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는 김난도 교수는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를 선정했다. '인간의 질문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신조어이다.
프롬프트(prompt)의 사전적 의미는 '즉각적인', '유도하다' 등이다. 전통적인 컴퓨터학에서 프롬프트는 사용자의 입력의 준비를 알리는 컴퓨터의 메시지나 커서 신호이지만, 현재 챗GPT, 미드저니 등의 생성형 AI에서 프롬프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답의 생성을 위한 명령, 즉 '질문'을 뜻한다.
세계적인 AI 출판사의 마이크 루키데스 부사장은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려면 프롬프트의 목적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AI 회사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프롬프트에서 위대한 질문을 하라"고 조언한다. AI 전문가들은 미래에 갖추어야 할 인간의 공통적인 자질로 '질문'을 꼽는다.
질문을 잘하는 방법으로 'C·O·R·E 법칙'이 있다. 첫째는 Context로 질문에 대한 배경과 목적, 둘째는 Output으로 분량과 형식, 셋째는 Reference로 참고문헌과 데이터, 넷째는 Example로 실무 사례 등을 프롬프트에 입력하라는 것이다.
C·O·R·E 법칙은 연구 배경 및 목적, 연구 방법 및 범위, 참고문헌, 실무 사례 등 '논문 목차'와 유사하다. 연구논문을 작성하려면 이와 같은 전문성과 함께 '왜?'라는 이유가 중요하다. '왜 이 연구를 선택했는지?', '왜 이 연구가 필요한지?' 등의 설명이 필요하다.
'왜?'라는 이유는 구체적인 '문제'로 제시해야 한다. 문제가 있기에 이 연구가 필요하다는 논거이다. 문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연구를 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질문보다 답에 치중한 '성적 지상주의' 교육이라는 점이다. 정답을 빨리 맞추어야 1등이 되는 7080 시절의 'MBC 장학퀴즈' 경쟁교육이 아직까지 바뀌지 않은 것이다. 1980년대의 헌법이 지금까지 그대로인 것과 무관치 않다.
질문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답을 맞추기 위해 학교는 '암기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암기를 위해 교실과 도서관은 '정숙'하고 '조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시끄러운 교실',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유명한 교육이 있다. 두 명이 짝을 지어 1:1 Q&A 방식으로 토론하는 유대인의 '하브루타(havruta)' 교육이다. 또한 탈무드를 통해서 '엄마 교육'을 중시한다. 유대인의 기준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혈통을 따진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 교육을 통해 알버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에디슨, 빌 게이츠, 찰리 채플린, 스티븐 스필버그, 앨빈 토플러, 마크 저커버그 등 수많은 리더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은 전체 노벨상 중 약 22%, 아이비리그 교수의 30%, 미국 100대 부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AI를 거부하면 금붕어, 원숭이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검색의 시대가 가고 생성형 AGI의 시대가 온다"라고 했다. '답이 한 개'인 세상에서 '답이 여러 개'인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똑같은 질문도 질문자의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AI는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질문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과 함께 시민사회의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언제든지 질문하라"라는 부모와 교사의 일상적인 '1:1 토론 교육'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문제를 찾는 사람이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왜?'라는 호기심과 질문에서 발생한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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