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신… '각시탈' '타짜' 등
다양한 작품…남녀노소에 인기
다수 작품 드라마·영화로 제작
종이 예술의 영상화 이끌기도
대표작 중심으로 아카이브 선봬
'각시탈' '오! 한강' 등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부터 '식객' 등 일상적 소재까지를 아우르며 만화라는 장르의 또다른 지평을 열어 온 허영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6일~10월20일 허영만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를 펼친다.
이번 전시는 도립미술관이 개관 이래 지역 작가 작품 세계를 조망하고 예술의 확장과 연결의 가치를 지향해 온 바, 만화라는 영역으로 문화예술 영역을 확대하는 자리다.
전시의 주인공인 허영만 작가는 올해 만화가로서 데뷔 50년을 맞는다. 작가는 전남 여수 출신으로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만화를 택했다. 1965년 만화가 김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박문윤과 엄희자, 이향원 문하를 거쳐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 공모전에서 '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당선, 만화가로 데뷔했다. 같은 해 소년한국일보사에 연재한 만화 '각시탈'은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서유기'를 재해석한 '날아라 슈퍼보드'가 '대박'을 치면서 그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각시탈' '비트 ' '타짜' '식객' 등의 작품은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허영만의 50년 대표 걸작을 중심으로 만화사에 끼친 영향과 작가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의 대표 작품은 물론 만화 원화와 드로잉, 취재 자료 등 출판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로 꾸려졌다.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 '만화가 허영만' '시대를 품은 만화' '매스미디어 속 만화' '일상이 된 만화' 등 소주제를 통해 그의 작품과 그의 세계를 살펴본다.
'만화가 허영만'은 만화 초기 발전부터 대중문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의 만화사 자료와 함께 작품 연대기를 집대성해 선보인다. '시대를 품은 만화'는 '각시탈' '오! 한강' 속 시대상과 사회 문제 등을 들여다 본다. 특히 '각시탈'은 2012년 KBS2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에서 실제 사용된 각시탈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모은다.
'매스미디어 속 만화'는 종이 예술이 미디어 영상물로 발전하는 과정과 양상을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하며 조명된 만화의 대중적, 예술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날아라 슈퍼보드'와 '비트' '타짜' 등이 이같은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 '일상이 된 만화'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의식주 중 식문화를 다루며 미식 문화 유행을 선도하고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 낸 '식객'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까지 꾸준히 집필하는 그의 '만화일기'를 통해 작가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
허영만은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불법 테이프와 함게 남산에서 화형식까지 치러질 정도로 예술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만화가 많았다"며 "요즘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 만화의 질적 성장을 돕고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어 이제는 만화를 예술이라 따로 칭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그 범주 안에 들어가게 됐다"며 현대사 속 만화 위상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돌이켰다.
이어 데뷔 50주년과 관련해서는 "벌써 50주년이라니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흔적이 남아 있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욕 안먹는 허영만이 되고 싶고 만화가로서는 '그 사람 만화 참 좋았다' '그 사람 만화보고 자라서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었다'던지 큰 임팩트는 아니지만 항상 주위에 있는 만화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한편 도립미술관은 내달 7일 허영만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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