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을 각오해야···광주서 자전거 타기 '헬 난이도'

입력 2024.07.05. 13:07 이삼섭 기자
■두 바퀴路, 탄소중립 광주로 ②자전거 고난 길
광주역~유스퀘어 자전거로 이동해보니
자전거길 울툴불퉁에 중간중간 불법주정차 점령
좁은 보행로 이용 땐 사람 피하느라 매번 진땀 나
차로 위 달릴 땐 트럭 등 위협…전용로 확대해야
"도심서 강변·하천 도로 잇는 주요 축 정비 우선"
광주지역 자전거전용도로는 강변과 하천을 제외하면 보행 겸용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적잖은 곳이 관리가 안 돼 있다.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성이 커 자전거는 보행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시는 2019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본계획을 세워 당시 2% 수준이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을 2024년까지 5%대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도에도 2%대에 머물렀고, 목표연도인 올해도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자는 직접 자전거를 타고 광주 도심을 이동했다. 왜 광주에서 두바퀴족이 설 자리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시민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더들은 "불편하고 무서워서 도저히 탈 수가 없다", "눈치 보여서 타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보행자들은 되레 자전거를 "위협적 존재"로 인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전용도로'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광주시내 자전거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자전거는 물론 보행에도 불편을 겪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자전거도로(보행 겸용)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비롯해 적재물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보행로에선 '괴물', 차로에서는 '약자'

"자전거길이 너무 안 좋아. 여기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불법주차 해놓고, 도로는 다 패여 있고…. 자전거 타면 좋다고 하고서는 자전거 도로 해놓은 거 보면 완전 엉망이예요. 광주시장이 여기 한 번 자전거 타고 돌아야 해요."

기자가 공유 자전거를 타고 광주역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까지 4.8km 구간을 주행하던 중이었다.

광주역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만난 '자전거 동지' 김재호(65)씨는 그저 '자전거 타기 어떠시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자전거 주행 환경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매일 1~2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볼일을 보러 다닌다는 김 씨는 이날도 은행에 가던 참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 자전거도로 위에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여러 번 내려서 다녔다고 했다.

이날 내려진 폭염주의보에 잔뜩 찡그린 김 씨는 "자전거 타고 가다 보면 사방에서 길을 막고 있어서 내려서 가야 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맨날 (인도 주·정차 등을) 신고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김 씨가 지나온 자전거도로 동선을 역으로 따라가 보니 실제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인도 위에 주차된 차들을 보고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조금 더 가니 불법으로 적재된 물건들로 주행을 위협받았다.

자전거도로 그 자체도 위협이었다. 적잖은 도로가 관리가 안 돼 움푹 파이거나 울퉁불퉁해 주행에 큰 고통이 뒤따랐다. 핸들을 꽉 쥔 손이 저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큰 진폭으로 엉덩이뼈가 아스러지는 듯했다. 또 도로 곳곳이 끊겨 있거나 갑자기 사라지면서 주행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보행자를 피해 다니느라 매 순간 진땀을 흘러야 했다. 자전거도로가 안 그래도 좁은 보행로 한 가운데에 놓인 탓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큰 위협은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는 내 자신이었다. 보행자 입장에서 자전거는 인도에서 앞뒤로 맹렬히 달려오는 거대한 철제 괴물로 느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로 제일 끝 차선을 이용해야 하지만, 자동차의 빠른 통행 속도에 불법 주차 등으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한 해 196명 자전거 사고로 사망…"차로로 안 다닌다"

천변우로를 통해 광천1교로 가는 길은 자전거도로가 없어 차로에서 달렸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로 제일 끝 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빠르게 내달리는 차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차로의 가장자리를 이용했다. '자라니'(자전거+고라니)라는 멸칭처럼 차로 위에서 자전거는 불청객 취급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치보다 더한 것은 '생명의 위협'이었다. 승용차와 트럭, 버스가 달리는 차로에서, 그것도 뒤에 어떤 차가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에 가까웠다. 눈치 봐야 하고 생명도 챙겨야 하니 더욱 더 가장자리로 자진해서 내몰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전거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96명에 달한다. 자전거 가해 사고가 91건, 자전거 피해 사고가 105건이다. 자전거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셈이다.

지난 2009년 전남대학교 재직 중이던 한 교수가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어린이집 셔틀버스에 치여 세상을 등지며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임동오거리 부근에서 자전거를 타던 50대정성호(남구)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자전거를 타는데 평생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던 전남대 교수님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차로로는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 도로가 다른 도시에 비하면 엉망이다. 자전거전용도로가 없고 인도에 중첩돼 있으니 보행자도 위험하고 저도 불편하다"며 "이제 광주 인구 수도 줄어가니 자전거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전문가들은 예산 문제나 기존 도로폭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주요 축이 되는 자전거도로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광주는 영산강과 광주천, 풍영정천 등 도심 내 강변과 하천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설치돼 있다.

이민철 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장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야 자전거 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모든 도시의 공통된 결론이다"며 "일단 주요 택지지구에서 영산강, 황룡강, 광주천 등 주요 하천 자전거도로로 연결되는 인프라부터 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주요 축이 되는 자전거도로가 단절된 곳을 조사해 이곳을 우선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를 한꺼번에 차로로 옮기는 것은 비용이 너무도 많이 들어 보행로가 좁아 사고 발생 위험이 큰 곳부터 차선으로 자전거도로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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