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놓친 사람에 테이저건 제압···과잉? 정당?

입력 2022.07.06. 17:14 이정민 기자
시민 “저항 의지 없는 사람에게 과잉진압”
경찰 “소극 대처시 선의 피해자 발생 우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경찰이 흉기소지 외국인을 과잉진압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흉기를 들고 광주 도심 골목을 배회하던 외국인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을 두고 '과잉진압'이라며 한 시민단체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가운데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저항 의지를 상실한 상태에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였다는 것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소극적으로 대처했을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정당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6일 광주 광산경찰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단체)에 따르면 이 단체는 최근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외국인 A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다며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당시 경찰관들은 이주노동자의 흉기를 빼앗은 이후에도 그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하고 발길질을 하며 큰 고통을 줬다"며 "이런 경우는 공권력 과잉 행사이며, 국가 폭력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광산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오후 광산구 월곡동의 한 골목에서 부엌칼을 들고 돌아다니던 베트남 국적 20대 남성 A씨를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부엌칼을 놓쳐 비무장상태가 된 A씨에게 테이저건을 쏘고 발길질하는 현장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경찰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인근 친구집에 칼을 가져다 주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장소가 어린이집 앞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찰관들의 적극적인 제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공식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 경찰관들은 이 정도 진압 대응을 가지고 논란이 되면 현장 대응이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B 경위는 "A씨가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해도 출동한 경찰이 다섯 차례 이상 말과 행동으로 흉기를 버릴 것을 경고했지만 흉기를 내려놓지 않았다"며 "경찰이 3단봉 등을 이용해 흉기를 떨쳐냈지만 다시 주워서 저항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이저건을 사용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히 항거불능 상태를 만들어야 했고 광산경찰의 공식 입장처럼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당한 조치로 보인다"며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될 시에는 앞으로 모든 현장 상황에서 경찰들의 대처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올 2월부터는 적극적인 법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현장 경찰관은 긴박한 상황에서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고의·중과실이 없고 수행이 불가피했다면 정상을 참작해 형사책임을 감경 혹은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과잉진압 논란으로 경찰들 사이에서는 해당법이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당한 법집행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경찰의 과한 진압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정당한 진압 행위 등의 공권력 행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경찰의 다소 과한 진압 행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칼을 들었다고 해서 테이저건을 쏜 뒤 저항이 없는 사람에게 3단봉으로 내려치고 발로 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해당 외국인이 누군가를 위협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강경 진압이 필요하겠지만 위급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당사자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텐데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권위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경찰 조직에서 징계 등의 이유로 먼저 과잉진압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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