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우 장 ‘국밥에 담긴 그림’전

입력 2026.06.11. 08:24 최소원 기자
박문종의 그림이 있는 풍경16
선술집 풍경 47x75 종이 먹 근작

말바우 시장의 ‘국밥에 담긴 그림’전.

말바우 장! 그 가장 특별한 공간에서의 전시.

말바우 시장은 인접하여 담양과 곡성 화순 등의 주민들이 가용돈을 마련하기 위한 통로로 쓰인다. 말바우는 시골의 장이 도심의 가정으로 배달되는 정겨운 시장이다.

그 시장 가장 중심 공간은 바로 국밥집이다.

국밥집은 장에 온 사람들의 카페이자 주점이고 레스토랑의 역할을 하는 곳이며 소문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돈의 손을 잡고 친구의 손을 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언제나 뜨끈하게 준비된 한국식 인스턴트 국밥에 서로의 사연을 묻는다.

그 국밥집에 작가들은 주목했다.

그들이 국밥에 그려낸 그림은 다양하다.

울퉁불퉁한 시골길처럼 이 빠진 막걸리 잔이 되기도 하고 정겨운 손님을 받는 주모의 손길이기도 하다. 때로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곱창의 비릿한 냄새가 모두 그림 속에 담겨있다. (중략)

작품들은 국밥집 입구와 메뉴판과 나란히 걸려지기도 하고 선술집에 매달린 달력과 함께 자리하기도 한다. 오가는 이들의 손끝과 입담을 고스란히 그 자리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작가들이 굳이 고상한 전시장을 찾지 않고 국밥집에 소중한 그림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가는 장터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주인장과 손님은 관객이 되어 일상의 평론가가 된다. 정직한 관객이라 했던가. 고상한 말과 상관없이 툭 내뱉는 말 한마디가 평론이 되고 진정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음을 이 전시에서는 볼 수 있다. (중략)

‘말바우 장’ 전 관련 자료

긴 작업으로 이뤄졌던 작품에 국밥 국물이 튈 수도 있다. 이러한 것까지도 관객과 작가는 과정예술이자 생활예술로 받아들인다.’

당시 전고필 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의 전시 발문이다.

시장 인근에 위치한 북구문화의집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는데 전고필 정민룡 투톱이다. 전시회 비용과 서문에서 팸플릿 그리고 레이아웃까지 덕분에 전시회 형식을 갖출 수 있었는데 큰 도움인 것이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상흔이 깊었던 시기 문화예술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이들은 문화해설사 문화 기획으로 1세대 전문가로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이다. 잠깐 여기 삼아 한 일에 그쳤을 것을 군불을 지핀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남도문화판에서 현역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잣거리 시장통에 그림을 걸었으니 국밥 국물이 튀긴들 김칫국물이 튀긴들 무슨 소용인가, 그림인 줄 알면 되지. 구경꾼들이 꽤 드는데 그림만 훔쳐보고 가는 이는 없다.

국밥에 탁배기 그게 입장료인 셈. 분위기는 영락없는 잔칫집인데 손님상이라고 따로 상차림이 필요 없는 것이다. 돼지 부산물로 끓인 음식인 만큼 누린내가 배 들어도 바람벽에는 동백 매화 그림 꽃이 피었다. 붉디붉은 동백은 겨울이 아쉬운 듯 흰 눈가루를 잔뜩 뒤집어쓰고 구석진 곳 노신사는 혼술을 하고 있는데, 단골손님인가 보다. 주모가 다가가더니 “오메 그래도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나제!” “그래요 잔은 채워야 맛이죠!”

‘말바우 장’ 전 관련 자료

나도 타지에 가면 국밥집을 찾는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까운 시장 국밥집을 찾게 되는데 국밥에 탁배기로 허기를 채우고 현지 적응에 들어가는데 지리 정보 말씨 등 국밥집이라는 공통점이 여러 방면 통하게 돼있다.

참여 작가는 당시에도 주목받는 정예 작가들이었다. 고재근, 권승찬, 문학렬, 박문종, 박수만, 윤남웅, 신현진, 정희상, 주경미, 김광철, 초이.

레퍼토리가 다양해서 회화 설치 사진 퍼포먼스까지 작품들은 시장과 관련지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퍼포먼스를 한 김광철 작가는 시장에서 인기 만점이었는데 북새통인 시장 바닥에서 퍼포먼스인들 온전하게 보일까 싶어도 진행 중에 담배를 입에 꼬나물면 관객들이 서로 라이터를 꺼내들고 불을 붙이겠다고 난리였으니 관객과의 교감이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다.

광주에도 선술집이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있다.

남은 집 대부분은 시장통 국밥집이다.

골목을 한 번 접고, 두 번 접고, 세 번….

요즘 그런 집 찾기가 쉽지 않지만 남광주시장통에 한 골목, 대인시장에 한 골목, 양동시장에 한 골목, 그리고 말바우 장….

머릿고기 50x74 종이 먹 2004

나는 이 장에서 한동안 드로잉 작업을 했다.

근처 아파트에서 살 때인데 종이와 필묵을 챙겨들고 아내는 애기를 포대기해서 업고 장보기를 한 것이다. 장을 보는 동안 난 노점을 편 할매마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지나는 인물들의 몸동작을 빠른 손놀림으로 그리던 것이다. 이때부터 ‘노지작업’이 본격화되는데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것도 극복의 대상인 것이다. 학습효과가 있었다. 움직이는 물체의 잔영을 붙드는 데에는 이때부터 오픈된 공간에서의 작업이 이어지는데 대인 야시장 프로젝트에서 행인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라 할지 아이들 프로그램 땅과예술(자연미술)에서도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지는데 하다 보니 퍼포먼스 수준이다.

말바우장 전은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담양장에서 시작해서 말바우장 이후 중흥동 프로젝트 대인시장으로 이어졌으니 연결고리가 확실해진 것이다. 다음에는 중흥동,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산동네 점집 많은 언덕바지 집들 ‘와우주막’에 얽힌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정리=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