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지역성 살려 사람살이 비의···담담하고 묵직한 감동

입력 2025.01.02. 10:26 최소원 기자
전성태 소설가

올해 응모작은 161편으로 예년보다 부쩍 늘었다. 한국문학에 축복처럼 찾아온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향이 아닐까 짐작했다. 여러 세대의 글쓰기가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제출되었는데 치매, AI, 반려동물, 여행, 요리, 실직, 결혼과 육아와 같이 일상적인 소재가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문장력이 미흡한 가운데 읽을 만한 작품들은 낯익거나 작위적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6.25, 소록도 한센인과 같은 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도 없지 않았으나 재현과 형상화가 아쉬웠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 '양도된 삶', '고릴라를 만나다', '당신의 자격증', '사이먼 가라사대', '신탄진'을 눈여겨보았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는 군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아들을 데리러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신선했으나 과거의 선임과 조우하고 아버지의 편지를 전달받는 부분이 지나치게 극적으로 꾸며져 있다. '양도된 삶'은 디지털 디톡스, 게임 연인이니 하는 흥미로운 소재와 거기에서 파생하는 관계의 이야기가 어우러지지 않았다. '고릴라를 만나다'는 동물원 부근에서 펼쳐지는 상처 입은 가족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고 있는데 결말의 환상으로 처리된 아프리카 부분이 서사적 퇴행으로 읽혔다. '당신의 자격증'은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구성도 탄탄하였다. 그 실감이 정통적인 서술 방식의 답답함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사이먼 가라사대'와 '신탄진'이 남았다. '사이먼 가라사대'는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의 하루 외출을 그린다. 미니멀한 일상 세계를 저며내는 솜씨가 좋으며 문장력도 세련되었다. 소설에서 인용되는 앨리스 먼로의 단편을 읽은 소감이 들기도 했다. 예측이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 서사 전개가 아쉽기는 했으나 그건 큰 약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신탄진'은 장소성, 지역성을 살려 사람살이의 비의를 담담하게, 그러나 묵직한 감동으로 빚어내는 작품이었다. '사이먼 가라사대'에 비해 문장이 성글고 구성이 투박한 구석이 있다. '신탄진'은 거친 솜씨가 유보적인 마음을 일으켰다가도 작가의 진정성이 당기는 힘이 적잖았다. 쥐뿔도 없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인생들이 연민도 절망도 없이 서늘하게 살아나는 건 어디서 기인하는가? 순전히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투영된 힘이 아닌가. 이 신인에게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고, 앞으로 활동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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