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농도 측정 장비 지급·필요사항 교육 의무
시민단체 “법안 개정 환영…관련 법안 입법 속도도”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사고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다만 노동단체는 긴급 처방식 땜질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0일까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 된다. 해당 법안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따른 조치다.
해당 개정안은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사업주가 측정 장비를 측정자에게 지급토록 하는 의무를 명시하고, 평가한 결과를 영상물 등으로 기록·보관토록 했다.
또 사고 발생 시 감시인이 지체없이 119에 신고해 구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인명피해를 예방토록 했으며, 사업주가 밀폐공간의 위험성과 안전수칙에 대한 작업자의 숙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항을 교육토록 법적 의무를 명확히 했다.
해당 법령은 밀폐공간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의 사망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정부가 발빠른 대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전남에서도 8월에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1시께 순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시멘트 혼화제가 들어있는 저장탱크 청소를 위해 탱크 안으로 들어갔던 60대 근로자 A씨가 쓰러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50대 근로자 2명이 A씨를 구하기 위해 탱크 안으로 진입했다가 유해가스에 중독돼 당일 사망했고, A씨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4일 오전 숨졌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나주시의 한 사료 제조공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 B(39)씨가 쓰러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이동통로에 들어간 베트남 출신 근로자 C(43)씨도 의식을 잃었다. C씨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B씨는 중태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27일에는 여수시 만흥동 한 식품 가공업체에서 지하정화조를 청소하던 40대 직원과 60대 대표가 가스중독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정화조 황화수소는 800ppm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0~20ppm는 '비교적 악취가 심하다'고 느끼는 수준이라면 200~300ppm은 심한 호흡곤란과 기절 위험이 있고, 800ppm 이상이라면 공기호흡기없이는 몇 번 숨쉬는 것만으로도 즉시 의식을 상실하고 수 분 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농도다.
이처럼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인 지역 노동자들은 법안 개정을 반기면서도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운영위원장은 "순천을 비롯해 여수 등 전남 곳곳에서도 밀폐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해당 법안의 개정령안은 반기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해당 법안은 당장의 사고를 막기 위한 긴급처방의 성격이 강해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밀폐공간의 사고는 원청사와 하청, 재하청 사업주 간의 관계 때문에 가장 열악한 노동계급인 이주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등에게서 다수 발생한다. 이같은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노동자들의 삶을 중요시 여긴다면 관계 법령들도 속도감있게 입법을 추진,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입법예고안은 고용노동부 누리집과 대한민국 전자관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개정령안에 대해 국민 누구나 일반우편 또는 전자우편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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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장윤기' 스토킹 여성 놓친 분노에 애꿎은 여고생 살해
광주광산구 월계동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가 14일 서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는 애초 자신을 스토킹 신고한 여성을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우발 범행이 아닌 계획범죄로 결론 내리고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14일 장윤기를 구속 송치했다. 장윤기의 신상정보는 이날부터 한 달간 광주경찰청 누리집에 공개된다.■성폭행 들통날까 살해 결심…30여시간 배회 끝 범행장윤기가 처음 범행을 결심한 건 지난 3일. 이날 새벽 장윤기는 자신과 함께 일하던 베트남 국적 여성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성폭행을 저질렀다. 장윤기는 평소 지속적으로 교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있었다. 이때부터도 장윤기는 A씨에게 살해 의도를 담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A씨는 출근을 이유로 가까스로 장윤기와 떨어졌지만, 장윤기는 자신의 성범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 결국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같은 날 오후 5시1분께 장윤기는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흉기 2점과 장갑 등을 구매했다. 흉기를 구매한 이후 과거 사용하던 공기계로 경찰 추적 관련 내용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이후 A씨 주거지 일대를 배회하며 A씨를 기다렸다. 하지만 A씨가 집 주변을 서성이던 장윤기를 발견하고 겁에 질려 곧바로 112에 스토킹 신고를 하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경찰이 출동하자 장윤기는 현장을 벗어났고, 휴대전화에 스토킹 신고 관련 경고 문자가 전송되자 위치 추적을 우려해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하천에 버렸다.이후 장윤기는 흉기를 소지한 채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A씨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사촌언니 도움을 받아 타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였다.이 사실을 몰랐던 장윤기는 무려 30여시간 동안 A씨를 찾아 배회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장윤기의 칼끝은 결국 전혀 다른 여성을 향했다.범행을 결심한 지 이틀 뒤인 지난 5일 오전 0시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장윤기는 홀로 귀가하던 고등학생 B(16)양을 발견한 뒤 차량으로 약 1㎞를 이동하며 15분가량 뒤쫓았다. 이후 차량을 갓길에 세운 장윤기는 B양을 앞질러 간 뒤 흉기를 휘둘렀다.“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달려온 고등학생 C(17)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C군이 달아나자 뒤쫓던 장윤기는 끝내 붙잡지 못하고 현장을 벗어났다.범행 뒤 장윤기는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차량을 공터에 버렸다. 이어 배수로에 흉기를 버리고 무인세탁소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과거 지인의 방을 구하는 일을 돕다 알게 된 빈집에 숨어 머물렀고,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첨단지구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그러다 택배를 찾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온 장윤기는 잠복 중이던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지 약 11시간 만이었다.■“죽으려 했다” 주장했지만…치밀한 계획범죄박창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오전 10시 광주 광산경찰서 어룡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장윤기는 A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와 장갑 등을 사전에 구매하는 등 살인을 예비했고, 이후 B양을 살해하고 C군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박 과장은 “범행 장소는 평소 유동 인구가 적고 CCTV가 많지 않은 곳이었다”며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또 다른 흉기 1점은 A씨를 살해하기 위해 남겨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장윤기는 조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 죽으려 했다”, “자살 전 미련이 생길까 봐 휴대전화를 버렸다”, “피해자가 여성인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우발 범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찰은 번개탄 구매 외에 구체적인 자살 시도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범행 준비와 증거 인멸 과정 등을 종합할 때 목적성과 계획성이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범죄분석관 투입 결과 역시 불특정 다수를 노린 이상동기 범죄보다는 특정 목적 아래 이뤄진 강력범죄에 가깝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경찰은 장윤기의 A씨 대상 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앞서 이날 오전 7시50분께 광주 서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장윤기는 현재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왜 범행했느냐”, “계획범죄 아니냐”, “왜 증거를 인멸했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이와 함께 장윤기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 등 신상정보도 이날 오전 7시 광주경찰청 누리집에 공개됐다. 공개 기간은 다음 달 15일까지 30일간이다.광주에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 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 중대성, 국민 알 권리 등을 고려해 공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윤기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5일이 지나 이날 공개됐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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