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5·18정신 수록으로 민주주의 확립
대통령 제왕적 권한 여전·제도적 보완 절실
계엄 막은 '국민저항 원동력' 5·18정신 조명
李 "헌법수록 개헌, 국민투표법 개정후 가능"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범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역행은 다행히 '잠시 멈춤'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직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제왕적 위치에 있어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2024년 12월3일 윤 전 대통령과 내란세력의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을 막아낸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 대통령 권한남용 제동장치로 거론된다.
5·18 정신은 1980년 5월18일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5·18 민주화운동의 유산이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민주주의 수호를 대표하는 민주적 가치다.
국민들은 지난해 12월 45년 전과 유사한 비상계엄 사태를 겪었으나 결연히 대응했다. 몸으로 장갑차와 계엄군을 막아서 국회의 계엄 해제를 이끄는 등 국민적 저항 끝에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이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 신임을 배반한 점을 파면 결정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되고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구두선에 그쳤던 5·18 정신의 명문화 개헌 요구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5·18 정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앞서 진행한 제안설명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용기가, 그들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며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게재하는 개헌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한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조기 대선 후보자에게 건의할 대선 공약에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포함시켰다. 강 시장은 "5·18을 배우고 기억한 시민들이 계엄을 막아냈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내란세력이 헌정질서를 위협하게 해서는 안된다.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통해 더 많은 민주주의자를 키우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전문 수록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광주 방문 단골 멘트로 '헌법전문 수록'을 언급만 할 뿐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2018년 5·18 정신이 담겼던 문재인 전 대통령발 개헌안은 여야 이견 속에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등 사유로 발생하는 권력 공백기가 개헌의 적기로 늘 꼽혀왔고 실제로 여러 차례 개헌 시도가 있었지만 빈번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무산됐다"며 "개헌 방향성이 명료해진 현재 개헌 성사 가능성은 있으나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정신이 대한민국 민주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완성하는 중요한 기치라는 평가는 이미 검증됐다. 위임받은 선출 권력이 초법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경우 이를 원천 봉쇄할 근거가 바로 헌법 전문"이라며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 가치를 국민 모두가 내재화하려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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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상계엄, '민주주의 산 역사' 광주가 답했다 광주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한 600여명의 시민이 광주지법 앞으로 행진을 진하고 있다. 광주비상행동 제공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을 때, 1980년 광주가 떠올랐습니다. 만일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 계엄에 분개해 국회로 뛰쳐나온 시민들이 없었다면 (중략) 지금 대한민국은 80년 5월의 광주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에 우리를 이끌었습니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제안 설명에서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했다.45년 전 비상계엄을 반대하던 수많은 시민이 계엄군에 의해 금남로에서 피로써 민주주의를 외쳤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광주가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만행에 합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광주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보통의 국민의 역사 의식을 대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을 꾸리고 매주 오월 선열들의 기억이 머문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평화집회를 열었다. 광주비상행동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지난 4일까지 총 47회 집회 진행했다. 2차례 상경투쟁도 진행하며 전국에 광주의 목소리를 알렸다.집회 참가자도 연인원 10만5천여명에 달했다. 그 사이 역사강사 황현필씨와 5·18 헬기사격 목격담을 진술했던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단상에 올라 사익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르짖었다.세이브코리아 등 이른바 '윤석열 추종자'들이 금남로에서 윤 전 대통령 옹호 집회를 가졌을 때도 시민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갔다.지역 정치권도 1인 시위와 현수막 게첨 등으로 시민들을 뒷받침 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11일 오전 전남도청 앞에서 윤 전 전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며, 강기정 광주시장도 전날인 지난달 10일 5·18민주광장에서 '국민의 뜻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퇴근길 시민들을 만났다. 문인 북구청장도 광주 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북구청 청사 벽면에 개인 명의로 '헌정유린 국헌문란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광주 시민들이 45년 전 목숨을 내걸고 주장한 것도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였으며, 이번 집회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어지럽힌 데 대한 비판이었다.이같은 주장은 헌재의 결정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헌재는 우리 헌정사적 맥락에서 12·3 비상계엄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음을 꼬집으면서 "피청구인(윤석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서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지역 정가 관계자는 "광주 시민들이 피 흘려 세운 헌법의 가치가 윤석열 정부에서 역사 왜곡과 함께 퇴행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 끝에 12·3 불법 계엄이 있었다.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광주시민들은 45년 전 피비릿내 나는 금남로를 떠올렸을 것"이라며 "아픈 과거가 되살아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노력이 컸다. 이제는 정치의 시즌이다. 광주의 민심이 묵살되지 않도록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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