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끝판왕' 놀만한 테마파크 전무
사람 없어 둘만 탔다는 패밀리랜드
40대 "소풍때 왔는데 변한 게 없어"
타 지자체들은 "경제 효과" 유치전
"VR·메타버스 탑재 첨단파크 만들자"
[스페셜 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 ④ 테마파크 30년전 그대로]
복합관광시설이자 여가 문화의 '끝판왕'(특정 분야의 최고) 격인 테마파크에 대한 지역민들의 갈증은 커져가지만 지역 내 마땅한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도시들이 전략적으로 테마파크 유치를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와 함께 지역민들의 여가 욕구를 충족해주는 것과 비교해 광주·전남에서는 관련한 소식이 전무하다.
그러는 사이 지역 내 테마파크는 노후해 지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역민들은 서울과 경기권은 물론 경북 경주까지 '원정 체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테마파크 산업은 대중적 편익이 크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만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노후화된 광주패밀리랜드도 '재탄생' 수준의 혁신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낡고 빛바랜 '광주 최대 테마파크'
"바이킹이랑 범퍼카를 저희 둘이서만 탔어요. 놀이공원을 전세 낸 느낌으로 놀 수 있어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근데 사람이 너무 없어 분위기도 안 살고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아 아쉬워요"
지난 28일 남자친구와 광주패밀리랜드를 찾은 장소영(21)씨는 타고 싶었던 기구가 대부분 운영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점조차 문이 닫혀있어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찾은 광주패밀리랜드에는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썰렁한 모습으로 멈춰있었다. '후룸라이드' 수로에는 아예 물이 말라 있었고 관람차는 30분 가까이 돌아가지 않았다.
몇 없는 운영직원들은 손님을 따라 이곳저곳의 조작부스를 옮겨다니며 기구를 작동시켰다. 테마파크 내 식당 등 상점가는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놀이공원 정문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은 "평일에는 사람이 적다 보니 이쪽 노래방이나 식당은 대부분 주말에만 문을 연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가을이라 그나마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최대의 놀이공원인 광주패밀리랜드는 지역 여가시설로서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최초 개장할 당시와 변함없는 모습과 노후화로 시민들이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발길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그 이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던 터였다.
광주시 서구에 사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어렸을 때 소풍하러 다녔던 곳인데 지금 가봐도 변한 게 거의 없다"며 "아이들과 갈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가끔 가는데 저도 아이도 별로 재미없어 한다"고 말했다. 또 서구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최근에 경주월드에 '드라켄'(롤러코스터)이 재밌다고 해서 갔었는데 지방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바글바글한(많은) 곳은 오랜만이었다"며 "이런 거 보면 광주 사람들 참 불쌍하다. 나름 광역시인데 경주까지 가야겠느냐"고 말했다.
◆주요 도시 테마파크 유치 사활
그동안 지방에서도 지역별로 놀이공원 등의 테마파크는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와 퀄리티, 콘텐츠 등이 부족한 탓에 서울 롯데월드나, 경기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등으로 향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여가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관광객 유치와 함께 지역민들의 여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테마파크 유치에 주요 도시들이 사활을 걸고 나서면서 지방에도 규모 있는 테마파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3월 개장될 예정인 '부산 롯데월드 매직 포레스트'다. 부산시 기장군에 약 110만평의 대규모로 조성되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에 위치한다. 30여 곳이 넘는 놀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테마파크에 연간 3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되고 약 2천200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내년 5월에는 강원 춘천에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가 조성된다. 40여개의 놀이기구와 다양한 어트랙션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1천600여명의 고용까지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기도는 화성 송산그린시티 내 4조6천억원 규모의 '화성국제테마파크'를 추진하고 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경주월드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에버랜드, 롯데월드에 이은 '3대 테마파크'로 불릴 정도로 위상을 얻고 있는 경우다. 1985년에 개장한 경주월드는 노후화가 시작한 2000년대 이후 대형 어트랙션(놀이기구)을 들여오면서 경상권을 넘어 수도권 수요까지 끌어오고 있다. 특히 2018년 국내 최초의 다이빙코스터인 '드라켄'이나 올해는 패밀리 셔틀 코스터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워터파크인 '캘리포니아 비치'까지 개장하기도 했다.
◆지역경제 기여 커…"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이렇게 지자체가 테마파크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이유는 주민에게 직접적인 여가 활동 기회를 주면서도 고용창출과 다양한 파급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대표적 장치산업인 테마파크는 건립 당시부터 지역 건설경기 부양효과가 있다. 그뿐 아니라 테마파크 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다양한 지적서비스가 필요해 소프트웨어 산업과도 밀접하다. 무엇보다 테마파크는 국내외 관광객 유치 효과가 커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크다.
그러나 놀이공원으로 대표되는 테마파크는 건설비용이 클뿐 아니라 유지비 또한 많이 들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서울 롯데월드나 용인 에버랜드도 대기업인 롯데와 삼성이 수익보다는 사회공헌을 위한 성격이 크다. 지역별로 있는 놀이공원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비용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탓에 지자체가 대기업 등에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유치에 공을 들인다.
이때문에 최근 추진되는 대규모 테마파크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테마파크 단독이 아닌 다양한 상업시설과 주거시설 등을 융복합화해 수익성을 올리는 추세다. 부산 롯데월드 매직 포레스트, 춘천 레고랜드, 화성 국제테마파크 등도 상업시설과 호텔 등이 어우러져 있는 복합관광단지로 개발된다.
그러나 테마파크는 유지비가 큰 탓에 입지가 좋은 수도권 또는 부산처럼 관광객이 많은 도시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광주시가 광주군공항 이전 부지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을 구상한다고 했을 당시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기도 했다.
광주시가 테마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대규모 시설보다는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첨단산업이 융복화된 차별화된 미래형 테마파크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나윤 광주시의원은 "지난 3월 시정질의를 통해 광주패밀리랜드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상현실을 겸한 체험형 테마파크 조성을 제안했다.
내년 광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9일 "호남에 22세기형 디즈니랜드 유치를 유치하자는 공약을 각 대선후보 캠프에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광주패밀리랜드는 지난 1991년 지역 기업인 '금호개발'이 조성해 개장한 놀이시설이다. 지난 2011년부터는 금호개발이 광주시에 기부 체납해 광주시가 기업으로부터 사용료를 받고 일정 기간씩 수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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