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방안 기온은 38도 이상
의지할 것은 낡은 선풍기 한대
또 젖지만 샤워해야 더위 피해
"밖이 더 시원" 그늘서 휴식
"시원한 물 한 병도 간절해"

"밖보다 방 안이 더 찜통 같아요. 그늘 찾아다니고 찬물로 샤워하는 게 하루 일과죠."
광주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 13일째 되던 지난 9일 오후 동구의 한 쪽방. 1평 남짓한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6.7도. 환기가 안되는, 밀폐된 방은 그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찜통더위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재만(58)씨에겐 익숙한 일이다.
이씨는 "거리에서 노숙하다가 작년에 쪽빛상담소 도움으로 이 방을 얻었다. 올여름이 유난히 덥긴 해도, 그래도 길바닥보다는 낫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체감온도 38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 속 이씨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먼지 낀 선풍기 한 대뿐이다. 바람 세기를 최대로 높여도 방을 가득 채운 뜨거운 공기만 밀어낼 뿐이다.
그에게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월세에 전기요금이 포함돼 있다 보니, 집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씨는 "매일 집주인이 '에어컨 좀 끄라'며 다른 방 사람들에게 화내는 소리가 들린다. 마찰이 생길까 봐 아예 에어컨은 안 켠다"고 털어놨다.
이날 취재진이 찾아오자 이씨는 망설이다가 '큰맘 먹고' 에어컨 전원을 눌렀다. 그러나 에어컨은 '윙윙' 소리만 낼 뿐, 냉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여기가 꼭대기 층이라 옥상에서 내려오는 열기까지 더해져서 그런가 보다"며 멋쩍게 웃고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또 다른 쪽방에 사는 이진우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10년 넘게 대인동 쪽방촌에서 방을 옮겨 다니며 살아와 웬만한 더위엔 끄떡없다고 자신했지만, 올해 여름은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7월 초인데도 더위가 벌써 8월 같다. 집에서 라면 끓여 먹는 것도 힘들다"며 "요즘 하루 다섯 번도 넘게 샤워를 한다. 수시로 찬물을 끼얹어도, 금방 다시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밝혔다.
방이 좁아 선풍기 하나 꺼내 놓기도 어렵다. 결국 그가 기대는 건 손바닥만 한 탁상용 선풍기 한 대뿐이다.

이씨는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여러 번 샤워할 수밖에 없다. 방 안이 얼마나 더운지 빨래를 걸어놓기만 해도 1시간도 안 돼 마른다"며 "쪽빛상담소에서 새 선풍기를 하나 받았는데, 아깝기도 하고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 꺼내지도 못했다. 지금 쓰는 작은 선풍기가 고장 나면 그때나 써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맘껏 쓰지 못하는 그의 여름 피난처는 '그늘'이다.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그대로 올라오지만, 손바닥만 한 그늘에라도 들어서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이씨는"집 안이 오히려 밖보다 더워 매일 나간다"며 "오후 2~4시는 그늘도 무용지물이다. 몸이 안 좋아 검진받으러 매일 병원을 가는데, 거기가 하루 중 유일하게 '시원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시원한 '물' 한 병이다.
이씨는 "우리 같은 쪽방촌 사람들한테 물 한 병은 생명수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더 간절하다"며 "마음껏 시원한 물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무더위를 버티는 쪽방 주민들은 광주 곳곳에 분포해 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광주 비주거시설 거주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지역 비주거시설 거주민은 936명이다 북구가 480명(51.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구 265명(28.3%), 서구 114명(12.2%), 남구 45명(4.8%), 광산구 32명(3.4%) 순이었다.
비주거시설 거주민이 거주하는 시설 유형은 여관·여인숙 60.6%, 고시원 38.4%로 나타났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비주거시설 80% 이상에 냉난방시설은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비율은 10%안팎에 불과하다. 냉난방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취약계층인 비주거시설 거주민의 혹서기 대비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혹서기 안전 생활을 위한 물품 전달과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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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폭염 대책 현장에서는 무의미···쉬게 하는 강제성 도입해야
광주 남구 주월동의 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작업 중 더위를 달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마시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연일 최고 온도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의 폭염 대책이 탁상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특히 야외노동자나 폭염 취약계층의 경우 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지자체 권고 사항에 대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2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5월 26일부터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시는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게 재난도우미를 활용한 안부전화하기와 현장방문 및 건강한 여름나기 안내, 지원물품 제공 등 폭염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2시간 작업, 20분 휴식' 권고와 냉방시설과 냉수·쿨링용품 구비, 이동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쉼터 쿠폰 지급사업' 등을 진행 하고 있다. 전남도도 지난달 5일 폭염 종합대책을 수립해 드론 순찰 활동 강화와 무더위쉼터 확대 운영을 시행하며 '2시간 작업, 2시간 휴식' 등도 권고하고 있다.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폭염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실제 취약계층의 경우 집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에어컨을 켜는 것 조차 힘들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기가 어렵다. 집 밖을 나가자니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은행이나 대형병원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회원 가입이 어려운 경로당 이용은 그림의 떡이다.농가의 경우 여름철이 수확철이거나 수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계절인 만큼 '2시간 노동, 20분 휴식' 등의 폭염 대책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주로 혼자가 아닌 국내·외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더욱 쉴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노동자 일당과 식사를 포함 1인당 하루 15~20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투입되는 만큼, 무더위 속에서도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건설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마련한 '폭염 5대 안전 수칙(시원한 물 제공·냉방장치 설치·휴식(2시간 마다 20분 이상)·보냉장구 지급·119 신고)'도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다보니 대부분의 야외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각 자치구에서도 건설현장에 공문을 보내거나 현장 방문을 통해 수칙을 지킬 것을 매번 당부하고 있지만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낮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지난 11일 나주 노안면의 한 담배밭에서 작업하던 홍광순씨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강주비 기자이동노동자들 역시 이들을 위한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배달 건당으로 임금을 받는 구조이니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폭염 대책을 지키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이에 현장에서는 강제성을 띤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력하게 처벌받은 사업주가 있었느냐"며 "폭염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정부가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관계자도 "날씨가 무덥다고 하더라도 농업의 특성상 여름이 대목이라 일을 아예 안할수도, 중간에 쉬면서 할 수도 없다. 읍·면장 등이 한낮에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일 욕심을 내면 그것 또한 강제할 수 없다"며 "고령층이 대부분인 농촌에서 온열질환자가발생하지 않도록 물이나 필요 물품 등을 지급해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없었기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지난 10일 오전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땡볕 더위에 평상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 서상순(83)씨. 차솔빈 기자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관계자는 "조선업, 제철소, 대형 회사 구내식당, 농업 등 업종별로도 다르고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정규직 등 직군에 의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이 아닌 세분화된 강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는 임의조사나 샘플링 조사 등 각 현장마다 조사를 진행해 폭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 26일 기준 광주에서는 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전남에서는 173명이 온열질환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다행히 없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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