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인류 탄생 이래, 가장 많은 인간이 사용한 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작년 스톡앱스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 79억 명 중 53억 명(약 67%)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1992년 IBM 사이먼에서 시작해 2007년 아이폰으로 대중화된 스마트폰이 이제 아프리카의 시골과 중국의 교외까지 들어온 것이다. 그 사이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는 대한민국(약 95%)이 차지했다.
스마트폰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기기 안에, 전화기를 중심으로 TV와 카메라, 컴퓨터, 그리고 AI 서비스 등의 기술을 집약했고,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능이 많은 만큼 유혹도 크다. 유혹에 빠져서 스스로의 통제력을 잃는 상태를 '행위중독'이라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빠져드는 특성 때문에 누구나 중독의 위험성이 있고,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하거나 초조하면 행위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증상을 '노모포비아'라고 한다. 절제력이 없는 어린 아이일수록 중독의 위험성이 높다.
행위중독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부모다.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스마트폰 구입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하고, 통화가 목적이라면 피처폰 구입을 고려하고, 스마트폰을 꼭 사줘야 할 상황이라면 사용규칙을 정한 후에 사줘야 하지만, 다수의 부모들은 이 과정을 통째로 생략한다.
이 중 가장 현명한 대책은 '사용규칙'을 정한 후에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다. 즉, 초장에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야 한다. 예컨대 '화장실과 침실에는 폰을 가져가지 않는다',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을 다른 곳에 두고 식사한다', '저녁 9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다' 등 각자 상황에 맞는 단 하나의 마지노선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고 한다. 이것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처방으로, '스마트폰과 거리두리'가 핵심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스마트폰을 하지 마라"가 아니라 '대안을 찾는 것'과 '함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본다든지, 함께 등산이나 베드민턴 등의 운동을 한다든지, 함께 악기나 음악 배우기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라면 '사이버 안심존'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앱은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현황과 일시를 관리할 수 있고, 과다 사용 앱이나 게임 등을 차단 또는 해제할 수 있다.
무료 앱은 '구글 패밀리 링크', SK텔레콤의 '잼', KT의 '자녀폰 안심' 등이 있다. 원격으로 제어하고 싶다면 '모바일펜스', '엑스키퍼'와 같은 유료 앱들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통제불능 상태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추천한다. 한국정보지능사회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쉼센터'는 각 지역별로 방문 상담이 가능하다. 직접 방문이 부담된다면 전화상담 1599-0075 또는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iapc.or.kr), 그리고 인근 교육청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아이의 습관을 위해서는 '부모의 습관'이 먼저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면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만지는 모습을 가급적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편, 그 대체제를 찾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최선의 방안은 '리더의 예방'이다. 한 가족의 리더는 부모다. 부모가 부모 역할의 무거움을 알고 예방한다면 아이들의 행위중독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시작이 반'이라는 믿음과 인내심은 필수이다. 디지털 디톡스의 본질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선견지명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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