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오늘 잇는 한국 3대 도자기
발굴·조사 운대리 가마터 총 27기
운곡마을 터, 2017년 박물관 개관
500여년만에 재현, 내년 본격생산
여러해외 작가 참여 국제도예 교류

고흥 흙이 분청사기로 꽃피웠다.
15세기 중반 조선 세종조(1,418~1,450년), 흥양현(고흥군) 운대리 일대 분청사기 가마터들은 연일 불을 내뿜었다. 분청사기를 만드는 흙인 태토, 흰 점토인 분장토, 광택을 내는 유약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분청사기의 전성기였다. 운대리 도공들은 대접, 접시, 잔, 병, 편병, 항아리, 장군, 단지, 벼루, 제기를 구워내느라 땀과 정성을 쏟았다. 왕실에 납품하는 공납자기는 조운선에 실려 한양으로 갔다. 하지만 운대리 가마터가 생산한 분청사기는 대접과 접시가 태반이었다. 민수용 자기인 일상 생활용도로 주로 만들었음이다. 백성의 그릇이 되었다. 짐작컨대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고, 백성의 생활안정을 우선시 한 세종의 애민적 실증의 산물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세조때인 1,467년 경기도 광주에 왕실 전용 백자 가마인 관요(官窯)가 설치됐다. 분청사기는 점점 쓸모를 잃었다. 백자가 왕실과 국가용 그릇으로 채택된 때문이었다. 16세기 전반쯤이다. 운대리 가마들의 뜨거운 불도 그때부터 사그라들었을 게다.
그 후, 5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흥 운대리 일대 가마터들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1970년대 운대리 일대는 사금파리가 널브러졌다. 밭일하다 손에 채이면 버려지고, 심지어 개밥그릇으로도 쓰였다. 그게 분청사기일 줄이야. 학계에 알려지면서 1980년부터 조사해보니 지금껏 분청사기 가마터 27기, 청자 가마터 5기가 발굴 조사됐다.

한샛별 학예연구사는 “고흥 운대리는 기후 지형 점토 자원 운송 등 분청사기 제작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주변에는 풍화된 응회암과 유문암 등 분청사기 제작 원료로 활용가능한 지질자원이 풍부하게 분포돼 있다”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곳은 조선시대 분청사기 최대 생산지로 추정된다. 아직 발굴 조사되지 않은 곳도 많을 터. 그야말로 고흥 운대리 일대가 백성들이 사용하는 분청사기 도자사(史)의 중심에 섰던 것이다. 당연하듯 고흥 운곡마을 가마터(1,2호)는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519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고흥군이 나섰다. 고흥군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99. 운암산을 배경삼은 터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2017년 10월31일 개관했다. 분청사기 가마터가 가장 많이 발굴된 운곡마을에 자리잡았다. 운곡마을은 1,2호 가마터가 발굴된 곳이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대한민국 3대 도자기인 분청사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이다.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 보존하고 분청사기를 비롯한 도자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문을 열었다. 전통과 오늘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박물관 사람들과 국내 입주작가들은 그동안 고흥의 흙으로 분청사기의 뿌리를, 재료를 찾아 분청사기를 복원하는 노력을 펼쳐왔다.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이제 고흥 흙이 500여년만에 다시 분청사기로 꽃피운다.
조선 초기 남쪽 끝, 외딴 흥양현에서 만들었던 분청사기가 500여년 세월을 지나 2027년 우주항공도시 고흥에서 다시 꽃을 피우게 된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개관 10주년 되는 해이다.
신경숙 학예연구팀장은 “올해는 대량 생산시설 공간 마련 등 기반을 갖추고, 2027년부터 분청사기 특화제품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옥다목적체험관을 분청사기 제품을 만드는 시설로 바꾸고, 작가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제품을 본격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여하튼 고흥 흙을 사용해서 만든 시제품은 올 하반기쯤 나올 예정이다. 백토 분장의 아름다움이 시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이다.
특히 분청사기에 대한 해외작가들의 관심도 높다. 한국만의 독특한 도자기 문화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동안 이곳에서 워크샵을 열고 작품활동까지 한 해외작가만 십수명에 달한다. 프랑스, 에콰도르,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오스트리아, 스웨덴, 싱가폴, 대만 작가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미국과 스페인 도예 작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흥을 중심으로 한 국제 도예 예술 교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혜영 관장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유망 도예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고흥을 찾으면서 고흥이 세계 도예 교류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 작가들의 창작 지원과 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흥 분청사기’를 세계 도자문화의 중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분청사기 뿐더러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공간이기도 하다. 전시실, 체험학습실, 역사문화실, 설화문학실, 분청문화공원, 공방, 뮤지엄샵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상 3층 규모 총 5개 전시실에 1천200여점의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1층은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 뮤지엄삽(문화상품점), 카페가 있다. 2층은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이 있다. 박물관 앞 뜨락에 분청문화공원도 멋스럽다.
고공석기자 ksko1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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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 5·18 46주년 맞이 GV 프로그램···한국 현대사 돌아보는 '자리'
영화 ‘남태령’ 스틸컷.
광주극장이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특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민주주의와 저항, 기억과 상처를 다룬 영화들을 통해 광주와 한국 사회가 지나온 역사의 장면들을 다시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먼저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영화 ‘남태령’ 스페셜 시사회와 미니 GV가 열린다. 김현지 감독의 작품인 ‘남태령’은 SNS 공간에서 우연히 모인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에서 함께 연대하며 만들어낸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겨울 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동지’가 돼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경쾌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영화는 “이렇게 귀엽고 매콤한 투쟁, 이게 남태령 코어야!”라는 문구처럼 오늘날 청년 세대의 새로운 연대 방식과 광장의 감각을 담아내며 주목받았다. 상영 후에는 김현지 감독이 직접 참석해 관객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은 한채원 이서점 대표가 맡는다.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스틸컷.이어 20일 오후 6시 30분에는 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특별 상영과 함께 고 김재규 장군 46주기 추도 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기념해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다시 바라보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함세웅 신부의 집전으로 진행되는 추도식으로 시작된다. 이후 상영되는 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은 10·26 사건 당시의 언론 보도와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의 발표 장면을 바탕으로 박정희와 김재규의 관계를 추적하며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재조명한다.영화는 조선경비대 시절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과 유신체제, 부마민주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교차 구성하며 김재규의 선택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까지 내리려 했던 박정희 정권 말기의 상황 속에서 김재규가 어떤 결단에 이르게 됐는지를 중심적으로 다룬다.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작품의 기획 의도와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김재규장군명예회복추진위원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고 전국시국회의, 광주전남송죽회, 광주전남민주동우회, 1026함께보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한다.영화 ‘둥글고 둥글게’ 스틸컷.영화 ‘꽃잎’ 스틸컷.오는 23일에는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영화 ‘둥글고 둥글게’와 ‘꽃잎’ 연속 상영 및 GV가 진행된다.‘둥글고 둥글게’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시청각 프로젝트로, 장민승 감독이 연출하고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5·18민주화운동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한국 사회의 역사적 변곡점을 아카이브 영상과 음악, 전시적 연출을 결합해 입체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특히 정재일 음악감독이 시편을 기반으로 작곡한 라틴어 합창곡은 1980년대 한국 사회의 풍경과 광주의 기억을 깊이 있게 되새기게 한다. 영화와 공연, 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 역시 관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상영되는 ‘꽃잎’은 장선우 감독의 작품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로 무너진 한 소녀의 삶을 통해 개인의 상처와 사회적 폭력을 동시에 응시한 작품이다. 1996년 개봉 당시 강렬한 메시지와 실험적 연출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올해 개봉 3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두 작품 상영 후에는 장선우 감독과 장민승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GV가 이어진다. 진행은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맡아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의 역할과 의미, 기억의 방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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