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과 24년 12월, 노래로 잇다

입력 2025.05.08. 17:22 김혜진 기자
[오월에 스미다 <1>시립미술관 민주인권평화전]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 8월17일까지
80년대 '임을 위한 행진곡' 시작
12·3 상징 '다시 만난 세계' 등
민주주의 현장 노래 조명 '눈길'
불의 맞선 시민 힘 미디어아트로
양민하 작 '그대와 그대의 대화'

5월 광주의 문화현장은 서슬퍼런 감시 아래에서도 긴 시간 5·18민주화운동을 문화예술로 승화시켜왔다. 때론 직격으로, 때론 은유로 오월을 이야기해 온 광주 문화현장에는 어떤 작품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 더 이상 우리가 오월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그 시간에 스며드는 전시, 공연, 문화행사 등을 직접 감상하고 소개한다.

성기완 작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

'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온데 간데도 없고 희뿌연 작업등만/남녀모두 이대로 못 돌아가지, 그리운 고향 마을/춥고 지친 밤 여기는 또 다른 고향/여기는 또 다른 고향/그리운 고향 마을/춥고 지친 밤 여기는 또 다른 고향/여기는 또 다른 고향'

전시 입구에 들어서자 김민기의 노래굿 '공장의 불빛'이 흘러나온다. 1978년 만들어진 이 곡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노조 설립을 독려하는 노래극으로 민중가요의 효시로 여겨진다.

서로를 독려하는 민중가요부터 추운 광장에 연대가 되고 온기가 된 대중가요까지, 노래를 키워드로 1980년·2024년의 계엄과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 국민의 힘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전시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의 시작이다.

시립미술관은 매년 5월 즈음부터 민주인권평화전을 선보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가치인 민주, 인권,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로 그 방식과 구성은 매해 달라 사유의 폭을 넓힌다. 올해는 '음악'이 주가 됐다. 민주주의 현장을 지킨 노래를 통해 1980년과 2024년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우리는 지난해 12·3을 겪으며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힘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의 의지를 느꼈다. 1980년에도 지난해에도 국민은 계엄에 숨지 않았고 광장으로 나왔다. 44년이라는 긴 시간을 건너오면서도 달라지지 않은 점은 또 하나 있다. 노래로 서로 연대하며 용기를 나눈 점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1980년에는 '민중가요'로 불리는 노래가, 2024년에는 'K팝'이라 불리는 노래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민주주의 현장에서 노래는 어떤 역할을 했고 그 노래는 어떤 변천사를 거쳤는지를 희귀본 음반을 포함한 아카이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 1층은 1980년을 지탱한 민중가요를 아카이브를 통해 만나본다. 민중가요의 시작과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로 오며 민중가요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등을 희귀 앨범과 희귀 영상 등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가벽을 통과하면 미디어아트로 민주주의의 힘과 5월 광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1층과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5개의 미디어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모두 메시지는 은유하되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들은 각기 희망과 치유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힘을 경험하게 하기도 하고 80년 5월 광주와 24년 12월 대한민국을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임용현 작 '발화의 등대'

이 중에서 임용현 작가의 '발화의 등대'는 관람객 참여로 완성된다. 등대 구조물 주변으로 놓인 마이크에 관람객이 소리를 내면 등대의 불빛이 밝아지며 4대의 모니터 속 세상이 변화한다. 더 많은 사람의 소리가 더해질수록 불빛은 더욱 밝아지고 모니터 속 세상의 변화는 더욱 빨라진다. 우리가 함께 내는 목소리의 힘을 은유하는 작품으로, 누구나 민주주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탄핵 정국 속 시민 시위 현장에서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대형깃발이 다양한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새로운 시위 문화의 등장이었다.

2층에서는 지난 계엄에서 만났던 국민 의식 변화와 달라진 시위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재치있는 문구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었던 시위 깃발을 비롯해 시위 현장에서 불렸던 케이팝 등을 영상과 설치물로 만난다.

같은 층에 설치된 권혜원의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는 이 전시를 관통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 세계 시위 현장에서 실제로 불려지고 기록된 노랫소리들이 담긴 이 작품은, 거리에서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소리가 마치 시위 현장의 바리케이드처럼 거대한 저항의 힘을 갖고 있음을 관람객이 몸소 느끼게 한다. 국민 연대는 무형의 것이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형의 장벽과 같은 힘을 갖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이 전시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희석 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지난해 비상계엄을 맞이하며 많은 사람들이 80년 계엄을 떠올렸을 만큼 1980년과 2024년은 닮아 있다. 하지만 또다시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음은 80년 5월 광주가 가진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며 "두 지점은 연결됐을 뿐만 아니라 반향을 일으켰음을, 둘을 관통하는 음악을 통해 보여주는 자리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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