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산 품에 안긴 솔향 가득한 소나무 세상

입력 2025.10.12. 16:19 이용규 기자
[남도정원산책] 장성 루몽드 수목정원

우람하고 기품 있는 소나무들은 정 대표를 활기차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의 마음을 빼앗아간 나무인지라 관리에 쏟는 노력과 투자도 진심이다. 그는 그만의 소나무 수목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소나무를 좋아했던 그가 이 밭을 소개받은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리 잡은 희망 사항이었다. 그런데 희망과는 달리 좀처럼 진도는 나가질 못했다. 매물 대상지를 구매하고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 10여년이 걸렸으니 소나무 수목 정원에 대한 목표도 커졌다. 그렇기에 어디를 가다 눈에 들어온 나무나 소나무 숲들을 보면 반드시 보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가 품고 있는 소나무 수목원을 만들고 싶은 그만의 노력이다.

특히 루몽드 수목정원은 외지의 좋은 소나무들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자생이라는 특이점을 경쟁력으로 삼는다.

루몽드 수목정원은 사계절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에 맞는 꽃과 식물들이 주인공이 된다. 봄에는 노란 수선화꽃이 해맑은 얼굴로 은은한 풍경을 연출하고,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도 빠지지 않는다. 봄에 무슨 동백이냐고. 수목원이 위치한 이 지역 특성으로, 겨울에는 추워 동백이 꽃을 피울 기후 여건이 안 돼 3월 말에서 4월께 핀다. 정 대표는 "봄에 피는 붉은 동백꽃이 장관이다"고 자랑한다. 정 대표가 20년 된 동백나무 900그루를 심었는데, 일부는 죽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루몽드 수목정원에서 다양한 꽃들을 보여 주고 싶은 희망으로 심었던 나무들이다. 무엇보다 루몽드 수목정원을 동백 명소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다. 동백꽃을 보기 위해 여수로 제주도로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만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일부 죽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나무들이 '봄날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동백꽃 잔치가 끝나면 분홍빛 철쭉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정원의 색다른 맛을 내기 위해 소나무 밑에 심겨진 나무들이다. 동백과 함께 봄날의 루몽드 수목정원을 환하게 하는 콘텐츠이다. 6~7월에는 빨강 백일홍 잔치에 이어 형형색색의 탐스러운 수국이 만개한다.

뿐만 아니라 11월과 12월 볼거리용으로 아기동백 묘목을 심었다. 1998년 이후 한그루씩 심었던 아기동백도 제법 고운 단풍을 선보이며 수목 정원의 포인트를 주고 있다. 푸르른 소나무와 진한 녹색이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조명 아래 알록달록 빨갛게 물든 단풍길은 수목 정원의 포토존으로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가을 낭만은 덤이다. 겨울에는 소나무와 동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푸르름이 속성인 이 나무들은 하얀 눈과 어우러진 설경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장성 진원면 출신으로 축산업을 했던 정 대표는 소규모 토목 사업을 병행해 왔다.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땅을 물색하던 정 대표가 이곳을 소개받은 것은 1997년 무렵이었다.

매물로 나온 밤나무밭이었던 대상지를 돌아본 정 대표는 밤나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소나무들의 모습에 반해 버렸다. 50~60년된 밤나무들과 함께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장대처럼 꼿꼿하면서도 늠름한 소나무들의 위엄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 대표의 회상이다.

마음이 꽂힌 것은 순간이었지만 밤나무밭 거래는 쉽지 않았다. 연관된 토지 주인이 7명이나 되다 보니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중간에 계약이 해지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어렵사리 주변 토지를 확보한 이후 우선적으로 9천평의 밤나무밭을 정리해나갔다. 밤나무가 40~50년이 되다 보니 수확량도 적고 소나무 성장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밤나무를 베어내고, 소나무 아래에 철쭉, 동백나무, 백일홍, 수국, 목수국 등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을 심어 나갔다. 전원주택단지 조성을 포기하고, 오로지 소나무 정원으로 조성하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 정 대표의 손길로 시간이 흐르면서 숨겨진 소나무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살아났다.

소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나뭇가지 방향도 확실하게 바뀌어졌다. 해를 쫓아 소나무 가지 방향은 루몽드 수목정원의 풍경도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하고 있다.

소나무에서 가장 치명적인 재선충에 대한 걱정과 예방은 그의 최우선 사항이다. 재선충이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니 한번 감염되면 소나무밭이 초토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재선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올해만 벌써 5차례 드론 방역을 했고, 수간주사도 실시했다.

사계절 컬러가 있는 수목정원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도 소홀함이 없다. 나무를 심고 초화류를 심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최대한 자연성을 갖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루몽드 수목정원에 심겨진 수목과 꽃들은 대략 3만5천본이다.

휴게공간인 건물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4~5년 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서 대형 창고로 지어졌다. 건물 내외부에 부착된 패널만 제거한 채 본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내부 천정이 높고 면적이 넓어 실내는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실내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그 풍경 역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는 것이 정 대표의 얘기다.

루몽드 수목정원은 꾸준하게 정 대표의 손길을 거쳐 지난 2023년 전남도 민간정원 23호로 등록됐다. 우리나라 민간정원 100번째였다.

수목정원에서는 공방도 함께 운영,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문화공간으로 제공돼 커뮤니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정원과 수목원 등 녹색 인프라의 지역 경쟁력을 실감하고 있기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우선 루몽드 수목정원이 육송 자생 군락지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한 컨셉이다. 이것말고도, 수목원 탐방객들에게 차별화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이렇게 가꾸어진 소나무 정원이 필암서원, 황룡강 등과 어울려 장성의 명소이자, 관광 포인트로서 기능을 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 대표는 "장성의 관광 인프라가 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왕 시작했으니 지역을 넘어 소나무 정원으로서 특색을 살려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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