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인재유출 '이중고'···'경쟁력 제고' 절실

입력 2025.03.30. 18:09 임창균 기자
[광주 애니메이션 산업] <중> 향후 과제
완구사 의존·어린이 시장 한계
전문인력·투자사 수도권 집중
광주진흥원 지원사업 등 활발
지역업체 성장…후발업체 영향
장기적 안목서 육성 대책 필요
애니메이션을 비롯 다수의 콘텐츠 기업들이 입주한 광주콘텐츠창업보육센터 전경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성장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출산율 저하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광주에서는 각종 지원을 토대로 여러 업체들이 둥지를 틀고 성장하고 있으나, 이들도 투자처와 전문인력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상황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이 매번 서울과 광주를 오가야 하고, 지역의 전문인력들도 수도권이나 다른 업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우수 기업들이 성장해야 광주의 애니메이션 산업도 자생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두다다쿵 시즌3 신기한 동물탐험'을 제작한 아이스크림 스튜디오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곳이다 .아이스크림스튜디오 제공

◆업계 전반에 들이닥친 출산율의 위기

3D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20년 가까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을 이끌면서 작품의 제작 방식도 굳어졌다.

작품을 방송에 편성하는 방송사와 장난감을 판매하는 완구사가 기획과 투자를 주도한다. 통상 3~4개월 방영되는 1시즌(20~30화) 제작비에는 20억원 들어가는데,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방송권료 2~3억원, 장난감판매 수익에 따른 로열티 일부를 받는다. 이마저도 장난감이 100억원 이상 팔려야 방송권료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낮은 출산율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산업 뿐만 아니라 광주의 업체들에게도 큰 난관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의 주 시청층인 0~9세는 310만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수가 적은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까지 하락해 애니메이션 업계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고객들이 감소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부모들도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어 애니메이션 제작의 큰손인 완구 업계도 휘청이고 있다.

울트라그린의 2D 애니메이션 '우주택배' 스틸컷.울트라그린 제공

◆기회의 땅 광주, 성장을 보고 배운다

광주의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그나마 타지역에 비해 나은 상황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광주진흥원)이 지속적인 제작비와 입주공간 지원사업 등을 진행 중이며, 업체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업체들이 이렇다 할 지원을 못 받는 것에 비해 광주 업체들은 꾸준한 지원을 통해 작품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광주진흥원의 2007년부터 시작한 '기획창작스튜디오 파일럿 제작지원'사업은 예비 창업팀이나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애니메이션 파일럿 제작비 1억원을 지원하는데, 마로스튜디오, 스튜디오버튼, 아이스크림스튜디오, 몬스터스튜디오 등이 기회를 얻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송원형 플레이칸 대표는 PD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다 지난 2020년 독립했는데, 해당 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을 제작 중이다.

송 대표는 "광주처럼 지자체나 진흥원 차원에서 이렇게 지원을 이어가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진흥원도 애니메이션 지원을 아예 끊기로 했고 많은 지자체들이 지원을 줄이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명미 울트라그린 대표는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뛰어들었다. 홀로 작품을 만들다 광주진흥원의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2022년 '광주콘텐츠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는데, 공교롭게 현재 함께 일하는 직원 2명은 조선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후배들이다.

이 대표는 "처음 애니메이션 회사를 이끌며 모르는 것이 많았는데, 광주진흥원의 도움으로 싱가포르 업체와 '우주택배'의 공동제작 업무협약도 맺었다. 앞서 광주에 내려와 성장한 업체가 많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D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울트라그린'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사진은 '울트라그린' 사무실 모습.

◆극복해야 하는 지방의 한계

광주 애니메이션 산업은 꾸준한 지원 속에 후발 업체들도 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광주진흥원의 도움으로 업체들이 파일럿 작품 제작까지는 가능하지만 본편 제작을 위해서는 투자도 받아야 하고 인력도 구해야 한다. 광주의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가 국내 3위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방송사와 완구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고 전문인력 대다수도 수도권에 모여있어 광주의 업체 대표들은 수시로 광주와 서울을 오갈 수밖에 없다.

인재 육성 면에서도 손해를 본다. 현재 광주·전남에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는 조선대·순천대·호남대(만화애니메이션학과)와 광주대(시각영상디자인학과)까지 총 4곳뿐인데, 수도권에 업체수가 많다 보니 졸업 이후 광주를 떠나거나, 산업 규모가 애니메이션보다 큰 게임이나 웹툰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광주 업체에서도 최근 회사를 그만두거나 게임 업계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플레이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스틸컷.플레이칸 제공

송원형 플레이칸 대표는 현재 광주 애니메이션 산업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지자체에서 꾸준히 지원을 해도 결국 훌륭한 작품이 꾸준히 나와야 하고, 이를 광주 내부에서 소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광주 업체 대표들이 지역 대학에서 특강도 다니는 것도 미래를 내다본 노력이다.

송원형 대표는 "애니메이션 산업은 결국 사람에 기반한다. 광주에서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시민들이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기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인재들이 들어오는 순환이 오랜 기간 이어져야 비로소 기반이 마련된다"며 "광주에서 기회를 받은 업체들이 좋은 선례를 만들어 '애니 잘 만드는 도시, 광주'의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