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무색한 '군공항 이전'···제자리만 '맴맴'

입력 2023.08.20. 19:01 선정태 기자
광주시 인센티브·전남도 대화 호소 불구
‘최적 후보지’ 무안 무조건 ‘NO’ 고수
함평 흔들·고흥은 현실성 떨어져
“공동발전 위해 공론의 장 만들어야”
광주 군공항에서 수송기가 이륙하고 있다. 무등일보DB

광주군공항(이하 군공항) 이전을 위한 법·재정적 기반이 되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군공항법)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광주 군공항이전 특별법 시행령'까지 의결됐지만, 군공항 이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이 제정되기만 하면 그동안의 묵은 갈등이 단번에 해소되고 이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지만 광주시와 전남도, 전남도와 지자체간 이견과 갈등만 되풀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공항 이전법 둘러싼 광주·전남의 동상이몽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에 유리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른바 독소조항이었던 시행령 제3조(사업비 초과발생 방지) 중 2항에 있는 '초과사업비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그 예방을 위해 종전부지(현재 광주군공항 부지) 개발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에서 '종전 부지 개발계획 변경'을 제외했다.

여기에 이전사업비 초과발생이 국가로부터 비롯됐을 경우를 대비해 '국가는 초과사업비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군공항 시설의 규모 및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했으며, '예비후보지가 선정되면 이전지역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지원위원회의를 구성·운영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하지만 전남도는 '개정된 시행령에 이전 주변지역 지원대책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이주대책,생계대책, 교통망 확충, 배후 산단 조성 등 의무적 지원사업과 ▲이전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실시 면제 등이다.

문제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양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군공항 이전지로 가장 적합한 무안군을 설득하기 위한 양 시·도간 협력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도지사 설득·호소…아랑곳 않는 무안군

전남도의 '인센티브 선제시'에 광주시가 군 공항 유치 지역에 기존보다 5천500억 원을 얹은 1조원의 지원 카드를 내밀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시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 여론' 설득작업에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6월12일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광주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 당위성과 전남도 지원사업 지원 등을 설명했고 같은 달 26일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송남수 범대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또 최근 지역 방송에 출연,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지역 발전을 위해 군공항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며, "무안군이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광주시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과 전남도의 적극적인 대화 요청에도 무안군은 주민 의견 조차 물어보지 않은채 무조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산 군수는 지난달 본보에 "광주 군 공항 이전 시 전투기 소음피해로 무안군의 성장동력이 꺾이게 된다"며 "농수축산물의 부정적 이미지 낙인으로 농가소득 감소와 축산업 붕괴가 불가피하고 어업은 피해보상 증빙이 어려워 보상도 받기 힘들다.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군공항 이전 반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멀어지는 함평·현실성 없는 고흥

사실상 '플랜B'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군공항 이전은 무안군만을 염두해 둘 수 밖에 없지만, 무안군의 완강한 거부는 또 다른 후보지를 찾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군공항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곳은 함평군.

군공항이 들어서면 지역발전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상익 군수는 지난 5월 군공항 이전에 대한 입장 표명 담화문을 직접 발표하고 주민 의견에 따라 농번기가 끝나는 8월 말까지 군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오면서 여론조사를 오는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흥군민들이 군공항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흥군 퇴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광주군공항 고흥유치위원회'는 최근 전남도청과 무안군청을 방문해 광주 군 공항은 고흥에,민간공항은 무안에 이전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유치위는 필요 면적의 2배인 3천100㏊(930만평)의 국유지와 군유지를 보유하고 있고, 바다와 인접해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흥만 간척지가 군 공항 이전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흥군이 현재로선 군 공항 유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인 데다, 군공항 이전지로 지목한 간척지는 다른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통과로 군공항 이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관련 지자체간 이견과 갈등, 중재노력 부재, 무조건적인 반대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광주·전남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관련 지자체들이 하루빨리 협상테이블로 나와 충분한 논의를 하고, 이전 후보지들도 무조건 반대에서 벗어나 주민의 진정한 뜻을 들어보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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