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 호평 4명 작가 참여
개인서 공존의 자아로 시각 확장
“우리의 하루 돌아보는 계기 되길”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에 쫓기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차분히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날그날이 시계추처럼 반복되다 보니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적고 그저 그렇게 평범한 '하루'의 연속이기 십상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겨를이나 있을까.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이 오는 11월23일까지 본관 3, 4전시실에서 선보이는 2025현대미술기획전 '그리고, 하루'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우리의 하루'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다. '하루'라는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결국 '평범한 날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접속사 '그리고'는 매일 연결되는 삶의 연속성과 오늘과 내일의 교집합으로 이뤄지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강조한 표현이기도 하다.
전시회의 '하루'는 개인의 삶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한 개인에서 비롯된 자아는 공존의 자아로 확장되고 그를 통해 다양한 삶의 결과 시대적인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두 개의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회에는 김선우, 문형태, 정성준, 정승원 작가 등 4명이 참여해 회화와 설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하고 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이 알려진 서양화가를 선정했다"는 게 서영지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가들의 작업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시선을 이끌며 예술적 감성을 이끌어낸다.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1섹션과 4섹션이 자아와 공존에 대한 여정을 담았다면 2, 3 섹션은 일상의 기억을 소환해 내면서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승원 작가(2섹션)는 작품 속에 작가 스스로를 형상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이 눈에 띈다. 작가는 일상의 소소함을 특별한 기억으로 계속 소환한다. 그는 유학 시절의 평범한 시간들, 가족들과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았던 소소한 기억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작품 속 작가의 모습은 '자신의 경험'임을 암시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작품 기법에서 주목할 점은 실크스크린이다. 작가는 여러 장 찍어낼 수 있는 실크스크린을 통해 색감에 변화를 주고 질감에 변주를 주기도 하면서 매번 다르게 떠오르는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부각시킨다.

문형태 작가(3섹션)는 감정의 코드를 숫자로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관계, 하나이면서 여럿'이라는 부제처럼 그는 우리 존재가 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를 전한다. 그는 1-자아, 2-관계, 3-가족, 4-사회, 5-고독처럼 기호화된 숫자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보여주는데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울림이 남는다.
김선우 작가(1섹션)의 작품에서 먼저 읽히는 형상은 '도도새'다. 도도새는 천적 없이 살다 나는 법을 잊어버리고 끝내 멸종된 새다. 작가가 도도새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상실된 비행능력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갖고 언젠가 다시 비상(飛上)할 수 있는 의지에 있다.
'피안(彼岸), 나를 찾는 항해'라는 부제처럼 작가는 세계 곳곳의 춤과 여행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내면을 향해 질문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정성준 작가(4섹션)는 동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작품은 '그럼에도 걷는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법' 등의 제목처럼 은유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들로 가득하다. 생기를 잃어버린 도시를 유랑하면서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청소하고 먹이를 찾아가는 유쾌한 동물들의 모습은 인간들에게 자연 환경에 대한 경고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서영지 학예연구사는 "기획전으로 마련한 '그리고, 하루'는 단순한 삶의 연속성을 넘어 주체적으로 삶을 그려나간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면서 "누구나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데 초점을 둔 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와 우리들의 소중한 하루를 다시 그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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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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