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주년 기념하는 자리
구승희·김태형·윤기원 참여
가족·육아 등 친숙한 소재
"어렵지 않게 찾는 공간되길"

"100년이 넘은 정미소를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이 동네 주민을 포함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를 개관전으로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 개관 2주년 전시 또한 같은 맥락의 전시입니다."
이번 나주정미소 작은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전을 기획한 김현희 총괄 큐레이터는 8일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전시명은 이같은 의미를 담은 '수줍은 고백 : 평범한 날들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지난 2일 오픈해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지역 출신으로 서울과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승희, 김태형, 윤기원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상의 순간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작품도 시각적으로 평범한 장면을 새롭게 구성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동화적 표현과 색감이 눈에 띄는 작품을 선보이는 구승희 작가는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 남편, 반려견까지 가족을 화면에 등장시킨다. 매일 보는 익숙한 얼굴,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강렬한 색감으로 팝아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의 윤기원 작가는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인연들을 그린다. 좋아하는 친구, 사랑하는 사람, 우상 등 그의 다양한 인연들. 어떤 이는 음악으로, 어떤 이는 향기로 순간과 사람을 기억하듯 작가는 색상으로 인연을 기억한다. 작품 속 강렬한 색상이 바로 그가 인연들로부터 받았던 인상, 분위기. 이같은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는 다른 이에게, 또 주변 인물은 나에게 어떤 색으로 기억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일상을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브제로, 회화로 나타내는 김태형 작가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육아를 하는 아버지로서의 삶을 시각화한다. 그의 회화에는 아톰 등 친숙한 캐릭터가 보이기도 하고 '집' 시리즈 드로잉은 마치 섬세한 집 도면을 보는 듯도 하다. 자녀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하나도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만든 작품은 나의 어린시절로, 혹은 내 자녀의 어린시절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처럼 친숙한 풍경을 담아낸 작품들은 관람객이 내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들며 어렵지 않게 다가간다. 실제로 이날 작은미술관에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김 총괄큐레이터는 "2~3년 정도는 친숙하게 다가가며 많은 이들이 접근하기 좋은 미술관을 만드려한다. 벌써 이 공간을 찾는 주민도 꽤 생겼다"며 "나주정미소는 공간적으로도 카페와 공연장, 미술관이 어우러져 색다른 즐거움을 주니 이번 개관 2주년 기념전에 오셨다가 나주정미소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정미소의 나주작은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등을 올해 기획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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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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