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식당 이어 15년째 1천원 백반 제공
한 달 식재료 비용, 3년 전보다 50%↑부담
식재료 등 후원 큰 도움…불경기 여파로 줄어
"어르신 '잘 먹었다' 말씀 힘 돼, 가격은 유지"

"육수를 낼 멸치 가격만 해도 박스당 1만원에서 2만원 가까이 뛰었어요. (식사가) 밥과 국, 반찬 3가지 나가는데 자고 나면 뛰는 식재료 탓에 식당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네요…."
김윤경(52) 해뜨는식당 사장의 하소연이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어머니 뒤를 이어 매일 15년째 단돈 1천원에 백반을 제공해 왔던 식당이다. '동구의 복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물가시대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주변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서다.

최근 이상기후의 나비효과를 절감하고 있다. 채소값과 고기값 등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그는 "한달 식재료값이 3년 전에 비해서 50%가량 뛰었다"며 "기본 반찬에 쓰이는 채소가격이 너무 올라 힘들 때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온난화 등에 따른 기온 변화로 채소값을 포함한 식재료 값이 폭등한 탓이다. 1천원하던 무는 4천원이 됐다. 그럼에도 쓰임이 많아 한 박스가 한 끼면 다 소진된다. 특히 가장 저렴한 식재료로 한 통에 1만3천원~1만5천원 했던 콩나물은 최근 1만7천원까지 올랐다. 어묵은 3천400원에서 4천500원으로 1천100원 뛰었다.

반면 손님은 더 늘었다. 평소 80여명에서 최근 120~130명이 매일 찾는다. 1천원을 내고 도시락을 싸 가는 손님도 많아졌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의 그늘이다.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하지 않는 토요일엔 150명까지도 온다. 고기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닭볶음탕 한 끼 분량에 필요한 닭은 20마리로 13만원이다. 130명이 1천원을 내고 백반을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후원은 큰 힘이 된다. 김치와 돼지고기가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겨울에 로타리클럽, 동구청 등에서 김장 김치를 주신다"며 "하루에 10kg 한 통씩 쓰기 때문에 이 맘때는 그 김치들도 다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김치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김장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대인시장에 있는 김치공장에서도 김치를 주시거나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서 "식재료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물가가 너무 올라 자영업자들이 다 힘들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도움의 손길마저 줄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여파다. 그는 "워낙 경기가 어렵기도 하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로 후원이 더욱 줄었다"며 "택배로 식재료 등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많이 줄어서 이제는 택배가 일주일에 1~2개 정도 온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보험설계사 일을 병행하며 급여를 식당 운영에 보태고 있는 배경이다.
1천원 밥상은 유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1천원 밥상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하셨다"며 "가격을 올릴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며, 1천원으로 (식당 운영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고 나가시면서 '잘 먹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반찬 해드려야 겠다고 마음을 다 잡는다"며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맛있는 후식 등을 보내주시기도 하는데, 이러한 고마운 분들 덕분에 식당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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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한달 일찍 틀고, 한달 더 가동···폭염 땐 전기세 두 배" 순천에 위치한 로뎀축산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 모습. "기온이 오를 때마다 관리·운영비가 뛰어요. 땀샘이 없는 돼지들은 에어컨 등 냉방장치와 깨끗한 물·사료 공급이 필수죠. 무더운 여름에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에서 20년 째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철수(56) 대표의 설명이다. 각각 1개 동이 250평씩 하는 4곳의 축산동에서 돼지 2천5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분만·생장·출하 등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일괄 사육 농장'이다. 돼지는 고온에 민감하다. 그는 "돼지는 땀샘이 없어 호흡과 물을 마시는 것으로 체온을 조절한다"면서 "물을 많이 마셔서 열을 배출 해야 하는데, 서열상 어린 돼지들은 물통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축사 관리비가 증가하는 이유다. 폭염일 수가 늘면서 냉방시설 가동기간도 길어지면서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남 지역의 폭염일 수는 30.1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20년(7.7일)보다 폭염일 수가 4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 14.2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주 대표는 "3년 전 만해도 5∼6월께 시작해 9월까지 에어컨을 틀었다"면서 "하지만 여름이 길어지면서 2023년부터는 4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에서 20년 째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철수(56) 대표가 폭염과 사육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전기세를 낼 때 체감한다고 했다. 에어컨 가동 기간이 늘어나면서 냉방에 들어가는 전기세 부담이 더욱 커져서다. 봄·가을철(3월~5월, 10월) 한 달 평균 300만~350만원 내던 걸, 여름철(6월~9월)엔 800만원대를 부담한다. 시설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7년 전, 4개동에 에어컨 설치 비용으로만 2억원가량 들었는데, 현재는 40~50% 올라 3억원 가까이 된다. 축사의 평당 에어컨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도 늘었다.여름철 폐사와 무관치 않다. 최근 5년 가운데 폭염일 수가 가장 길었던 지난해(30.1일)에는 104농가에서 돼지 1만4천718마리가 폐사했다. 해당 기간 가장 큰 피해 규모로 기록됐다. 5년 전인 2020년 폭염일 7.7일 동안 5농가에서 30마리가 폐사한 것과 비교하면 폭염일 수가 5배 가까이 늘었고, 폐사한 돼지는 490배 이상 증가했다. 주 대표는 "시설이 열악할 수록 폐사가 많이 일어난다"며 "폭염 기간이 매년 길어지고 있는 만큼 에어컨 등 시설을 갖추지 못한 농장은 축사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0월께 장기간 농장을 비웠을 때다. 갑작스런 정전 탓에 축사 에어컨 가동이 멈추면서 10여 마리가 폐사했다. '하석' 등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던 시기다. 다행히 이를 빨리 발견한 직원들이 창문을 열어 환기 시켰고, 전기도 10시간 만에 다시 들어와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한여름이었다면 더 큰 피해가 불가피 했던 순간이었다.광주 지역 연도별 삼겹살 1인분(200g) 기준생산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주 대표는 "지속된 더위에는 서서히 적응을 하지만, 갑작스런 폭염 땐 폐사가 늘어난다"며 "무더위 뒤, 극한호우와 함께 찾아오는 찜통더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단 온도 변화에 민감한 어미돼지는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고 분만이나 젖주기 등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출하를 앞둔 돼지들 역시 섭취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출하 일령이 늘어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실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폭염 시 160일인 출하 일령'을 늘리지 않고 ㎏ 수가 조금 떨어지더라고 정해진 날짜에 출하하고 있다. 평상시 땐 1마리 당 1등급으로 50만원 가량 받았을 돼지 가격을 2급 45만원 정도에 출하하고 있다.치솟는 사룟값도 부담이다. 주 대표는 "시중에서 가장 비싼 사료를 사용해 사룟값만 한달 평균 1억원이 든다"며 "최고급 사료로 품질 좋은 돼지를 키워내기 위해 1년 내내 품질 좋은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름철에는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가 난다"고 말했다.분뇨 처리 비용 또한 여름철 운영 비용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돼지들이 고온 속에서 적정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물을 섭취하는 만큼 분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분뇨는 발효시켜 비료로 만든 뒤 논과 밭에 뿌려지는데, 여름철 우기 땐 논·밭에 처리하기 힘들어져 처리 비용은 '부르는 게 값'된다"며 "평상시보다 30%는 늘어난다"고 토로했다.폭염 피해에 대한 근본적 지원책도 주문했다. 전남도가 고온 피해 예방을 위해 사료 첨가제를 공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돼지 축사 자체가 단열이 돼야 사료 첨가제를 먹여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에어컨 설치도 단열이 돼야 의미가 있는 만큼, 낙후된 농가들이 이상 기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설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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