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3점 등 131점 한자리에
아름다움에 실용성까지 갖춰
제작부터 유통·향유까지 소개

날카로운 이빨부터 귀, 눈…. 용의 머리가 섬세하게 묘사됐다. 자기임에도 마치 그린 것처럼. 은은한 비색을 띠는 이 자기는 고려시대에 주전자로 쓰였다. 지금은 세계적 예술품이 된 고려시대 상형청자 중에서도 국보로 지정된 청자 어룡모양 주자이다.
이 주전자에는 약 0.8ℓ의 액체가 들어가는데 소주잔으로 환산하면 약 16잔으로 소주 약 두 병이 담긴다. 단순 아름다움만 갖춘 주전자가 아니라 쓰임까지 고려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미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시 청자 제작 기술까지 알 수 있는 도자이다.

이같은 고려시대 상형청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국립광주박물관 본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이자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동물 뿐만 아니라 인물, 식물 등의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청자는 아름다움의 절정이라 여겨지는 고려청자의 예술성을 대표한다. 이번 전시는 이같은 상형청자를 제작하는 과정과 함께 이것이 어떻게 향유됐고 쓰였는지를 살피며, 또 상형청자에 주로 쓰였던 소재는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신앙의 표현으로 확장된 상형청자도 살펴본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상형청자란'은 일반 청자와 비교해 상형청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당시 상형청자를 주로 사용했던 왕실과 귀족들의 삶을 중심으로 상형청자가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됐으며 쓰였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강진 사당리 가마터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등의 주요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은 당시 장인들의 손맛을, 태안과 진도 바다에서 출수된 상형청자를 통해서는 소비자에게 이것이 어떻게 운송됐는지를 그릴 수 있게 한다.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상형청자의 미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섹션이다. 상상 속 동물 혹은 우리 삶 속 자연을 담아낸 것들로 용과 기린·사자 등을 상서롭게 표현한 청자부터 오리·원숭이를 재치있게 담아낸 도자, 죽순·참외·석류 등의 모양으로 만든 상형청자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원숭이가 석류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만든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은 당시 조상들의 재치에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쓰임이나 아름다움을 넘어 신앙의 표현으로 확장된 상형청자를 살핀다. 도교, 불교 의례용으로 제작된 청자들로 인물 모양, 나한상 형상의 청자들에게서 상서로움을 느낄 수 있다.

최흥선 국립광주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평소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청자 어룡모양 주자 등을 포함해 국보 3점과 보물 4점 등의 명품 상형청자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31점의 상형청자를 한자리에 모은 특별한 자리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귀한 기회"라며 "그 쓰임과 아름다움을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 이해를 돕는 가이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온라인 전시설명서' '어린이용 디지털 전시 가이드' 등 남녀노소 누구나 고려 상형청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CT로 본 상형청자' '만져보고 상상하는 고려 상형청자' 등도 함께 마련돼 상형청자의 우수성을 다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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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날, 광주 미술관 여행해요
백선정 작 ‘5일장’. 충장22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벌써 꽃나무 끝이 불긋해졌다.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칼바람도 어느새 뭉뚝 부드러워졌다. 봄이 성큼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밖으로 향한다. 설레는 봄, 전시와 함께 구도심 여행은 어떤가?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구도심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느릿한 여유를 즐겼다가도 트렌디함은 물론 독특한 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시작은 무등산이다. 증심사로 향하는 야트막한 산길을 살짝 걷다 보면 아담한 현대적 건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의재미술관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로 마감한 건축물과 돌담의 어우러짐만으로도 봄날 산책에 감동을 주는 곳.의재미술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의 정신을 담은 곳으로 그가 눈을 감을 때까지 활동했던 무등산 자락에 세워졌다.의재와 제자들이 합작한 ‘춘설헌 아집도’. 의재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이곳에서는 3일부터 소장품전인 ‘의재와의 아름다운 동행’이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31일까지 이어지는데 의재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있는 의재의 제자 20여명이 그린 사군자, 산수 등 남종문인화 40여 점의 작품이 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이를 통해 남종문인화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음은 물론 우리 삶에서 전통은 현재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다.오전 산책을 마쳤다면, 식사도 해결할 겸 양림동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양림동에는 요즘 주목받는 레스토랑부터 오랜 시간 맛을 이어온 식당, 쉬어가기 좋은 카페가 즐비하다. 여기에 골목 구석구석의 옛 건축물, 이야기는 양림동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이곳에는 옛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미술관이 있다. 남구 이강하미술관으로 30여 년 동안 양림동에서 작업한, ‘무등산 화가’ ‘시민군 화가’ 이강하의 이름을 딴 곳이다.이강하미술관은 지난달 20일부터 광주 3·1만세운동 107주년을 기념한 전시 ‘결연한 기록들’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2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광주 3·1만세운동이 펼쳐진 양림동에서 이뤄져 더욱 흥미를 더한다. 특히 이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역사 기록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광주 여성 독립 운동가들로, 그들의 존재와 여성들의 저항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김희상 작 ‘사람꽃’. 이강하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이강하미술관은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슨트와 전시를 함께 보며 설명을 듣는 것으로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다음 행선지는 충장로이다. 양림동에서 광주천변을 건너면 되니 싸목싸목 산책하기에도 좋다. 좀 더 산책하는 느낌을 내고 싶다면 천변 산책로를 이용해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 목적지는 충장로 5가에 자리한 충장22이다. 충장로 5가는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상업골목이었으나 도심이 옮겨가며 현재는 이전만큼의 활기를 찾기 어려운 곳이다. 충장22는 그런 충장로 5가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문을 연 곳으로 한때 간장공장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은 곳이다. 카페와 갤러리, 작가 레지던시, 공유공간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곳 2층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의 전시가 열린다.이곳에서는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한국현대풍속화전-Real Time Korea’가 열린다. 광주예술공감연구소가 기획한 전시로 어반스케치를 중심으로 작업했던 작가들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일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또 1층 전시실에서는 이번 참여작가들이 도시 풍경을 그려낸 어반스케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모든 전시는 무료다. 이제 운동화만 챙겨 신으면 된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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