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인 "월동준비 늦어 동물들 추위 속 고통"
위탁단체 "이불 덮어둬 대비 안 한 것 아냐"
시 "방풍비닐 미설치 확인 후 설치토록 조치"
광주시가 위탁을 맡긴 동물보호소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동물학대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예고된다.
8일 광주 북부경찰서와 진정인 A씨에 따르면 지난 1일 광주시동물보호소(이하 동물보호소) 위탁운영 단체 대표를 상대로 동물학대 혐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진정서에는 지난달 영하권 날씨를 보이는 등 추위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동물보호소가 방풍비닐 설치 등 월동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동물들이 추위 속에 고통받게 했으며, 이는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위반되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보호법 제10조에는 누구든지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각 호는 동물의 습성 또는 사육환경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A씨는 동물보호소의 월동준비가 늦어져서 생긴 동물학대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보호소 월동준비는 늦어도 11월 중에는 마무리돼야 하고 올해처럼 이른 한파가 예고된 경우에는 더 서둘러 방한 작업을 끝냈어야 한다"며 "동물들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에 의해 면역력이 약화 되면서 어린 개체의 경우 폐사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실제로 최근에 동물보호소에서 저체온증으로 동물들이 폐사했다"고 했다.
이어 "위탁 운영 초기부터 여러 문제가 제기돼 이번 학대는 예고된 상황이었다"며 "상근소장을 비상근소장으로 계약 조건을 바꾼 점, 사양관리사 직원들에게 소장직을 돌아가면서 맡긴 점, 소장직을 맡은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면서 직원 관리가 안 돼 당연히 월동 준비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호 중인 개들의 영양 상태와 피하지방 정도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특정 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개들이 사망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저영양 상태에 있을 때는 영하가 아닌 낮은 온도에서도 쇼크로 죽을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국동물보호소협회 관계자도 "12월에 방풍비닐을 설치하는 것은 많이 늦었다. 대형견은 비교적 추위에 잘 견디겠지만, 소형견의 경우 영하 4도 밑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진정에 대해 동물보호소 측은 외부 견사에 설치된 비닐이 일부 훼손돼 이불로 덮어두는 등 임시조치했기 때문에 월동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바깥쪽에 방(견사) 2개가 있는데 방풍비닐이 찢어진 부분이 있었고 창문쪽에는 비닐이 쳐지지 않아 이불을 덮어뒀다가 비닐로 대체한 것이라 월동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니다"며 "지난달에 급하게 사용해야 될 부분이 생겨서 12월에 방풍비닐을 구매하게 됐고 그동안은 이불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관할 주체인 광주시는 지난달 30일 동물보호소를 방문, 방풍비닐을 설치토록 권고했으며 현 위탁단체와 이달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장에 나갔을 때 방풍비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당시 위탁단체가 11월 운영비를 모두 써서 12월 운영비로 설치하겠다고 말해 사비로라도 일단 설치하도록 권고, 지난 2일 설치된 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동절기가 오기 전에 방풍비닐 설치를 마쳤어야 했다. 현재 위탁단체가 여러 송사 문제로 운영·관리가 잘 안 되고 있었다"며 "연말로 계약을 종료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위탁업체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 북부경찰은 진정서가 접수된 만큼 향후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동물보호소에는 개와 고양이 등 550여마리의 동물이 보호받고 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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