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30주기 기념 ‘늦봄의 길’ 초연
노구 이끌며 조국 위해 헌신했던
70·80년도 격동의 시기 그린 무대

고 문익환(1918~1994) 목사의 서거 30주기를 기리는 뮤지컬이 시민들을 찾아온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7시 빛고을시민문화관 2층 대공연장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했던 고 문익환 목사를 기리는 뮤지컬 '늦봄의 길'을 무대에 올린다.

늦은 나이에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늦봄'이라는 호로 불리던 문 목사는 197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본연의 업무인 목사 겸 신학 교수로 활동했으나,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된 이후 60대의 노구를 이끌고 민주화와 통일 운동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6년 59세에 처음 구속된 이래 1994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생애 마지막 17년 중에서 5년 반을 밖에 있었고, 11년 반을 교도소에서 살았다. 함석헌·장준하와 함께 진보주의의 개신교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80년대 내내 재야 운동권 세력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 말 격렬하게 대립하던 학생운동권 그룹에서 모두 존경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번 공연은 문 목사 서거 30주기를 기념해 기획된 뮤지컬 형식의 작품으로, 그의 생애 중 1970~1980년대를 그렸다. 1970년대의 어느 봄 날, 젊은 청춘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풍경으로 시작되는 이번 공연의 1막은 배우들의 힘찬 함성과 함께 봄날의 청춘들이 싱그러운 싹을 틔우듯,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맞춰 신나는 안무가 더해져 무대의 활기를 돋운다. 또 꽃다운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꿈 그리고 우정과 우애를 담았다. 문 목사의 민주구국선언문 작성으로 투옥되는 2막부터는 문익환의 아내 박용길 장로를 필두로 투옥자들의 아내들인 공덕귀과 이희호, 페이문의 하모니가 연출된다.

실제 구속자 가족들은 옥바라지를 하며 기독교에서 고난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부채와 우산 등을 들고 시위를 하며 해외에 소식을 알리고 모임을 주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대의 탄압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국가의 현실에 통탄하는 인물인 한지영, 민주구국선언을 낭독하는 이우정 장로, 그리고 한겨레와 박성현, 전한별, 박예음, 고은미 배우 등 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1970~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대변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과 각색을 맡은 황자람 연출은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켜 극의 서사성을 더했고, 단순한 극 전개를 위한 대본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장면과 인물들을 통해 당대에 행해졌던 임시검문, 분신자살사건 등 시대의 초상들을 보다 몰입감 있게 다뤘다.

제작에는 문민지 프로듀서, 황자람 연출·각색, 구모균 작곡·작사·음악감독, 김현희 극작, 김은총 안무감독 등 주요 제작진과 ㈜예술기획파홀로의 백형기 대표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
공연 관람은 13세 이상 가능이며, 관람료는 S석 1만원, A석 5천원이다. 공연 예약은 티켓링크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광주문화재단 시민생활문화팀(062-670-7443)으로 하면 된다.
한편 뮤지컬 '늦봄의 길'은 (사)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사업으로 지난 2021년 11월 낭독콘서트 형식으로 대중에게 첫 선을 보였고, 2023년 11월 경기도 성남과 화성에서 갈라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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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예술과 5월 광주의 교차 지점 바라보다
강수지·이하영 작 ‘독버섯’광주의 5월은 ‘너무 견고해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은’ 사회를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목소리가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용기이다. 동시대 예술도 그렇다. ‘완전한 것들’로부터 틈을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하 G.MAP)은 이러한 예술의 저항정신, 참여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5월과 동시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명하며 오월정신이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보여준다.이번 전시 ‘완전한 것들의 틈’은 G.MAP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5·18민주화운동 특별전이다. 우리 지역 청년 작가팀부터 이란,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120년 서사시’라 볼 수 있는 첫 번째 섹션부터 역사성이 뚜렷한 두 번째 섹션, 동시대 시각이 더욱 드러나는 세 번째 섹션으로 구성됐다.그중 1층에 자리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민족해방운동사’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민중해방운동사’는 전국의 미술 집단, 대학 미술패가 모인 ‘민족민중미술운동 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1989년 3개월 동안 제작한 걸개그림으로 가로 77m의 초대형 작품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5·18민주화운동을 지나 1989년 통일운동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장면들을 담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전국 순회 전시를 가졌으나 한양대에서 경찰과 백골단에 압수 당한 뒤 소각돼 사라졌다. 이것을 G.MAP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복원시킨 것이다. 4개 벽면에서 77m의 초대형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에너지가 극대화된다. 당시의 민중 염원과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도 하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오는 7월 15일까지 갖는다.2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섹션 전시는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고국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 차별정책)를 러시아 소설로 은유하며 비판, 이같은 부조리함이 어디서든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된다. 또 양복을 입고 물물 속에서 걷는 인물을 통해 IMF시대 속 ‘숨 쉬기’ 조차 버겁고 무거운 걸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은유하는 이용백의 작품,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으나 한때는 권력을 상징했던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이 건물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문경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념 대립으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 당한 국군보도연맹이 일어난 광주·전남 지역의 숨겨진 학살지를 찾아나서는 권승찬의 작품, 기억되어야 할 4·3과 10·19, 5·18이 제거해야할 ‘독버섯’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이해관계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강수지·이하영의 작품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보다 우리 시대 이야기를 전하는 세 번째 섹션 전시는 전시공간 자체를 광장처럼 꾸미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했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 절제해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자 수화(手話)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장민승의 작품,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 쓰이는 구호를 외치는 연극배우들의 모습을 매우 느리게 만들어 이들이 짓는 찰나의 표정이나 포즈를 통해 한순간의 집회로 보았던 노동운동자들의 연대를 가만히 지켜보게 만드는 가브리엘라 골더의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G.MAP이 5·18민주화운동 특별기획전 ‘완전한 것들의 틈’을 기념해 ‘민족해방운동사’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작품으로 복원했다.대만의 원시 신앙부터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까지를 포착하며 상이한 존재들이 대립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있음을 전하는 처지엔취안의 작품, 40여 개의 서로 다른 국가의 말로 쓰인 ‘나’라는 글자가 결국엔 하나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문화,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사하르 호마미의 작품은 우리의 오늘날을 마주할 수 있다.또 우크라이나 작가 올리아 페도로바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미처 수확하지 못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을 통해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중간의 짧고 수상한 움직임은 평범했던 풍경이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암시한다. 거센 강풍에 맞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는 퍼포먼스를 담은 그의 또다른 작품은 이같은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맞서 하나의 주체로 끝까지 존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허경 G.MAP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G.MAP의 첫 5·18 특별기획전으로 오월정신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의 예술가 혹은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피며 오월정신을 예술적 관점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지난 7일 오픈해 오는 7월15일까지 펼쳐진다.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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