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제이후 지역여성노동 산증인
소녀들 담장안 감시와 혹사
280개 건물중 5곳만 남아
노동자들 땀과 눈물 오롯이
복합쇼핑몰 아파트 공사중

한때 근대기 동양 최대 방직공장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성노동자들을 감시하던 병영같은 기숙사와 망루도 없어지고, 몇 개의 낡은 시설만이 91년의 과거를 말할 뿐이다. 공장 둘레를 에워싼 담벼락을 대신한 철골 가림막은 요새처럼 더 높이 둘러쳐져 있다. 공장건물이 허물어진 널따란 부지 위에는 대규모 복합쇼핑몰과 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광주시 북구 임동 100-1번지, 옛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의 전신인 종연방적(일본명 가네보) 임동공장 자리다. 새 주소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경양로 9이다.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지도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착취 현장이다. 1935년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잘려나가고 지역민의 문전옥답에 세워진 종연방적 전남공장은 노동력 수탈과 조선 경제의 블랙홀이었다. 이 땅에는 91년의 여성 노동사가 묻혀있다.
공장을 감싸고 있는 3~4m 높이의 담장과 망루는 도둑을 막는 방호시설임에도 어린 소녀들에게 위협의 대상이었다. 정문은 육중한 철문으로 닫혀지고 성벽같은 담장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숫자보다 노래에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래에서는 무섭고 서러웠던 애잔함이 전해진다.
‘동지섣달 진진밤에 밤잠 못자고 이삼 사흘 긴긴해에 바람 못쐬고 오뉴월 더운날에 바람못쬐고 인정없고 사정없는 쓸쓸한 종방, 문방놈아 잡지마라 갈길바쁘다, 기차 소리 한번 나면 그만이로시.’
종연방적은 1935년 임동공장을 건립하고 총독부 비호아래 지역의 토지와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 쌀과 보리중심의 전통적 농업구조에서 면화와 양잠재배로 내몰았다. 민중들의 삶은 피폐됐고 전남광주는 먹는 식물재배에서 일제의 상품원료 보급지로 전락했다.
당시 종연방적은 기술력으로는 가장 최신식 장비를 갖췄음에도 실질적으로 공장을 움직인 이름은 어린 소녀들이었다. 법적 기준 14세(종방 규정 17세 미만)보다 낮은 소녀들이 입에 풀칠도 힘든 돈을 받고, 먼지가 풀풀 날리고 숨이 헉헉 막히는 작업장에서 하루 12시간씩 무명실을 뽑아냈다. 담장안에 갖힌 채 땀과 눈물로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감시와 폭력이었다.
일제 패망후 종연방적 적산처리는 지역민을 분노케 했다. 공장유치에 강제로 빼앗긴 삶의 터전이 외부인의 손에 넘어갔다. 지역과 무관한 이들이 광주사람의 땅과 종연방적의 재산을 불하받은 것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해방이후 다시 전방과 일신방직으로 갈라진 두 회사는 대한민국 수출 전진기지로 거듭난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기계앞에 다시 여성들이 섰다. 1960년~1980년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기계앞을 지킨 여성들의 땀과 눈물이 일궈낸 노동의 결실이었다. 종연방적의 크고 작은 280개의 건물들은 사라지고 오직 5곳만이 91년의 시간과 역사를 기억나게 할 뿐이다. 이 터위에는 복합쇼핑몰과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이 공간들은 2029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여성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일제 수탈의 만행은 불도저의 발톱 아래 묻히지는 않는다.
임동 100번지의 역사는 광주를 담아내는 한편의 조각이다. 대부분 건물이 땅속으로 파묻혔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공장으로 향했던 소녀들, 담장안 기숙사 생활, 해방이후 산업화의 여성들 그리고 개발과 함께 사라진 산업유산까지. 광복 81주년을 맞아 임동 100번지에 남겨진 시간을 따라간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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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수 잣대 부른 지방소멸, 전남광주교육특례가 답이다
뉴시스예산당국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국세 연동 교육재정교부금 폐지 방침은 안정적인 초중등교육재정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법적 강제규정으로 내국세 20.79%와 교육세 등이 자동적으로 교육재정으로 넘겨오던 방식을 폐지하고 대신 학생 수를 기준으로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을 내년부터 도입하려고 있기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예산 당국이나 교육부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세수 기반이 빈약한 지자체의 교육청 교육재정은 그 모순이 가장 먼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특히 40년만에 교육통합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수립해야할 전남광주특별시교육청은 재정 개편의 직격탄이 불가피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전남광주는 단일 교육재정으로 통합되지만, 한쪽은 학생이 집중되는 도시지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학생이 빠르게 사라지는 농산촌과 섬지역이 병존하고 있다. 똑같이 학생수가 감소하더라도 교육비용 구조는 전혀 다르다.전남은 인구 소멸이 심하고 섬, 농산어촌이 많고 학생수가 줄어도 인건비 노후시설 괸리비 등 지출이 큰 고정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경제논리에 입각한 교육재정의 손질은 결과적으로 가장 약한 부분인 지역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부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역 사회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결과적으로 마을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인구 이탈을 가속화 시킬 우려감이 높다는 점이다.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이 되레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주민들의 외부 유출을 초래하는 역설이 발생할수 있다. 단순한 학생수가 아닌 학교라는 인프라 유지와 지역공동체 생존을 재정 배분의 새로운 지표로 삼아야 하는 당위성과 맞닿아 있다.광주 역시 신도시 학생집중과 원도심 공동화, 학교시설, 과밀학급,교육격차,돌봄,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 등 전혀 다른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 물론 농산어촌, 섬지역 학생들 역시 디지털 교육 문해력, 인공지능 등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수반도 필수적이다.분명한 것은 전교생 30명 학교에 교사 5명이 필요한 것과 전교생 300명 학교에 교사 50명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학생수의 비율로 계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전남광주통합시교육청이 병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첫 번째 시험대이다. 광주전남교육청은 통합으로 행정은 하나가 됐는데 재정은 과연 통합의 시너지를 낼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직결된다.학생수가 줄어드는 시대, 교육재정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렇기에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경제논리를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개편은 지역에 치명적이다.교육계는 교육재정은 학생 한 명에게 얼마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살든 어떤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한다고 강조한다.전남광주는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선도적으로 수행한 만큼 통합프리미엄으로서 독자적인 예산권과 특별교육자치 재정권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통합교육청, 정치권, 학부모, 교육계는 소규모학교와 도서 산간지역 기본 교육법제화와재정자율권, 지역소멸 위험지역 별도 교육재정 보전, 미래대응기금 초중등교육 법적 보장 등을 담은 전남광주형 특별교육자치 모델을 중앙정부, 국회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김성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기획조정실 서기관은 “교육재정 축소는 교육청만의 위기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면서 “통합특별시 ·시민사회단체가 단일대오로 농산어촌 소멸지역에 맞는 배분 기준을 만들고 통합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교육재정 수요를 인정하는 전남광주형 교육재정 특례를 확보할수 있도록 힘을 모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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