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밀폐공간 4명 사망···이 대통령, 칼 빼들었다

입력 2025.09.01. 18:08 김종찬 기자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입법예고
유해가스 농도 측정 장비 지급·필요사항 교육 의무
시민단체 “법안 개정 환영…관련 법안 입법 속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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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공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사고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다만 노동단체는 긴급 처방식 땜질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0일까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 된다. 해당 법안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따른 조치다.

해당 개정안은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사업주가 측정 장비를 측정자에게 지급토록 하는 의무를 명시하고, 평가한 결과를 영상물 등으로 기록·보관토록 했다.

또 사고 발생 시 감시인이 지체없이 119에 신고해 구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인명피해를 예방토록 했으며, 사업주가 밀폐공간의 위험성과 안전수칙에 대한 작업자의 숙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항을 교육토록 법적 의무를 명확히 했다.

해당 법령은 밀폐공간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의 사망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정부가 발빠른 대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전남에서도 8월에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1시께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시멘트 혼화제가 들어있는 저장탱크 청소를 위해 탱크 안으로 들어갔던 60대 근로자 A씨가 쓰러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50대 근로자 2명이 A씨를 구하기 위해 탱크 안으로 진입했다가 유해가스에 중독돼 당일 사망했고, A씨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4일 오전 숨졌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나주시의 한 사료 제조공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 B(39)씨가 쓰러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이동통로에 들어간 베트남 출신 근로자 C(43)씨도 의식을 잃었다. C씨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B씨는 중태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27일에는 여수시 만흥동 한 식품 가공업체에서 지하정화조를 청소하던 40대 직원과 60대 대표가 가스중독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정화조 황화수소는 800ppm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0~20ppm는 '비교적 악취가 심하다'고 느끼는 수준이라면 200~300ppm은 심한 호흡곤란과 기절 위험이 있고, 800ppm 이상이라면 공기호흡기없이는 몇 번 숨쉬는 것만으로도 즉시 의식을 상실하고 수 분 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농도다.

이처럼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인 지역 노동자들은 법안 개정을 반기면서도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운영위원장은 "순천을 비롯해 여수 등 전남 곳곳에서도 밀폐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해당 법안의 개정령안은 반기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해당 법안은 당장의 사고를 막기 위한 긴급처방의 성격이 강해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밀폐공간의 사고는 원청사와 하청, 재하청 사업주 간의 관계 때문에 가장 열악한 노동계급인 이주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등에게서 다수 발생한다.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노동자들의 삶을 중요시 여긴다면 관계 법령들도 속도감있게 입법을 추진,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입법예고안은 고용노동부 누리집과 대한민국 전자관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개정령안에 대해 국민 누구나 일반우편 또는 전자우편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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