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르’로 설정, 접근성 제고
전문예술인들 참여 메시지 전달
동화형식 홍보물·전자책도 눈길
촉감바·촉감타일 통해 감상 도와

장애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느끼는 세상은 비장애인이 본 모습과 다를까.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본 세상 가운데 참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체험형 전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펼쳐진다.
ACC는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오는 6월 29일까지 '2025 ACC 접근성 강화 주제전,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ACC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협력해 마련됐다. 전시 제목인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전시 참여 작가인 김원영 씨가 지난해 펴낸 책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에서 발췌한 문구로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우리의 몸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변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배리어 프리(무장애)'를 보조수단이나 장치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구축해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오감을 활용해 작품을 체험하는 전시 특성상 관람객 대신 '참여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이들의 접근성을 쉽게 하기 위해 전시 공간도 문화창조원 1층의 로비와 복합전시6관을 활용했다.
전시 공간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는 촉지도와 동화 형식으로 꾸며진 홍보물과 점자책도 눈길을 끈다. 특히 어린이 참여자를 위한 교구재와 굿즈들은 전시 작품의 형태를 빌려 주제를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에코백의 손잡이는 체온에 따라 천의 색깔이 변하기도 하고, 패턴 디자인이 들어간 양말은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오른쪽, 왼쪽 상관없이 신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전시장에는 어린이 및 시각장애인 참여자를 위해 벽면에 촉감바를 설치해 전시의 동선을 안내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을 촉감타일로 제작했다. 손이 새겨져 있으면 만져볼 수 있고, 발이 그려져 있으면 직접 작품을 들고 걸어보며 작품을 느끼는 방식이다. 또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해 참여자들이 신체적 불편함과 상관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는 무장애, 장애, 참여, 상호작용 예술을 연구해 온 국내외 5인(팀)의 작가들의 신작과 대표작품으로 구성됐다.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no.2'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코끼리 모형을 통해 혐오, 분리, 결핍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이며, 촉각으로 느끼는 코끼리의 모습이 저마다 다를 수 있음을 전한다.

아야 모모세의 '녹는점'은 커피바와 같은 공간에서 작가의 체온과 동일한 물을 참여자들에게 제공해, 타인에 대한 낯섬과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송예슬 작가는 '아슬아슬'을 통해 서로 다른 환경과 신체를 가진 타인이 어떤 감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전한다.
이밖에도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궤도', 김원영·손나예·여혜진·이지양·하은빈 작가의 작품 '안녕히 엉키기' 등이 참여자들에게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를 기획한 박예원 학예연구사는 "장애와 비장애, 친근함과 불편함 등 이분법적인 경계는 타자가 아닌 나 스스로 정해 놓았다는 생각에서 전시를 기획했다"며 "오감을 활용해 저마다의 관점으로 작품을 느껴보고,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할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23일부터 8월22일까지 서울 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이어진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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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현장, 광주 전일빌딩서 직접 듣는 5월의 아픔 11일 오후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옥상에서 옛 전남도청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앞두고 전국에서 수많은 방문객들이 광주를 찾는 가운데,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오월가족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직접 들어보고 건물 곳곳에서 45년 전의 흉터를 찾아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11일 오후 전일빌딩 245."5·18민주화운동은 왜 일어났을까요?"하는 해설사의 물음에 "전두환이 광주에 계엄군을 보내서요", "광주 시민들이 끝까지 저항했어요" 등 어린이들의 당찬 대답이 이어졌다.11일 오후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옥상에서 옛 전남도청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이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프로그램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참여자들이다.'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는 오월가족이 겪은 오월의 기억과 현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오월가족 강연'과 오월 안내 해설사와 함께 전일빌딩245를 탐방하는 '해설 프로그램'으로 구성, 오는 10월까지 총 25회 운영된다. 이번 달에는 8~11일, 14~18일, 21~25일 등 총 14회 진행된다.이날 프로그램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여자 30여명이 오월 가족과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오월가족 강연'에는 오월어머니회 추혜성씨가 나서 자신이 겪은 5·18의 경험과, 5·18부상자인 남편 김영봉 씨와 가족들이 겪고 아픔에 대해 언급했다. 추씨가 자신의 가족들까지 이어진 트라우마와 5·18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괴롭게 하는지 설명하며 "현재 복원 중인 옛 전남도청에 관심을 갖고 나중에 꼭 방문해달라" 하자 많은 참여자들은 "꼭 오겠다"고 답했다.11일 오후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총탄 흔적을 바라보고 있다.참여자들은 뒤이어 전일빌딩245의 옥상으로 올라가 옛 전남도청 일대를 살펴보고 10층의 5·18 전시관으로 이동해 45년 전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눈에 담았다. 당시 전남도청에 있다가 마지막날에 빠져나온 김순이 해설사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참여자들은 원형이 보존된 총탄 흔적에 눈을 떼지 못했다.김 해설사가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해설을 하고 있다. 여러분도 여기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해주길 바란다"고 하자 참여자들도 "그렇게 하겠다"며 박수로 화답했다.부산에서 온 박수이(10)양은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을 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는데 총알 자국을 보고 나니 너무 화가 나고 돌아가신 분들이 안쓰럽다"며 "나였으면 무서워서 도망갔을 것 같은데 끝까지 저항한 광주시민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말했다.11일 오후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추혜성씨로부터 5·18로 겪은 아픔에 대해 듣고 있다.이날 프로그램을 안내한 연아름 해설사는 "올해 5년을 맞은 ACC '가슴에 묻은 오월이야기'는 오월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어 뜻깊은 프로그램"이라며 "다음 세대에 5·18의 진실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가슴에 묻은 오월 이야기' 참가 신청은 ACC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예매나 현장 예매 모두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참여가 가능하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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