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응모작은 161편으로 예년보다 부쩍 늘었다. 한국문학에 축복처럼 찾아온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향이 아닐까 짐작했다. 여러 세대의 글쓰기가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제출되었는데 치매, AI, 반려동물, 여행, 요리, 실직, 결혼과 육아와 같이 일상적인 소재가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문장력이 미흡한 가운데 읽을 만한 작품들은 낯익거나 작위적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6.25, 소록도 한센인과 같은 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도 없지 않았으나 재현과 형상화가 아쉬웠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 '양도된 삶', '고릴라를 만나다', '당신의 자격증', '사이먼 가라사대', '신탄진'을 눈여겨보았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는 군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아들을 데리러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신선했으나 과거의 선임과 조우하고 아버지의 편지를 전달받는 부분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꾸며져 있다. '양도된 삶'은 디지털 디톡스, 게임 연인이니 하는 흥미로운 소재와 거기에서 파생하는 관계의 이야기가 어우러지지 않았다. '고릴라를 만나다'는 동물원 부근에서 펼쳐지는 상처 입은 가족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고 있는데 결말의 환상으로 처리된 아프리카 부분이 서사적 퇴행으로 읽혔다. '당신의 자격증'은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구성도 탄탄하였다. 그 실감이 정통적인 서술 방식의 답답함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사이먼 가라사대'와 '신탄진'이 남았다. '사이먼 가라사대'는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의 하루 외출을 그린다. 미니멀한 일상 세계를 저며내는 솜씨가 좋으며 문장력도 세련되었다. 소설에서 인용되는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은 소감이 들기도 했다. 예측이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 서사 전개가 아쉽기는 했으나 그건 큰 약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신탄진'은 장소성, 지역성을 살려 사람살이의 비의를 담담하게, 그러나 묵직한 감동으로 빚어내는 작품이었다. '사이먼 가라사대'에 비해 문장이 성글고 구성이 투박한 구석이 있다. '신탄진'은 거친 솜씨가 유보적인 마음을 일으켰다가도 작가의 진정성이 당기는 힘이 적잖았다. 쥐뿔도 없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인생들이 연민도 절망도 없이 서늘하게 살아나는 건 어디서 기인하는가? 순전히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투영된 힘이 아닌가. 이 신인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고, 앞으로 활동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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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문화재단, 예술인 위한 창작공간 지원 영암 이안미술관 전시실.전남문화재단 제공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예술인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전남문화재단이 '2025 전남문화예술지원사업 창작공간지원'에 참여할 예술가를 모집한다.'창작공간지원사업'은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의 레지던시·기획프로그램 운영과 예술인들의 창작공간 활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올해 사업에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영암 이안미술관과 해남 행촌문화재단, 기획프로그램에 목포 문화예술협동조합 나무숲, 담양 공예미술관 보임쉔, 목포 씨네로드가 선정됐다.이들 단체는 각각의 창작공간에서 작품활동을 할 예술인들을 모집하며, 전남문화재단은 작품 제작비, 역량 강화, 주민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진행한다.영암 이안미술관은 '보는 영암 아리랑'을 주제로 활동할 작가 5명을 오는 21일까지 모집한다.4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이상 입주해 활동해야하며, 참여 예술가에게는 월 50만원의 창작지원비, 10만원의 재료비, 창작 및 전시 공간, 숙소 등이 제공된다.해남 행촌문화재단 이마도창작레지던시 전시실.전남문화재단 제공해남 행촌문화재단은 오는 20일까지 '이마도 국제 창작 레지던시'에 참여할 작가를 모집한다.장기 레지던시는 국내작가 4명(팀), 단기는 국내·해외작가 5명(팀)을 모집하며 대상은 개인전 3회 이상 경력의 시각 예술가다. 참예 작가에게는 창작지원비, 재료비, 작업공간과 거주공간, 외부 전시회 및 해외 워크숍 등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목포 문화예술협동조합 '나무숲'은 '섬의 스토리를 화폭에 담다-섬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창작작업을 함께할 설치작가 4명을 오는 26일까지 모집한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창작공간, 창작지원비, 재료비, 결과발표 전시 및 도록 제작 등이 지원된다.담양 공예미술관 보임쉔은 '공예로 같이-가치'를 주제로 공예 및 디자인 분야 작가 3명을 4월11일까지 모집한다.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비, 창작 및 커뮤니티 공간, 개인전 개최 및 시제품 제작 지원 등이 제공된다.목포 씨네로드는 영화 창작공간 활성화를 목표로 '오감동 씨네클럽 2기·히스토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오는 26일까지 신진 영화인 2명을 모집한다. 참여 예술인에게는 5월부터 8월까지 창작활동기간 동안 월 50만 원의 창작활동비, 촬영 장비, 멘토링 등이 지원되며, 시나리오 기획 개발과 사전 제작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참여 예술가 모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신청 방법은 전남문화재단 누리집 및 각 참여단체 블로그와 누리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전남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내 다양한 창작공간을 거점으로 삼아 전남에서 활동하거나 전남과 교류할 예술인의 창작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전남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보다 풍성해지고,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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