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명 러너들, 무등산 능선마다 희망 발자국 남기다

입력 2026.04.19. 16:03 한경국 기자
제2회 무등산 더블하트 국제 트레일런 성료
친환경·기부 문화 결합한 스포츠 축제 새 지평
무등산 더블하트 국제 트레일런 호남의 진산 무등의 영혼을 잇는 51.8km의 대장정인 ‘2026 무등산 더블하트 국제 트레일런’이 19일 조선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됐다. 2026년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는 “무등의 영혼을 잇는 길” 47km 신규 코스가 추가된 가운데 울트라코스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무등산 구석구석 트레일런을 출발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

무등산의 장엄한 능선이 단순한 기록 경신을 위한 트랙을 넘어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길’로 변모했다. 자연 보호의 가치와 소외계층을 향한 나눔을 결합한 스포츠 축제 ‘2026 제2회 무등산 더블하트 국제 트레일런’이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19일 광주 무등산 일대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조선대학교 대운동장을 기점으로 울트라(47㎞), 챌린지(36㎞), 힐링(16㎞) 등 세 가지 맞춤형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900여명의 건각들은 무등산국립공원의 수려한 비경을 배경 삼아 각자의 한계에 도전하며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는 스포츠계의 화두인 친환경과 공익성을 완벽히 결합했다는 평을 받는다. 무등산국립공원의 공식 승인 아래 운영된 이번 레이스는 ‘일회용품 제로’ 원칙을 엄격히 고수했다. 참가자들은 급수대에서도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사용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으며, 산림 식생 보호를 위해 10명씩 순차 출발하는 ‘웨이브 스타트’를 철저히 준수했다. 이는 무등산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를 수 있다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몸소 증명한 사례가 됐다.

기록보다 빛난 것은 지역사회의 끈끈한 연대였다. 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와 화순철인3종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는 대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참가비의 일부가 백혈병·소아암 환아들의 치료와 돌봄을 위해 기부된다는 소식에 참가자들은 단순한 러너를 넘어 기부자로서의 자부심을 안고 달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봉사자들의 헌신도 대회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광주동구자원봉사 지원센터와 광주해병전우회는 이른 새벽부터 주요 구간마다 배치돼 철저한 현장 통제와 안전 관리를 책임졌고, 덕분에 큰 문제 없이 대회를 달성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에게 이번 코스는 스스로를 비우고 채우는 ‘내면의 순례길’과 같았다. 한 걸음마다 자신의 건강을 다짐하고, 거친 숨소리에 환아들을 향한 완치의 염원을 실어 보냈다.

울트라 코스를 완주한 한 참가자는 “무등산의 능선을 달리는 내내 육체적 고통보다 나눔이 주는 정신적 충만함이 더 컸다”며 “나의 땀방울이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회를 총괄 운영한 CUK컴퍼니 안회팔 총괄본부장은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에서 소아암 환아를 위한 공익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어 무척 뜻깊다”며 “참가자들의 기쁨이 두 배가 되고, 나눔을 상징하는 ‘더블하트’의 진정한 의미가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록과 순위라는 수치 대신 함께 달리는 이유에 집중한 이번 대회는 무등산이 품은 생태적 가치와 광주 공동체 정신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도전과 기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번 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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