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성장 불구 정체기···활로 모색 시급

입력 2025.03.18. 17:18 임창균 기자
[광주 애니메이션 산업] <상> 광주의 현주소는
애니 시장, 다양성·확장성 ‘호재’
한국, 유아용 틈새시장 노려 성장
광주 3D 창·제작 활발…국내 3위
경기침체 영향, 성장세 주춤
“어린이 중심서 장르 다변화 필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위치한 광주 CGI센터 전경

지난 2월 개봉한 극장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40만 관객을 넘기며 소소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한 것에 비해 3D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위주로 성장한 국내시장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하지만 오컬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퇴마록'의 선전은 애니메이션 팬들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 국내 3위 수준 규모를 갖춘 광주 지역 업체들도 현 상황을 '성장통'으로 인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퇴마록'의 흥행을 계기로 광주 애니 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 시즌2 스틸컷.라이엇게임즈

◆ 확장하는 세계시장, 국내는 여전히 유아용에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부침을 겪었으나 OTT 시장의 성장으로 활로를 찾았다.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OTT를 통한 선공개나 단독 공개 작품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아케인'은 당시 넷플릭스 톱TV쇼 부문 1위를 달리던 '오징어게임'을 끌어내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성과에 고무된 OTT 플랫폼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엔데믹 이후에는 극장 애니메이션들도 다시 흥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국내에서는 해외 애니메이션들이 수백만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해외영화 흥행 1~3위를 휩쓸기도 했다.

뽀로로 극장판 바닷속 대모험 스틸컷.오콘

최근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이 유통 경로, 장르, 관객 분야에서 '다양성'과 '확장성'이라는 호재를 맞이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03년 '뽀로로'가 3D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이후 별다른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뽀로로'가 전세계 130개국에 수출되고, '또봇'과 '터닝메카드'가 완구 판매로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등, 유아용 작품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1조 가까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세계 시장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하다.

극장에서는 10년 넘게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없다가 지난해서야 '사랑의 하츄핑'이 12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사랑의 하츄핑 스틸컷.SAMG엔터테인먼트

◆불모지에서 국내 3위까지 성장한 광주

문화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던 광주도 애니메이션 산업 성장의 흐름에 뛰어들었다.

2004년부터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지원 사업을 펼쳤으며 2005년부터 해마다 애니메이션 육성지원금으로 28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2004년 기준 92명이던 종사자는 2022년 322명으로, 20억원이던 매출액은 같은 기간 283억원으로 증가했다. 2006년 15개이던 사업체는 2022년 39개까지 늘었다. 전체 사업체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있으나 타지역에 비하면 유의미하게 국내 3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광주지역 업체들의 작품들이 TV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보.스튜디오버튼

마로스튜디오의 '우당탕탕 아이쿠', 아이스크림스튜디오의 '두다다쿵', 몬스터스튜디오의 '브레드 이발소', 퍼니플럭스의 '출동!슈퍼윙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파이어로보'와 '쥬라기캅스', '다이노맨' 등을 선보인 스튜디오버튼은 2019년 전국 20위권의 매출을 기록하고, 광주 콘텐츠 기업으로는 최초로 광주에 사옥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유아용 애니메이션 인기에 힘입어 광주지역 업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최근 이들의 전망은 아주 밝지만은 못하다. 경기침체로 인해 완구 소비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애니 제작을 주도하는 방송사와 완구사도 소비자에게 호응이 높은 상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매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신규 제작 투자가 줄면서 문을 닫거나 인력을 줄이는 업체도 늘고 있다. 실제 2023년 광주지역 애니메이션 업체 매출액은 382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종사자 수는 278명으로 줄었으며, 사업체 수는 21개로 줄어 부산과 제주(27개)에 3위 자리를 내줬다.

광주·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김호락 스튜디오버튼 대표는 "예전에는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장난감을 종류별로 사줬다면 최근에는 가장 인기있는 장난감만 사주는 분위기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힘들어하고 '티니핑' 정도 돼야 사업 확장이나 다음 모델 준비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규 제작보다는 기존에 잘나가던 작품과 IP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추세"라며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호황기를 지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다른 장르를 개척해야 할 시기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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