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착취' 접하며 사회운동 결심
여성·평화·환경·지역 문제 등 다양히 활동
'유출' 대신 '거주'에 청년 문제 집중해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되는 도시 꿈꿔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⑨]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김유빈씨는 나이는 위계가 있다며 본인의 나이를 3N살로 표기해달라고 했다. 누군가의 호명으로 정체되는 '청년' 대신 이름으로 불러주기를 바랬다. 지역 문제에 관심 갖고 활동하고 싶은 그는 지역의 경계지음은 거부했다. 공무원이 적성이라는 그는 앞에 나서 목소리를 내고 설득하고 때론 싸워야 하는 활동가를 하고 있다. 여성·청년·환경·정치·지역 의제·기타 모든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부끄러워하고, 행동한다. 분리 대신 연대, 무관심 대신 관심, 정형화 대신 다양화된 사회를 꿈꾸며 오늘보다 내일의 광주가 더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계를 경계하는 '부산계 광주' 활동가
"평상시처럼 소개하면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에서 활동하는 김유빈입니다. 따로 더 소개하면 여성이나 평화,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싶은 유빈이고요."
유빈 씨는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선이 명확히 그어진 한 영역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5·18 관련 활동으로 시작해 여성, 청년, 평화, 환경, 지역 의제 등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렇기에 '활동가'가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한다.
비슷하게 유빈 씨는 나이 또한 밝히기를 조심스러워했다. 나이에는 위계가 있어 서로 알게 되는 순간 서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한국의 서열 문화의 시작이 나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이에서 비롯된 위계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막고 차별, 폭력, 억압 등의 그늘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특히 광주라는 지역이 폐쇄성이 짙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부터 나이를 아는 순간 연장자에는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연하에는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가 먼저 경계하기로 했다. 만나면 나이를 밝히는 게 어쩌면 '덕목'과도 같은 사회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다.
고향 또한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태어나 유년기 전남으로 이주해 온 그는 고향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려웠다. 태어난 지역이지만 소속감도, 기억도 거의 없는 부산을 고향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가를 매번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찾은 답이 '부산계 광주 사람'이다.
◆해외서 마주한 부끄러운 한국의 '자화상'
"사회에서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라는 생각은 기본으로 있었어요. 나 혼자만을 위해 살다 죽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활동가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으레 그렇듯 그도 처음부터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서는 걸 싫어하고 가만히 앉아 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활동가는 그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도전'이었다.
"나서서 얘기해야 하고, 끊임 없이 생각해야 하고 의견이 다를 때는 듣기도 하지만 설득도 해야 하죠. 행동해야 하는 직업이라 매번 저에게 도전이지만 그래서 재밌는 것 같아요."
한 때는 공무원이 적성에 맞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 공무원 시험 준비까지 했었다. 그러나 어느 계기에서 그의 진로에 변화가 크게 바뀌게 됐다. 바로 5·18기념재단에서 자원활동가로 첫 일을 하게 된 것.
5·18기념재단 근무 당시 자매결연을 맺은 태국의 한 NGO단체에 파견을 나갔던 때였다. 그곳에서 일하던 현지인 동료가 한국에서 발생했던 이주노동자 폭행·노동착취로 인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그의 생각을 물어 왔다. 그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너무 부끄러운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비단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 내에서 만연한 불평등, 폭력 등은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
"그 때 책상에 앉아서 될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마침 과도 인류학이다보니 교수님들 중에 시민사회에 활동하고 계신 분이 많았어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하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싶은 청년들이 없었어가지고…."
◆부끄러운 게 싫어서 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다 보면 공부해야 할 것도, 지칠만도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끊임 없이 드는 '부끄러움'이 유빈 씨를 쉼 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됐다. 예컨데 유빈 씨가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스스로 환경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연대의 의미로 환경단체 회원이 됐다.
"여러 의제를 하다 보면 산발적으로 공부하는 게 사실은 힘들어요. 하지만 알고 나서도 가만히 있는 게 더 어려워요. 이게 어떤 마음일까 최근에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은 부끄러운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알면서도 행동하고 나서지 못하는 모든 것에서 부끄러운 걸 느끼는 것 같아요. 모든걸 행동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는 있어야 겠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알고 난 이후 여건이나 기회가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고요."
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두고 '가치지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질문이 많은 사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게 싫은 사람이고, 모르는 것에 실망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느 경우라도 잘 모르면 제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게 돼요. 그래서 책을 엄청 많이 사요 사회과학책을 특히. 근데 잘 안 읽게 돼요." 유빈 씨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청년 유출에만 집중…지역 목소리 들어야
많은 활동 중에서도 특히 유빈 씨는 최근 '청년 삶 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가 광주 밖으로 유출되는 청년에게만 집중하면서 정작 오늘 지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하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에서 하게 됐다.
"지역에서 자꾸 청년 문제라고 하면 소멸, 유출과 같이 지역을 떠나는 청년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살려는 청년들이 많은데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청년 유출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이 분리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빈 씨가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장 가는 의제는 평화다. 어떤 활동을 하든 가장 기본적으로는 평화가 기본적으로 바탕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활동을 넘어 모든 시민들이 당연하게 하고 있는 생활이 영위가 되려면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도, 그도 평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평화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분단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기본 담론인데, 이를 노력해서 의제화해야 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분명 정전국가인데 약간 풀어진 느낌이랄까요. 경각심이 필요한 의제라고 생각해요."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보듯이 평화는 당연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전쟁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잼도시? "콘텐츠 없는 건 사실이지만…"
"맥락만 보면 청년들에게 재미 없는 도시라는 것 같아요. 근데 왜 청년에 무엇이 재밌는지 물어보지를 않죠?"
최근 광주를 지배하고 있는 '노잼(재미가 없다는 뜻)' 담론에 대해서 유빈 씨는 할 말이 많았다. 광주는 청년들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잼 담론이 청년층에 머물고, 이마저 정작 청년들의 요구가 아닌 외부에서 호명된다는 문제 의식이다. 결국 노잼 담론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과 분리된 채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노잼담론을 촉발시킨 '콘텐츠 부족'에 대해서는, 부족을 넘어 '없다'고 단언했다. 분명히 자원은 많지만 콘텐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빈 씨는 이 문제를 '이야기되는 방식'에서 나온다고 해석했다.
"광주를 이야기할 거리는 많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할 건 많은데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하지 않는 게 안타까워요. 어떻게 보면 이야기되는 방식이 올드하다고 볼 수 있는데, 마치 2020년대를 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이야기하는 방식은 해마다, 시대마다 바뀌는 데…. 어쩌면 이 도시의 방식일 수 있지만요."
유빈 씨는 결국 다양성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더 나은 광주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성을 볼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회가 있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야 해요. 이야기를 하고 받아들여지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도시. 결국 외롭지 않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약속의 땅' 광주에 선 개발자 "설렘을 드리겠습니다"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⑩]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는 전북 정읍의 아이에서 목포의 대학생으로, 현재는 광주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년과 청소년 시기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했다.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수년씩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왜 힘든 길을 가냐'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프로 무시러'는 최근 수년간의 결실이 빚어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유저로서 게임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렘'을 파는 게 꿈이라는 양 대표의 이야기를 최근 광주 북구 이그노스트㈜ 사무실에서 들어봤다.광주 북구 광주역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자사의 대표적 '유어 블라이트' 전시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타고난 개발자 성향…"끝을 봐야 완성""정읍에서 출생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북과 전남을 오가면서 했어요. 옛날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했고, 직접 개발하는 것도 즐겨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직업으로 삼고 싶어졌고 결국 광주에서 제 나름대로의 큰 도전을 하고 있어요."양 대표는 어릴 때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게임을 좋아하기만 하던 또래들과 달리 그는 스스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욕구가 강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혼자 인터넷 속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워갔고,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갔다."혼자 깨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기만족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실력이 좋진 않았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도 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하나만큼은 잘한 게 있다면 완성을 한다는 거예요. 완성을 안 하면 끝이 아니니깐."그런 개발자 성향은 군 복무 중에서도 이어졌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열렬하게 게임 제작에 몰두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24시간 게임 만드는 생각만 할 정도였다. 낮에는 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밤에는 게임을 만드는 반복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렇게 4년간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이 2013년작 '샤덴 프로이데'였다.인디게임인 탓에 대중적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안 할 정도로 게임 제작이 그의 인생의 전부였던 때였다.◆기회를 찾아 수도권 갔지만…으레 지방 청년들이 그렇듯 그 또한 취업 문제로 인해 서울로, 천안으로 향하게 됐다. 부모님은 정읍에, 대학교는 목포에서 나왔지만 그가 원하는 회사는 지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의 취업 경험은 오히려 그의 창업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다."어릴 때부터 자기 세상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존감이 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는 거리낌 없는데, 취업하니 집단에서 시키는 부분만 해야 했고 만족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질 않으니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할까요?"그순간 창업 결심을 굳힌 양 대표는 광주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가 태어나 나고 자란 지역의 중심도시이기도 했고, 창업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임 개발만 했던 그였던 탓에 창업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서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쏟다 보니 '괜히 했나'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특히 주변에서의 만류가 컸다. '아직도 게임을 만드느냐'는 일상적 반응은 그에게 '백색 소음'에 가까웠다. 오히려 게임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사실 누구에게나 큰 도전으로 비칠 거예요. 고등학생 때 만든 컴퓨터 동아리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오던 이름을 회사에 그대로 적용한 '이그노스트'가 우연찮게 주변의 만류를 무시한다(ignore)는 의미가 돼버렸네요. (웃음) 무시하고 거침없이 나가겠다는 의미인가. 하하하."지난 10월 19일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그노스트㈜ 제공◆광주게임오디션 연속 '우승'…지역 대표 게임개발사로하지만 '찐 개발자'가 광주에서 빛을 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년간 동료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인 '유어 블라이트'가 지난해 '제1회 광주게임오디션'(2021 Good Game Gwangju)에서 우승하면서다. 화려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광주의 '샛별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 출품한 '백야기담'이 대상을 차지해, 광주게임오디션 최초 우승과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에게 광주가 '약속의 땅'이 된 셈이다.특히 지난해 받은 상금 3천만원은 '유어 블라이트'가 세상에 빛을 보는 데 귀중한 씨앗이 됐다.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수상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10일 스팀에 출시됐다. 턴제 RPG 방식인 유어 블라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국내외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참가하는 '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2' 추천 기대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국내 게임 마니아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현재까지는 다행히 100% 긍정적이예요. 홍보가 안 되고,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하면 판매 실적도 좋고요. 게임하신 분들은 '이런 게임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씀 많이 하시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많이 내주세요. '오늘도 친구 하나 꼬셔서 팔았다'며 메시지 보내주시고요.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서 좋죠."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최근 출시한 인디게임 '유어 블라이트'(YOUR BLIGHT). 이그노스트 제공◆즐길 게임 부족…"만들어 보자" 결심"게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처음에는 참견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게임을 뜯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재밌는 게임을 하면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양 대표는 대중적인 게임보다 인디게임에 관심이 컸지만, 국내에는 이를 만족시켜줄 만한 게임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말처럼 그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그의 최종 목표는 '설렘을 주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 기대치를 웃도는 콘텐츠로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의 목표처럼 그가 출시한 게임마다 즐겨주는 유저들이 많다. 비교적 두터운 '팬층'이 생긴 셈이다."돈이 많으면 홍보라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러지 않다 보니 제 게임을 해오셨던 분들이 가장 큰 마케팅이에요. 꾸준히 지켜봐주신 분들이 게임을 해보고 장문의 리뷰를 남겨주세요. '당신의 예전 어느 게임부터 지켜봐왔다'는 그런 말들을 해주시면서 응원해주시고 개인적으로도 연락해주시고, 후원해주실 때 큰 힘이 됩니다."실제 '유어 블라이트' 출시를 위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시도했을 때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리워드가 딱히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게임 출시를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준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는 30만원, 50만원씩 후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지난달 17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 참가한 이그노스트㈜의 부스. 이그노스트㈜ 제공◆소프트웨어 창업에 완벽한 곳은 없다"무엇인가 완벽히 갖춰져야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비겁해요. 인프라 탓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소프트웨어 창업 인프라가 좋은 서울이나 판교 등에서 시작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그의 답이다. 소프트웨어 창업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상 개발하는 데 있어 광역시 단위에서는 어디든 충분한 여건이 된다는 것.다만 인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가 1인 개발자로 있을 때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창업하고 회사 규모를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다."약간 괴리감 같은 건데….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한데 (지역에서는)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포트폴리오를 넣어주세요. 이분을 가르칠 여력과 시간도 부족하지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내 사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우선 드는 거죠."그런 면에서 양 대표는 지역에 인재풀이 다양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기업들과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몇개월 단위로 성과를 요구하는 게 아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몇개월 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 그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창작 욕구를 가진 이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메리트'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또 그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기회 총량의 자체는 수도권이 크지만, 경쟁도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비교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방어적이고 재고…. 그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더라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하지 않나. 짧게 얘기하자면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고 뭐라도 이뤄내 보세요. 그러면 본인에게 엄청 가치가 있는 일일 거예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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