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설] 지역에서 쏘아 올린 복합쇼핑몰, 정치권에서 받았다

입력 2022.07.13. 07:32 이삼섭 기자
[‘복합쇼핑몰’ 광주의 자산 만들자]
수차례 좌절…지역 하부에서 여론 형성
무등일보 여론조사 통한 공론장 마련
광주시장 선거 이슈에서 대선 블랙홀로
전시민 공감대 형성하며 속도전 돌입
경쟁 불 붙으며 수개월 내 추진 마무리

[복합쇼핑몰, 지역 자산으로 만들자]<상>추진 궤도에 오르기까지(해설)

광주 복합쇼핑몰 추진과 관련한 가장 큰 오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공'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에서는 정치적 산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또 거부감부터 갖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사실은 일부 맞고 일부 틀리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 때문에 대선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이에 앞서 지역에서 복합쇼핑몰 이슈가 강하게 부상했고 6·1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경쟁의 중심에 서 있던 터였다. 2015년 신세계그룹이 광천동에 추진하려던 대형복합쇼핑몰 등이 무산된 이후 시민들의 불만과 요구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광주시는 물론, 정치권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무등일보는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며 시민들의 여론을 확인, 복합쇼핑몰 유치 관련 공론장을 마련했다.

공론장 속에서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뜬금없이 나온 공약이 아닌, 오랜 시간 지역에서 숙의된 현안이었던 셈이다.

복합쇼핑몰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본궤도 진입을 앞둔 현재까지의 과정을 살펴봤다.


◆잇따른 무산에 시민들 '좌절' 경험

복합쇼핑몰은 사전적으로 하나의 업체가 개발·관리 운영하는 점포로 쇼핑뿐만 아니라 오락이나 숙박, 문화공간 등이 집적돼 관광시설 역할을 하는 점포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기존 영화관 정도를 함께 가지고 있던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시설을 모아 집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단지 물건을 파는 게 아닌 차별화된 공간을 파는 것으로, 일종의 유통업의 진화된 형태인 셈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여가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5년 광주신세계 또한 현 광천동 부지에 복합쇼핑몰로 변모하려고 시도했다. 광주신세계가 영업을 해오며 쌓아온 이익금을 재투자할 필요도 있었다. 도시경쟁력 핵심인 마이스(MICE) 산업을 육성하려는 광주시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광주시가 특급호텔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다.

그러나 중소상인단체들의 반발과 함께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의 반대 입장이 전해지면서 2년여간의 시간만 소요한 채 결국 무산됐다. 대신 광주시는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면서 복합쇼핑몰을 추진했으나, 이마저 상인단체의 상가 축소 요구가 관철되면서 대기업의 투자가 물거품됐다. 앞서 지난 2014년 신세계사이먼도 나주에 프리미엄아울렛 추진을 위해 토지까지 매입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우리가 유치하자" 시민들 운동 확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수 시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해단체와 정치권의 '밀고 당기기'가 지속되는 동안 시민들은 원천 배제되면서 민의의 왜곡이 발생했다.

특히 '넘사벽'이라고 여겨진 수도권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부산, 대구, 대전 등에 속속 복합쇼핑몰이 생기며 시민들의 박탈감도 덩달아 증가했다.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의 여론은 온라인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시민여론을 듣기 위해 만든 '바로소통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해달라는 목소리가 매일 같이 올라왔고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국민청원에도 올라와 2천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했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여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조직화 필요성을 느낀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구성원을 모집했다. 지난해 7월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가 출범했고, 곧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유치 운동을 본격화했다.


◆무등일보, 여론조사 통해 민의 확인…공론장 제공

그러나 지역 정치권은 금기어에 가까운 복합쇼핑몰을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무등일보는 시민들의 민의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시민들의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광주시민 10명 중 6명(58.0%)이 '광주시가 대형복합쇼핑몰 유치해야 나서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유치하면 안된다는 입장은 10%에 불과했다.

특히 2030세대의 유치 여론이 압도적이었는데, 30대는 10명 중 8명(77.4%), 18~29세는 10명 중 7명(72.3%)에 이르렀다. 이 같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무등일보는 유치 논의를 위한 공론장 마련에 집중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복합쇼핑몰 최대 수요층인 젊은 청년들의 열망은 간절함을 넘어 지역을 뜨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었다.

무등일보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광탈'(노잼도시 광주탈출·NO 광주탈출) 시리즈 중 하나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받아 '노잼 광주' 이슈가 탄생해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방선거 쟁점에서 '대선 블랙홀'

당시 민주당 광주시장 유력 후보였던 강기정 시장은 이 같은 민의를 확인, 지난해 9월 '22세기형 디즈니랜드' 공약을 통해 지역민들이 목말라하는 대형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등을 들어서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복합쇼핑몰을 공식적으로 공약한 첫 후보인 셈이다.

그러면서 복합쇼핑몰 유치 논의에 소극적이던 이용섭 전 시장은 "재미난 도시를 만드는 데 다소 소홀했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선회하면서 지방선거 쟁점으로 부각됐다. 두 유력 후보의 공약이 완성된 시점이었다.

그러다 올해 2월 대선 정국이 되면서 복합쇼핑몰은 광주를 넘어 전국적 관심을 받게 됐다.

윤석열 후보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그동안 복합쇼핑몰에 관심 없던 지역 민주당의 허를 찌름과 동시에 지역 젊은층 표심을 파고들기에 제격이었다.

단순 공약을 넘어 모든 대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특히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된 '광주에 없는 것들'(복합쇼핑몰·코스트코 등)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일당 지위를 누린 민주당에게 뼈아플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복합쇼핑몰을 앞세운 국민의힘이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선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본궤도 추진 코 앞…"속도감 있게 추진"

강 시장은 6·1지방선거 당선 직후 6개월 내 해법을 제시할 현안으로 복합쇼핑몰을 선정하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7일 민선8기 시장직 인수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시민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신속한 추진을 주문했다. 이달 내지는 다음 달 께 사업자 측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받아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 공모를 추진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요청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라는 점을 들어 국가 지원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기획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호남지역 투자가 막혀 있던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붙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임동 옛 방직터 부지에 '더현대 광주'(가칭)를 제시한 데 이어, 향토 기업인 광주신세계도 오랜 시간 준비한 계획을 꺼내들 준비를 마쳤다. 광주에 백화점과 두 개의 아울렛을 가지고 있는 롯데도 마찬가지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진 않았지만, 사업자가 선정되면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아무리 빨리 시작해도 최소 수년이 걸리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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