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분청문화박물관(상) 고흥 분청사기

입력 2026.03.17. 18:20 고공석 기자
고흥 흙이 분청사기로 꽃피웠다
전통-오늘 잇는 한국 3대 도자기
발굴·조사 운대리 가마터 총 27기
운곡마을 터, 2017년 박물관 개관
500여년만에 재현, 내년 본격생산
여러해외 작가 참여 국제도예 교류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를 재현한 제품들.

고흥 흙이 분청사기로 꽃피웠다.

15세기 중반 조선 세종조(1,418~1,450년), 흥양현(고흥군) 운대리 일대 분청사기 가마터들은 연일 불을 내뿜었다. 분청사기를 만드는 흙인 태토, 흰 점토인 분장토, 광택을 내는 유약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분청사기의 전성기였다. 운대리 도공들은 대접, 접시, 잔, 병, 편병, 항아리, 장군, 단지, 벼루, 제기를 구워내느라 땀과 정성을 쏟았다. 왕실에 납품하는 공납자기는 조운선에 실려 한양으로 갔다. 하지만 운대리 가마터가 생산한 분청사기는 대접과 접시가 태반이었다. 민수용 자기인 일상 생활용도로 주로 만들었음이다. 백성의 그릇이 되었다. 짐작컨대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고, 백성의 생활안정을 우선시 한 세종의 애민적 실증의 산물에 다름아니다.

고흥분청박물관 진입로에 꾸며놓은 분청사기 돌담갤러리.

그러나 세조때인 1,467년 경기도 광주에 왕실 전용 백자 가마인 관요(官窯)가 설치됐다. 분청사기는 점점 쓸모를 잃었다. 백자가 왕실과 국가용 그릇으로 채택된 때문이었다. 16세기 전반쯤이다. 운대리 가마들의 뜨거운 불도 그때부터 사그라들었을 게다.

그 후, 5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흥 운대리 일대 가마터들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1970년대 운대리 일대는 사금파리가 널브러졌다. 밭일하다 손에 채이면 버려지고, 심지어 개밥그릇으로도 쓰였다. 그게 분청사기일 줄이야. 학계에 알려지면서 1980년부터 조사해보니 지금껏 분청사기 가마터 27기, 청자 가마터 5기가 발굴 조사됐다.

운대리 분청사기를 꽃피운 고흥 흙.

한샛별 학예연구사는 “고흥 운대리는 기후 지형 점토 자원 운송 등 분청사기 제작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주변에는 풍화된 응회암과 유문암 등 분청사기 제작 원료로 활용가능한 지질자원이 풍부하게 분포돼 있다”고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곳은 조선시대 분청사기 최대 생산지로 추정된다. 아직 발굴 조사되지 않은 곳도 많을 터. 그야말로 고흥 운대리 일대가 백성들이 사용하는 분청사기 도자사(史)의 중심에 섰던 것이다. 당연하듯 고흥 운곡마을 가마터(1,2호)는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519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고흥군이 나섰다. 고흥군 두원면 분청문화박물관길 99. 운암산을 배경삼은 터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2017년 10월31일 개관했다. 분청사기 가마터가 가장 많이 발굴된 운곡마을에 자리잡았다. 운곡마을은 1,2호 가마터가 발굴된 곳이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대한민국 3대 도자기인 분청사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이다.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 보존하고 분청사기를 비롯한 도자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문을 열었다. 전통과 오늘을 잇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운대리 14호 가마터 1/2축소 모형과 도편 아트월.

이곳 박물관 사람들과 국내 입주작가들은 그동안 고흥의 흙으로 분청사기의 뿌리를, 재료를 찾아 분청사기를 복원하는 노력을 펼쳐왔다.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이제 고흥 흙이 500여년만에 다시 분청사기로 꽃피운다.

조선 초기 남쪽 끝, 외딴 흥양현에서 만들었던 분청사기가 500여년 세월을 지나 2027년 우주항공도시 고흥에서 다시 꽃을 피우게 된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개관 10주년 되는 해이다.

신경숙 학예연구팀장은 “올해는 대량 생산시설 공간 마련 등 기반을 갖추고, 2027년부터 분청사기 특화제품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운암산을 배경삼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전경.

올해는 한옥다목적체험관을 분청사기 제품을 만드는 시설로 바꾸고, 작가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제품을 본격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여하튼 고흥 흙을 사용해서 만든 시제품은 올 하반기쯤 나올 예정이다. 백토 분장의 아름다움이 시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이다.

특히 분청사기에 대한 해외작가들의 관심도 높다. 한국만의 독특한 도자기 문화에 대한 동경이랄까. 그동안 이곳에서 워크샵을 열고 작품활동까지 한 해외작가만 십수명에 달한다. 프랑스, 에콰도르,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오스트리아, 스웨덴, 싱가폴, 대만 작가들이 참여했다.

올해는 미국과 스페인 도예 작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흥을 중심으로 한 국제 도예 예술 교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혜영 관장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유망 도예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고흥을 찾으면서 고흥이 세계 도예 교류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 작가들의 창작 지원과 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흥 분청사기’를 세계 도자문화의 중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분청사기 뿐더러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공간이기도 하다. 전시실, 체험학습실, 역사문화실, 설화문학실, 분청문화공원, 공방, 뮤지엄샵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상 3층 규모 총 5개 전시실에 1천200여점의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1층은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 뮤지엄삽(문화상품점), 카페가 있다. 2층은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이 있다. 박물관 앞 뜨락에 분청문화공원도 멋스럽다.

고공석기자 ksko1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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