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조력자 벤츠 추적 나서
그사이 해외도피 두 차례 시도
하마터면 수사 장기화 될 수도

새벽시간대 광주에서 오토바이를 함께 타던 20대 남녀가 외제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뺑소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편견을 갖고 수사를 하다가 범인을 놓칠 뻔해서다.
3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부서 교통범죄수사팀은 지난 24일 새벽 발생한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사건 수사 초기 30대 남성 최모씨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
사건 현장 근처에 버려진 마세라티 안에서 최씨의 명함이 발견됐는데, 인적사항을 조회해보니 최씨가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서울의 한 유통업체에서 소유 중인 법인차였으나,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최씨의 이름으로 보험이 들어져 있던 점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최씨가 수배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것으로 판단해 최씨의 신병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당시 최씨는 해외에 있는 상태였다.
뒤늦게 보강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 영상으로 사고 직후 마세라티에서 내린 30대 남성 김모씨가 30대 남성 A씨의 벤츠를 얻어타고 달아나는 모습을 확인, 사건 당일 오후 7시가 넘어서야 A씨로부터 김씨가 마세라티를 운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시점 김씨는 자신이 휴대전화로 직접 예약한 오후 7시대 태국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상태였다.
앞서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에도 A씨가 대신 예매해준 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찾았지만, 실제 탑승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사건 발생 66시간 만인 지난 26일 오후 9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치사·상) 혐의로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김씨의 도피를 도운 30대 남성 오모씨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함께 붙잡혔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김씨가 두 차례 모두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아 붙잡을 수 있었지만, 만약 김씨가 기내에 올랐다면 수사는 장기화될 뻔했다. 김씨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도 한참 뒤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마세라티가 법인 소유다 보니 운전자 특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 내부에서는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건 초기 용의자 특정에 수사력을 모았어야 할 시기에 단순 뺑소니 사건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총인원이 5명뿐인 교통범죄수사팀에 수사를 맡겼기 때문이다. 형기대도 사건 발생 31시간이 지나서야 투입됐다.
이 사건을 두고 수사부서 경찰들은 "교통범죄도 지능화되는 만큼 사건 발생 시 용의자 특정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경력을 탄력적으로 동원했어야 한다"며 "한정된 인원에게만 수사를 맡기다 보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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