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건설업계 위기 속, 명절 앞둔 인력사무소 풍경

입력 2024.02.05. 19:01 임창균 기자
현장 배정 40명 남짓, 작년 3분의2 수준
대규모 건설 현장 인력 수요 확 줄어
고령·저소득층은 안전 사각지대에…

지난 3일 오전 6시께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 작업 배정을 기다리는 근로자들이 난로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설 전에 사나흘 정도 일을 해야 설 명절을 보낼 텐데… 며칠째 허탕치고 있으니 애만 타네요."

지난 3일 오전 5시30분 광주 동구 산수동 한 인력사무소.

동트기 전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뚫고 인력사무소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밖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불빛을 쫓아 사람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손자들 용돈이라도 챙기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선 어르신부터 당장 설 쇨 목돈이 필요한 가장까지 사무실을 찾은 이들의 연령층은 다양했지만 얼굴에 어린 간절함은 한결 같았다.

이른 시간이라 덜 풀린 몸을 녹이고픈 건지 짙은 불황에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고픈 건지 일용직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난로 곁으로 모였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인력사무소 소장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일일이 호명하며 인부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일을 배정했다.

사무소를 찾은 지 5일 만에 일을 나가게 된 정모(65)씨는 운이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5살 손주와 같이 살고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집에 있으면 그 어린 것이 할아버지 오늘 일 못한 거냐며 속상해하더라"며 "명절 전에 일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오늘이라도 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를 찾는다고 모두 일을 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날만 해도 57명 중 10명은 일감을 찾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 3일 오전 6시30분께 광주 북구 풍향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근로자들이 작업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 일감이 확 줄면서 휴업하는 인력사무소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사무소를 찾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300여m 떨어진 북구 풍향동의 인력사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80명 중 45명 만이 현장으로 나갔다.

이름이 불리지 못한 인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 하고 30분 이상 사무실 주변을 서성였다.

이들은 "다음번에 먼저 일감을 주겠다"는 소장의 빈말을 몇 번씩 확답을 받고서야 겨우 걸음을 돌렸다.

일용직 2년 차에 접어든 안모(35)씨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나마 최근 주변 근로자들의 눈에 들어 작업을 자주 나갔지만 이날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일용직 근로자가 되기 전에는 컨테이너 공장과 조선소 등에서 6년간 일했다.

안씨는 "할 줄 아는 게 몸 쓰는 것 뿐이라 어쩔 수 없이 인력사무소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건설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직격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겨울이 지나면 괜찮겠지, 선거가 끝나면 상황이 바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버티는 중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인력사무소 사정도 편치만은 않다.


지난 3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북구 풍향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작업 배정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일거리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쓰다 보니, 내국인 근로자들은 소규모 건설현장이나 철거 현장에 보내는 일이 많다. 그나마 겨울방학 기간 학교 공사들이 있다보니 겨우 버티는 형국이다.

이마저도 현재 영업을 유지중인 사무소에 국한된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들은 최소 하루에 30명 이상은 작업을 나가야 사무실 운영이 가능하며, 현재 작업량이 작년에 비해 3분의 2 수준도 못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영업을 쉬는 곳도 소규모 인력사무소들도 많이 늘었다.

북구 각화동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모(57)씨는 "학동에서부터 30년 정도 인력사무소를 운영했는데 이렇게까지 힘든 건 처음 겪는다"며 "매번 사람들은 돌려보낼 수도 없어서 지금은 사무소 문을 닫고 일이 생길 때만 전날 연락해서 나오라고 하는 수준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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