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기후변화가 만들어 낸 따뜻한 비극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6.08.23. 15:06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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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기후변화가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인류의 기원지인 아프리카 동부는 200만 년 전부터 건조화와 습윤화의 기후가 반복되는 최악의 땅이었다. 반복되는 이런 환경에서 인류의 조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야 했다. 반복되는 숲과 초원에서 생존을 위한 적응의 결과로 발로 걷는 직립보행과 자유로워진 두 손은 혁명적인 능력을 키웠다. 초기 인류는 물통과의 공진화를 통해 몸의 털이 없어지고, 땀샘을 이용해 체온을 낮추는 능력으로 쉬지 않고 사냥과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류의 진화는 기후변화와 오랜 적응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고온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인간이 이제 다시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더위 앞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 속에서는 땀을 흘리는 능력만으로는 체온 조절의 한계를 넘어 몸을 식힐 수 없다. 사바나의 1차 기후에 적응했던 인류는 근래의 폭염에 적응하는 2차 진화를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비극은 오늘날 끝없이 올라가는 기온 앞에서 인간이 죽음의 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한 최고의 영장류가 아니라, 여전히 자연 앞에 구걸하는 생명체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해 20년 전에 미국 국방부 주관으로 피터 슈워츠 팀이 이른바 ‘펜타곤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내용에는 온열질환, 식량과 물 부족, 대규모 이주, 자원 경쟁과 국제적 갈등의 가능성이 검토되었다. 기후변화가 불안정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안보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기후 위기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꾸도록 요구한다.

2026년 유럽의 여름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유럽의 6월 말 기록적인 폭염이 최고조에 달한 기간에 1만 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나왔다. 한국 역시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기온을 기록한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과 기후변화의 관련성이 미미했다. 여러 국제 자료를 종합한 전 세계 인간 사망 원인의 추정치에 따르면, 모기에 의해 매년 약 76만 명, 인간 자체의 폭력에 의해 약 60만 명, 뱀에 물려 약 1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오늘날 더 위협적인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죽음이다. 최근 WHO가 소개한 Lancet Countdown 자료에서는 폭염과 관련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약 54만 6천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폭력과 기후변화로 희생된 사람이 110만 명이 넘는 원시사회가 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예고편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현실이 되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홍수와 산불은 자연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연의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 배워야 한다.

기후 위기의 가장 큰 교훈은 분명하다. 자연에는 협상의 시간이 없고, 우리가 미룬 대가는 반드시 미래가 치르게 된다. 오늘의 편리함을 위해 내일의 생존을 희생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빚을 떠넘기는 일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지구의 온도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다. “자연이 무너진 뒤에는 경제도, 기술도, 문명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선택한 행동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오늘 외면한 경고는 내일 더 큰 대가가 되어 돌아온다. 현재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생존을 저당 잡힌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시간과 삶을 빌려 쓰는 일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몇 도의 기온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다. 숲이 사라지고 강이 마른 뒤에는 경제도, 기술도, 문명도 홀로 설 수 없다. 자연은 문명의 배경이 아니라 문명을 떠받치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에 남긴 상처는 결국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와 다시 상처를 낸다. 미래는 먼 곳에서 다가오는 시간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남긴 선택의 발자국이 쌓여 만들어지는 내일이다.

학림학당 학장·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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