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띄우고, 킥보드는 단속? 광주지역 '이중' 잣대

입력 2025.03.27. 17:43 이삼섭 기자
두 바퀴路, 탄소중립 광주로 ⑨ 모빌리티 다양성 실종
남·광산·서구 등 주차·헬멧 등 강한 단속 추진
정작 자치구별 PM 주차장 20~30여곳 불구
시 교부금 없자 올해 설치 예정 한 곳도 없어
주차장 대규모 확보 뒤 주차구역 외 '불법' 必
대구는 '가상 지정주차제'…기술적 접근해야
PM(전동킥보드 등) 이용자가 많은 전남대학교는 자전거 거치대에 PM을 함께 주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분별한 공유 PM 방치를 막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시와 자치구가 '탄소중립 도시'와 자동차 의존 탈피를 기치로 자전거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친환경 이동수단인 공유형 개인형이동장치(PM)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고 있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PM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무분별하게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주차장 확대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속에 집중하면서 자칫 친환경 이동수단인 PM의 설 자리를 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인프라 구축 없이 강한 규제만 하다보면 고스란히 승용차 없는 청소년과 청년층의 이동권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차장 확충 뒤 규제 확대나 GPS 기술을 통해 특정 구역에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책 없이 '철퇴' 꺼내든 지자체

광주 서구는 최근 시민 보행환경을 방해하는 민간업체 공유 PM(전동킥보드 등)에 대해 강하게 견인할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3개조 6명으로 구성한 '견인반'을 편성해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은 PM을 견인 조치할 계획이다. 차도나 버스정류장·횡단보도 등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등이 견인 대상 지역이다. 업체에 통지한 후 30분 이내에 수거하지 않으면 견인한 뒤 견인료와 보관금을 물겠다는 방침이다.

서구에 앞서 남구와 광산구도 PM 주차 단속을 강화한 바 있다. 광주 자치구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응한 남구는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에 어려움을 겪은 민간업체에서는 남구에서 운영하는 PM 운영 대수를 250대에서 100대 미만으로 줄였다. 대표 공유 PM 업체 중 한 곳인 카카오바이크는 아예 광주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광주에는 현재 총 6천100여대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정작 PM 방치의 근본 원인인 '주차장 확보'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무등일보가 파악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광주 전체 PM 주차장은 106개소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 보면 북구 50개소, 서구 36개소, 남구 20개소에 그쳤다. 동구와 광산구는 아예 단 한 곳도 없다. 광주시에서 PM 주차장을 조성하라고 교부금을 줬음에도 반납해서다. PM을 교통 수단으로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광주시에서 관련 교부금이 내려오지 않으면서 자치구들이 신규 설치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2024년에는 광주시에서 PM 주차장 1곳당 50만원을 편성해 교부했다.

◆단속에 '혈세'…주차장 확충은 외면

또 다른 문제는 지자체가 PM 주차장 마련에는 손 놓으면서 정작 단속에 애먼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구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PM 견인 전담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으로 1천4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사고 위험성이 있는 지역에 주차된 PM을 견인하기 위해 기간제 직원 2명을 채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구가 PM 주차장(노면 표시형) 한 곳을 새롭게 설치하는 데 50만원이 들었다는 점에서 주차장 28곳을 설치할 수 있는 돈이다. 기존 자전거 거치대를 PM으로 공동으로 이용토록 하면 훨씬 더 많은 PM 주차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지자체가 PM에 대해 정책적 인지가 낮은 상태에서 주차장과 같은 인프라 확충보다 규제를 우선시하는 모습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화성시는 지난해 7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PM 주차존 500곳을 설치했다. 대신 전용 주차장 외에 있는 주·정차 위반 PM에는 계고장을 발부하고 견인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뉴시스

인천 연수구는 올해 2월3일부터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구역에 주차된 공유 PM에 대해 강도 높게 단속하며 20일만에 총 1천2건을 견인했다. 그러면서 PM 업체 1곳이 전면 철수했고, 공유 PM도 3천700대에서 3천100대로 감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시 자치구들 또한 올해 PM 견인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성동구는 2억2천800만원을, 용산구는 2억4천만원을 편성하면서 PM 단속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아예 마포구는 일부 거리에 대해 '킥보드 없는 거리'를 시범운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내 PM 전용 주차장은 280곳이다. 그에 반해 서울에서 운영 중인 PM은 4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경우 총 4만3천대를 운영하는데, 2천760개의 주차장을 운영 중이다.

◆규제 전 인프라 확충 필요…"기술적 접근을"

이와 달리 첨단 모빌리티로 분류되는 PM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지자체도 있다. 견인 정책 우선주의를 내세우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주차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GPS 기술을 활용해 시민, 이용자, 업체가 공생하는 방식이다.

화성시는 주차장 확충 후 무단 주차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면서 관심을 끈다. 화성시는 지난해 PM 이용이 많은 동탄지역(6천여대)을 중심으로 500여곳의 PM 주차장을 설치했다. 내년까지 주차장을 3천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올해부터 무단 방치된 PM에 대해서는 강한 단속을 동시에 실시했다. 동탄지역이 PM 주 이용자층인 젊은층이 많다는 점에서 적극 행정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는 PM 업체와 협력해 '가상 지정주차제'를 시범 운영했다. GPS 기술을 활용해 지정된 주차구역에만 PM을 주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체계다. 이렇게 할 경우 물리적으로 주차 시설을 만들지 않고도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결과 시범운영한 지역에서 주차 준수율이 최고 85%까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서구는 공유 PM(전동 킥보드)에 대해 강한 단속에 나섰지만, PM 주차장은 겨우 3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내 수많은 자전거 거치대를 활용해 PM 주차구역을 만들 수 있음에도 사실상 정책적으로 방치하는 실정이다. 서구 관내 한 자전걱 거치대에 '두바퀴로 실천하는 환경사랑'이란 슬로건이 눈에 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전문가들은 PM을 포함한 모빌리티 다양화는 도시 교통의 흐름이며 자전거·PM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강도 높은 단속 이전에 민간 업체와 협업을 통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편의성과 사회적 수용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용석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전기에 기반한 작고 가벼운 PM은 교통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이용 방식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자전거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PM 주차가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높지만, 어디서나 주차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주차 관리가 안 되는 식으로 문제가 된 부분이 있다"며 "이용자들의 편의성과 이를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의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을 절충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전거 거치대에만 PM을 주차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사례처럼 기술적 접근을 도입해 PM을 편리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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