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니어 골프계 최강자 장하은 "'나만의 색깔'로 세계 무대 우뚝 서고파"

입력 2025.08.01. 14:55 한경국 기자
[광주·전남 유망주를 만나다]
골프 정암초 장하은
올해만 6개 대회서 우승 트로피
주니어 랭킹 압도적 1위 기록
국대 주니어 상비군에도 확정
비거리 女프로와 비등한 수준
"응원하는 분들 위해 최선을"
장하은(정암초 6년)이 자신의 연습 공간인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퍼시픽링스코리아 호남지사에서 스윙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나만의 스윙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서보고 싶어요."

12살 소녀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고, 말끝에는 설렘이 묻어 있었다. 남다른 장타력은 물론, 무엇보다 교과서적인 틀에 갇히지 않은 자신만의 스윙으로 필드를 지배하고 있는 장하은(광주 정암초등학교 6년)의 이야기다.

장하은은 지금 한국 주니어 골프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한 명이다. 불과 골프 입문 4년만에 정상에 오른 후, 이후로도 멈춤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의 골프 인생은 뜻밖의 장소에서 시작됐다. 만 7세 무렵,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 잔디밭에서 공이 홀컵에 들어가며 울려 퍼지는 '땡그랑'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듬해인 8살인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활동에 들어갔고, 3학년에는 한국초등골프연맹 회장배에서 4위를 기록하며 첫 입상에 성공했다. 4학년이 되던 해엔 미래누리Q 골프단 선발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성장은 그야말로 가팔랐다. 2023년에는 제6회 서라벌배, 삼부토건 디지틀조선일보배, 제15회 박세리배, 제1회 이지스카이CC배 등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5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4년에도 광주시골프협회장배와 광주시교육감배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2025년에는 벌써 6개의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장하은(정암초 6년)이 자신의 연습 공간인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퍼시픽링스코리아 호남지사에서 스윙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올해만 해도 광주시골프협회장배를 시작으로 타임폴리오 with 라미드관광 전국초등학생대회, 제9회 덕신 EPC배,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제17회 박세리배, 블루원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까지 휩쓸었다. 현재까지 확보한 누적 포인트는 1천340점. KGA(대한골프협회) 주니어 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도 이미 확정됐다.

장하은이 이토록 눈에 띄는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정형화된 교과서 스윙이 아닌, 자신의 리듬과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을 구사한다. 오히려 정석대로 스윙했을 때 거리가 줄어들고 이 스윙이 자신에게 맞기때문이다. 장하은의 비거리는 230~240m정도. 이는 성인 여성프로를 웃도는 장타력이다.

이러한 개성 있는 스타일은 세계 남자 골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닮은 점이다. 셰플러 역시 데뷔 초엔 '이상한 스윙'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세계 정상에 올라 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장하은도 그런 셰플러처럼,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결과로 증명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장하은은 PGA 투어에서 독특한 퍼팅 루팅과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카메론 스미스를 좋아한다. 스미스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그것을 성적으로 입증하는 능력에 큰 감명을 받은 것이다.

장하은은 "스미스는 퍼팅 루틴이 남들과 달라 독특했지만, 공은 다 들어가더라"면서 "남들과 다르지만 성적으로 증명하는 선수라서 좋았다. 나 역시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하은(가운데)과 함께한 부모.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훈련 역시 치밀하고 성실하게 이어진다. 하교 후 매일 1시간은 하체 및 코어를 강화하는 체력운동에 이어 2시간은 스윙 훈련에 집중한다. 대부분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을 반복하고, 주 1회는 실제 필드에서 감각을 점검한다. 방학 중에는 하루 5시간 이상 훈련에 몰입한다.

장하은은 "훈련을 다 소화해야 대회에서도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실제로 이런 노력이 있어 대회에서 입상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하은이 앞두고 있는 대회는 경북안동에서 12~13일에 열리는 문체부장관배 전국초등학생대회다. 이미 상비군 포인트를 확정했지만 여기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처럼 탄탄한 실력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든든한 지원이 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는 물론, PXG의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PXG는 초등학생 최초로 장하은에게 전폭적인 후원을 결정했고, 골프채와 의류, 공 등 모든 장비를 맞춤 제공했다. 여기에 지역기업 PLK는 훈련장을 무료로 지원하며, 그의 성장을 함께하고 있다.

장하은은 "도움을 주신분들 덕분에 시합 중에도 힘이 났다. 은혜를 기억해서 꼭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내 꿈은 미국 여성 프로골프 대회인 LPGA에 출전하는 것이다. 꼭 LPGA 세브런챔피언쉽에 우승해서 물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하은은 단지 골프를 잘 하는 소녀가 아니다. 골프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나가고 있는 '성장형 선수'다. 하얀 공 하나에 반해 시작된 인연은 이제 세계를 향한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작은 체구의 소녀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세계 무대에서 '하은 스윙'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새기게 될 날이 올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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