.

5일 광주 동구 대인동 해뜨는식당에서 어르신들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반면 손님은 더 늘었다. 평소 80여명에서 최근 120~130명이 매일 찾는다. 1천원을 내고 도시락을 싸 가는 손님도 많아졌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그늘이다.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하지 않는 토요일엔 150명까지도 온다. 고기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닭볶음탕 한 끼 분량에 필요한 닭은 20마리로 13만원이다. 130명이 1천원을 내고 백반을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후원은 큰 힘이 된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겨울에 로타리클럽, 동구청 등에서 김장 김치를 주신다"며 "하루에 10kg 한 통씩 쓰기 때문에 이 맘때는 그 김치들도 다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김치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김장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대인시장에 있는 김치공장에서도 김치를 주시거나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서 "식재료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물가가 너무 올라 자영업자들이 다 힘들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5일 한 시민이 식사하기 위해 광주 동구 해뜨는식당에 들어가고 있다.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최근엔 도움의 손길마저 줄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여파다. 그는 "워낙 경기가 어렵기도 하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로 후원이 더욱 줄었다"며 "택배로 식재료 등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많이 줄어서 이제는 택배가 일주일에 1~2개 정도 온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보험설계사 일을 병행하며 급여를 식당 운영에 보태고 있는 배경이다.

1천원 밥상은 유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1천원 밥상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며 "가격을 올릴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며, 1천원으로 (식당 운영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고 나가시면서 '잘 먹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반찬 해드려야 겠다고 마음을 다 잡는다"며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맛있는 후식 등을 보내주시기도 하는데, 이러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식당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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