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가 끊은 호남 예산·인사 복원해야···"무늬만 호남인 안 돼"

입력 2025.06.04. 18:56 이삼섭 기자
이재명 정부, 지역 현안 의지 보여달라
보수정부 내내 인사·예산·현안 골고루 차별받아
에너지·AI 등 광주·전남 전략사업 정상화·확대 시급
기재부·국토부 등 정책결정 요직에 전면 배치 必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3일 오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선거연락소에서 민주당 광주시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호남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역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차별받았던 인사와 예산의 복원은 물론, 지역 독점 정당이면서도 그간 해결해 내지 못했던 광주민·군공항의 무안 이전과 같은 현안에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단순한 보상이나 배려가 아닌 호남을 국가발전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전략시설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를 위해 국가 주요 정책결정권을 가진 요직에 '무늬만 호남인'이 아닌, 찐(진짜) 호남인을 전진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보수정부 때 퇴조한 '인사' 복원해야

4일 지역 정치권 여론을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의 우선적 과제로 호남 인사와 예산 복원을 꼽았다. 호남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통령에 압도적 몰표를 준 대가로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와 예산에서 큰 차별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를 꾸릴 때부터 철저히 호남 인사를 배제했다. 취임 직후 1·2차 인선을 통해 발표된 장관 후보자 16명 중에서도 호남 인사 1명(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 불과했는데 그마저 유년 시절에 서울로 이사 갔던 인물이었다. 경향신문이 윤 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4대 권력기관 고위직을 지역별로 분석한 자료에서도 호남은 9.7%에 불과했다. 대신 영남은 절반에 가까운 45.1%였다. 이 같은 기조는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지면서 이른바 중앙정부에서 호남 인사가 씨가 말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장·차관급, 수석·비서관 인선에서 호남 안배를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다.

이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차 내각 인선 6명 중 2명이 호남 출신으로 탕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호남 안배'가 이뤄진다 해도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부처는 정작 빠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인선에 호남인으로 배치된 안보실장과 경호처장 모두 이와도 거리가 멀다.

아직 본격적인 인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정책부처의 수장과 실·국장급 인사에서 지역 출신 인재가 배치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다만, '호남 출신'이란 껍데기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 실행 능력을 갖춘 '찐 호남 인사'를 등용할지가 관건이다.

A 전 청와대 행정관은 "그동안 민주당은 선거 때는 호남 표를 원하지만 막상 끝나면 챙기지는 않았다"면서 "호남 문제를 정책적으로 챙겨주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권이 있는 자리에) 호남 인재 등용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광주시가 내건 이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예산·정책지원…핵심 전략시설 전면 배치

마찬가지로 보수정부에서 퇴보한 예산을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에서 광주·전남 주요 전략 사업들이 줄줄이 예산 삭감되는 고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경우 전임자 지우기 기조에 맞춰 표적 감사를 받으면서 출연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됐다. 그 결과 2022년 개교 당시 250억원이던 출연금이 올해 100억원으로 줄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에도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2023년 513억원이던 관련 예산이 올해 170억원대까지 줄어들면서 뿌리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의 미래먹거리 사업인 인공지능(AI)은 물론 미래차 모빌리티와 같은 첨단산업에 대한 R&D 예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단순히 국비 지원액만 늘리는 게 아닌,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거점시설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에서는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우주항공산업 본거지로 삼았다.

광주·전남에서는 인공지능,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 핵심 산업에 대해 국가 핵심 기관의 유치를 원하고 있다.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 전략산업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광주민·군공항이 무안 이전을 반드시 성공시켜 명실상부한 '서남권 관문공항'을 완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광주군공항 이전은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의 단골 공약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채택하고도 임기 내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광주 유세에서 대통령이 주도해 이전을 해내겠다고 밝힌 만큼 어느 때보다 지역민의 기대가 높아졌다. 임기 초기에 무안 이전을 결정지어야 추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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