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작업한 고매 작품
23년 만에 엄선해 전시 '눈길'
독수매·미암매·화엄홍매 등
전남의 이름난 매화 담아내
구불구불 고목 에너지 '강렬'

“매화 중에서도 고매 나무는 구불구불해요. 일반 잡목은 하늘로 퍼져서 올라가는데 매화나무는 그렇지 않죠. 그 나무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힘찬 기운에 매료돼 고매 만을 오랜 시간 그렸어요.”
9일 만난 황순칠 작가는 이번 24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고매(古梅)’ 작품에 천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황 작가는 제24회 개인전 ‘고매화전’을 지난 5일 예술의거리 무등갤러리에서 열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광주에서는 23년 만에 갖는 전시장에서의 개인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작업실에서 전시를 열고 지인들을 초청해 그림과 음악을 함께 즐기며 ‘예술을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개인전을 진행해왔다. 23년 만의 전시장 나들이인만큼 전시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그린 작품 중 엄선한 32점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진다.
“좋은 그림을 그려서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그동안 힘을 비축했어요. 1년에 고매 작업은 몇 점 하지 못하는 데다 정말 좋은 작품을 한 번에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감동스러운 작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게 너무 설레고 그동안 내가 열심히 해왔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한 자리네요.”

그가 엄선한 작품에는 400호 크기의 ‘화엄홍매’를 비롯해 담양의 ‘독수매’ ‘미암매’ ‘와룡매’, 장성 ‘고불매’ 등 전남의 이름난 고매들이 담겼다.
꽃을 활짝 피운 모습의 고매들도 있지만 대부분 꽃을 활짝 피우기 전의 모습으로 담겼다. 여린 꽃을 이제 피워낸 것부터 하얀 눈을 가득 이고 진 모습 등으로 담겼다.

“고매에 빠지게 된 것은 고매의 꽃도 아닌 나무 때문이었어요. 여름의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면 또 가지가 나서 자라는 과정을 거친 고매의 나무를 보면 왜 매화가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지 알 수 있어요. 구불구불한 나무에서 강인함과 남성적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고매의 강인한 힘을 보여주기 위해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보다는 그렇지 않은 때의 모습을 더 많이 담게 됐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작가가 좋아하는 고매는 담양 독수정의 ‘독수매’이다. 독수정은 고려 말 전신민 장군이 지은 정자로 조선이 건국됨에 따라 두 나라를 섬기지 않겠다는 뜻에서 개경을 향해 지었다. 작가는 독수정이 가진 이야기와 매화의 상징적 의미가 맞닿아 있다며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긴 시간이 담겨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그의 작업 스타일 때문이다.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모든 작업 과정을 현장에서 갖는다. 매화가 질 무렵이 되면 계절에 따른 빛, 색감 등이 달라져 철수하고 다음 해에 찾기를 반복했다. 설매를 그릴 때면 꽁꽁 언 손을 불어가며, 매화가 필 무렵에는 언제 매화가 질까 노심초사하며 그려낸 작품들이다.
“매화 나무도 강한 힘을 보여주지만 그 작은 꽃도 얼마나 강인한 지 몰라요. 매화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도 꽃에 있죠. 곡물 중에 조 있잖아요? 조만했던 것이 녹두알처럼 커지다가 점점 커져 노란 콩만해지는데 그 이후 빨갛게 되며 꽃이 쫙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작은 것이 대단하다’ 싶어요. 그 추운 계절을 작은 꽃이 이겨내고 핀다는 것이. 향기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힌지요. 현장에서 고매를 오랜 시간 붙들고 있다보면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면 고매에 더 푹 빠지게 되죠.”

황 작가는 이번 고매전 이후, 올해 서울에서의 개인전을 논의 중이다. 이곳에서는 그가 고매만큼이나 푹 빠져 있는 운주사 천불천탑 작품을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미암매, 독수매 등 옛 선비들의 훌륭한 이야기를 담은 고매들을 많이 담아냇습니다. 이곳에서 봄의 기운과, 고매의 강인함을 만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11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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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변하지 않는 당신의 가치
이명숙 작 ‘행성_별을 헤는 밤’
이명숙 작 ‘행성_꽃바람 1호’
시간이 지나도, 모진 풍파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돌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우제길미술관이 이명숙 초대전 ‘STONE TRACE’를 지난 16일 오픈, 내달 17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진행한다.이명숙 작가는 사물에 대한 집중적 탐구로 주목 받아 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 그는 돌의 흔적을 통해 우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작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돌의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도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자그마한 돌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하나의 별이자 소우주인 점을 깨우치며, 우리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그의 작품은 섬유를 염색해 장지에 배접하고 그 위에 황토와 백토, 분채와 석채를 혼합해 완성된다. 마치 돌탑을 쌓듯 하나하나의 과정에 정성을 들여 신중하게 작업한다.김차순 우제길미술관 관장은 “이명숙 작가의 작품은 한 가지의 사물에 몰입해 담백하고 간결하게 묘사함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사의화로, 현대 회화의 특징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과도 일맥상통한다”며 “대상에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대화하듯 표현된 작가의 작품을 보여 우리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명숙 작가는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한류미술공모전 수상기획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KOTRA 한류미술 공모전 은상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채색공필화와 수묵화 전담 교수로 활동 중이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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