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꿈결 속에서도 글귀 하나 쥐고

입력 2025.01.02. 10:36 최소원 기자
이수하(본명 이선행) 시 부문 당선자

아버지 산소 가는 길에 보았습니다. 환삼덩굴이 칭칭 감아 오른 나무를. 환삼덩굴이나 사위질빵 덩굴이 나무를 오르며 촘촘한 그물을 짜기에 작은 새들이 비바람과 천적을 피해 살아갑니다.

당선 전화를 받고 그 나무가 내 안에 들어옵니다. 이른 새 떼가 날아오릅니다. 기쁨 반 무거움 반 섞인 어깻숨을 쉽니다.

입구가 긴 병 속이라 생각했던 삶이 시를 쓰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집안일을 하다 물 묻은 손을 닦고서, 길을 걷다 어느 집 담장 밑에 서서 내게 온 문장을 놓칠세라 휴대전화에 메모했습니다. 꿈결 속에서도 글귀 하나 쥐고 잠을 들락거렸습니다.

독이 든 열매를 먹고 비상하는 새처럼 부자유한 상황을 디딤판으로 시를 쓰겠습니다. 돌멩이 하나를 꼭 쥐어봅니다. 어딘가에 굄돌같이 제 시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보다 기뻐하실 분들이 떠오릅니다. 내 안으로 침몰하지 않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신 존경하는 이승하 교수님. 오랜 인연이었던 동작 문학반 맹문재 교수님 끝까지 도움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은 갚은 것 같습니다. 굽은 터널이라 느낄 때 불빛이 되어주신 나비족장 박지웅 선생님과 이경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랜 습작기 동안 좋은 인연으로 만났던 선생님들과 문우들 모두 감사합니다. 미완성 나의 시 당신과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이수하(본명 이선행) 시 부문 당선자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 창작 전문가과정 3년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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