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람하고 기품 있는 소나무들은 정 대표를 활기차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의 마음을 빼앗아간 나무인지라 관리에 쏟는 노력과 투자도 진심이다. 그는 그만의 소나무 수목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소나무를 좋아했던 그가 이 밭을 소개받은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리 잡은 희망 사항이었다. 그런데 희망과는 달리 좀처럼 진도는 나가질 못했다. 매물 대상지를 구매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 10여년이 걸렸으니 소나무 수목 정원에 대한 목표도 커졌다. 그렇기에 어디를 가다 눈에 들어온 나무나 소나무 숲들을 보면 반드시 보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가 품고 있는 소나무 수목원을 만들고 싶은 그만의 노력이다.
특히 루몽드 수목정원은 외지의 좋은 소나무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자생이라는 특이점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루몽드 수목정원은 사계절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에 맞는 꽃과 식물들이 주인공이 된다. 봄에는 노란 수선화꽃이 해맑은 얼굴로 은은한 풍경을 연출하고,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도 빠지지 않는다. 봄에 무슨 동백이냐고. 수목원이 위치한 이 지역 특성으로, 겨울에는 추워 동백이 꽃을 피울 기후 여건이 안 돼 3월 말에서 4월께 핀다. 정 대표는 "봄에 피는 붉은 동백꽃이 장관이다"고 자랑한다. 정 대표가 20년 된 동백나무 900그루를 심었는데, 일부는 죽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루몽드 수목정원에서 다양한 꽃들을 보여 주고 싶은 희망으로 심었던 나무들이다. 무엇보다 루몽드 수목정원을 동백 명소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다. 동백꽃을 보기 위해 여수로 제주도로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만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일부 죽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나무들이 '봄날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동백꽃 잔치가 끝나면 분홍빛 철쭉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정원의 색다른 맛을 내기 위해 소나무 밑에 심겨진 나무들이다. 동백과 함께 봄날의 루몽드 수목정원을 환하게 하는 콘텐츠이다. 6~7월에는 빨강 백일홍 잔치에 이어 형형색색의 탐스러운 수국이 만개한다.
뿐만 아니라 11월과 12월 볼거리용으로 아기동백 묘목을 심었다. 1998년 이후 한그루씩 심었던 아기동백도 제법 고운 단풍을 선보이며 수목 정원의 포인트를 주고 있다. 푸르른 소나무와 진한 녹색이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조명 아래 알록달록 빨갛게 물든 단풍길은 수목 정원의 포토존으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가을 낭만은 덤이다. 겨울에는 소나무와 동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푸르름이 속성인 이 나무들은 하얀 눈과 어우러진 설경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장성 진원면 출신으로 축산업을 했던 정 대표는 소규모 토목 사업을 병행해 왔다.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땅을 물색하던 정 대표가 이곳을 소개받은 것은 1997년 무렵이었다.
매물로 나온 밤나무밭이었던 대상지를 돌아본 정 대표는 밤나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소나무들의 모습에 반해 버렸다. 50~60년된 밤나무들과 함께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장대처럼 꼿꼿하면서도 늠름한 소나무들의 위엄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 대표의 회상이다.
마음이 꽂힌 것은 순간이었지만 밤나무밭 거래는 쉽지 않았다. 연관된 토지 주인이 7명이나 되다 보니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중간에 계약이 해지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어렵사리 주변 토지를 확보한 이후 우선적으로 9천평의 밤나무밭을 정리해나갔다. 밤나무가 40~50년이 되다 보니 수확량도 적고 소나무 성장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밤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 아래에 철쭉, 동백나무, 백일홍, 수국, 목수국 등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을 심어 나갔다.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포기하고, 오로지 소나무 정원으로 조성하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 정 대표의 손길로 시간이 흐르면서 숨겨진 소나무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살아났다.
소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나뭇가지 방향도 확실하게 바뀌어졌다. 해를 쫓아 소나무 가지 방향은 루몽드 수목정원의 풍경도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하고 있다.

소나무에서 가장 치명적인 재선충에 대한 걱정과 예방은 그의 최우선 사항이다. 재선충이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니 한번 감염되면 소나무밭이 초토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올해만 벌써 5차례 드론 방역을 했고, 수간주사도 실시했다.
사계절 컬러가 있는 수목정원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도 소홀함이 없다. 나무를 심고 초화류를 심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최대한 자연성을 갖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루몽드 수목정원에 심겨진 수목과 꽃들은 대략 3만5천본이다.

휴게공간인 건물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4~5년 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서 대형 창고로 지어졌다. 건물 내외부에 부착된 패널만 제거한 채 본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내부 천정이 높고 면적이 넓어 실내는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실내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그 풍경 역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는 것이 정 대표의 얘기다.
루몽드 수목정원은 꾸준하게 정 대표의 손길을 거쳐 지난 2023년 전남도 민간정원 23호로 등록됐다. 우리나라 민간정원 100번째였다.
수목정원에서는 공방도 함께 운영,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문화공간으로 제공돼 커뮤니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정원과 수목원 등 녹색 인프라의 지역 경쟁력을 실감하고 있기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우선 루몽드 수목정원이 육송 자생 군락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한 컨셉이다. 이것말고도, 수목원 탐방객들에게 차별화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이렇게 가꾸어진 소나무 정원이 필암서원, 황룡강 등과 어울려 장성의 명소이자, 관광 포인트로서 기능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 대표는 "장성의 관광 인프라가 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왕 시작했으니 지역을 넘어 소나무 정원으로서 특색을 살려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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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릿재 넘으면 만나는 솔과 매화의 노래
그는 화순 너릿재만 넘으면 행복한 사람이다고 한다. 너릿재는 화순과 광주 학동의 경계에 있는 고갯길이다. 광주에서 화순, 화순에서 광주방면으로 오고가는 길목이다. 그에게는 전자가 해당된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있는 집보다는 화순 이양의 정원으로 갈 때 신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화순 이양의 정원에 새벽에도 왔다 가곤 한단다. 그의 이름은 임병락. 올해 62세인 그는 야생화를 좋아하고 소나무와 매화나무에 빠져 정원을 만들었다. 그가 아끼는 보물단지는 화순 이양에 자리 잡은 솔매음정원이다. 소나무와 매화를 좋아해 솔매음정원으로 명명했다. 언뜻 솔내음정원으로 들린다. 솔매음정원을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솔내음정원으로 안내된다.승용차로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어 보성 복내 방면의 도로를 따라 갔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어려움은 없었지만 꽤 오지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찾아간 간 날은 오후 3시를 조금 넘었음에도 해가 많이 짧아진 겨울이라 찬 공기가 온몸에 파고들어 왔다.화순 솔매음정원은 이양면 옥리에서 보성 복내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있다. 정문에는 지난 2022년 지정된 전남도 민간정원 19호 표착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집' 글귀의 표지판이 문 앞에 붙어있다. 정원에 들어서니 입구 양옆으로 땅바닥을 향해 드리워진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소나무의 밑동은 꽈배기 형태로 기괴한 자태가 장관이다.초입에서 만난 현해(懸解) 소나무에 놀란 것도 잠시 팽나무, 매화나무들이 연달아 시선을 압도한다. 나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정문에서 안채까지 100m 정도인데, 기품 있는 수형의 향나무와 또 다른 기기묘묘한 소나무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소나무와 매화나무가 어울러진 정원의 겨울 풍경은 청아함이 듬뿍 묻어난다. 매화꽃과 향기가 만발할 내년 초 봄에 방문하고 싶은 간절함이 커졌다. 정원에서 화사하고 은은한 빛깔의 꽃과 향기를 뿜는 것을 상상만 해도 마음속에서는 벌써부터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다.정원은 안채 뒤 산으로 이어진다.단절 없이 자연스러운 구조이다. 비밀의 정원이다. 안채 정원이 주인장의 안목과 열정으로 소나무 수집품을 모아 놓은 곳이라면, 산 쪽의 간은 정원지기의 또 다른 놀이터이다. 이곳은 세월을 품고 소나무며 편백, 단풍 등 다양한 수종들이 주인공들이다.산길 주변은 얼마나 손길을 쏟았는지 단정하고 정갈함이 묻어난다. 솔매음정원의 주인공은 소나무와 매화나무이다. 궁극적으로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수종들이다. 궁극적으로 소나무와 매화를 중심으로 자연의 음표를 만들어 새들이 깃들어 지저귀는 무공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숲속 공연장을 연출하는 것이다.솔매음정원에는 조선솔, 백송, 황금송 등 소나무 76종이 있고 한중일 3국의 유명한 매화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특별하게 소록도 처진 매화의 후계목은 3m 정도 자랐다. 소록도 처진 매화 후계목은 지난 2003년 매미 태풍 때 부러져 고사하기 전 씨앗에서 발아한 묘목을 가져다 키운 나무이다.솔매음정원의 나무들은 스토리도 다양하다.임 대표가 얼마나 나무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문 입구에 심어진 드러누운 형태의 소나무 2그루는 목포-보성 경전선 철도 공사 구간인 보성읍에 있었던 나무였다.원래 4그루였는데 다른 조경가와 나눠 2그루씩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 옮겨온 이력을 갖고 있다. 보성읍에서 이 나무들을 옮겨오는 데에는, 옆으로 길게 퍼진 줄기가 1차선 도로 폭보다 넓어 줄기 일부를 잘라 냈다. 어쩔수 없이 제거했지만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아깝다고 했다.임 대표가 결혼 기념식수로 심은 향나무는 당시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합하면서까지 손에 넣은 나무여서 볼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그때 수백만에 달한 나뭇값은 엄청 큰돈의 가치가 있었다. 임 대표는 당시 아버지께서 벼를 매상해 나뭇값을 보태주셨는데, 나중에 용달차에 싣고 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입 당시에도 수형이 아름다웠던 향나무는 40년이 흐른 뒤에도 부부의 연륜만큼이나 기품 있는 자태로 정원을 빛내고 있다.임 대표에게 경중을 가릴 나무가 있겠느냐마는 탤런트 고현정씨 문중의 산에서 옮겨온 소나무도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옆으로 멋진 수형을 보인 소나무 2그루는 고씨 문중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렵게 구매가 성사돼 겨울에 일주일 작업 기간을 거쳐 옮겨 심었다.그러나 아쉽게도 한 그루는 결국 임 대표와 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렵게 구한 이 나무는 임 대표의 손에서 죽은 나무 중 하나에 속한다.화순 이양 출신인 임 대표는 어려서부터 나무가 좋았다. 선친이 마을의 새마을지도자여서 동네에 나무를 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아 온지라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신혼 초 아내가 근무하는 고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나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당시 이 학교에서 재배하던 구상나무 52그루를 구입해와 집 뒤의 산에 심었다. 이 나무들은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그러다 법학을 전공하고 경찰학원에서 형사법 강의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학원계에서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뛰어들었다.인기 절정의 강사료와 날개 돋친 듯 팔린 교재 인세 등 적잖은 목돈은 경제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그가 나무를 구입하고 정원을 관리하는 자금줄이 됐다. 임 대표가 꿈꾸는 솔매음정원은 특색 있고 지속가능한 우리나라 식물학습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우선 10년 후 솔매음정원에서 목련축제 개최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목련 집산지인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가지 않고도 목련의 향연을 즐기도록 함이다.현재 이곳에는 162종의 목련이 자라고 있다. 또한 울릉도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다. 솔매음정원에는 울릉도 서식 식물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데 안뜰 뒤편에 울릉도원을 집약시켜 우리나라 식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한다.솔매음정원에는 구상나무, 꼬리말마풀, 특산식물 50종과 위기 멸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솔매음정원에서는 우리나라 꽃을 비롯한 식물 감상을 넘어 학습정원으로 지속 가능한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전통 한옥에도 관심이 많은 임 대표는 정원 입구에 탐진 최씨 104년 된 현승재를 통째로 광주 동구 선교동에서 옮겨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내년 봄이면 이 한옥은 멋진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매음정원은 정원계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구성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전주 시민정원사들은 매년 3월초 솔매음정원 투어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한단다. 이 때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가 피고 노랑색 꽃과 향기를 뿜는 남매가 이들의 활동을 깨우는 시기이다."정원을 만들어놓으니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인연을 쌓고 소통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가 가장 잘한 것이 정원을 만든 것입니다".정원주 입장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새벽에도 찾아올 만큼 그의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정원을 향한 열정이 향기와 꽃을 피우며 사람들을 하나, 둘 불러 모으고 있다.혹시 내년 봄 솔매음정원 매화꽃 향기가 전해져 발길을 재촉한다면, 주저치 말고 떠나 보시길. 인상좋은 정원지기의 꽃세상을 들어보는 것도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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