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예인들의 열정적 무대
나이 뛰어넘는 기량 선봬 '눈길'
초가을 선선함을 뜨거운 열정으로 따뜻하게 덥혀주는 음악계 차세대 주역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제26회 무등음악회가 지난 29일 오후 7시 북구문화센터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무등음악회는 무등예술제의 음악부문 최고상 수상자들이 실력을 발휘하는 무대다. 앞서 지난 8월 성료된 무등예술제는 21세기 문화·예술의 창의적 영역을 이끌어 나갈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청소년 문화·예술축제의 좋은 본보기로서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등예술제에서 빛나는 성적을 기록한 12명의 음악계 새싹들은 이날 무등음악회에서도 나이를 뛰어넘는 기량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올해는 특히 음악 분야뿐만 아니라 무용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문화·예술계의 장으로서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무대의 막을 올린 건 이날 공연자 중 막내인 유치원생 임하윤양이었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성악곡 '바다에 나가면'을 노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음 무대는 목포국제기독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윤효명양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슈만 소나타 3번을 연주했다. 슈만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곡이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빠르면서도 가벼운 손놀림으로 건반을 두드려 깊은 낭만적 시정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 고창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오미루양의 관현악 무대가 펼쳐졌다. 바이올린으로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선보인 그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에서 점점 고양되는 감정선을 화려한 주법으로 표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광주삼육초등학교 2학년 곽재이양은 전국 주요 동요콩쿠르에서 많이 불리는 '수수꽃다리'를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따뜻한 가사와 그의 투명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관객들을 꽃내음 풍기는 동심으로 초대하는 시간이었다.
목포영화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여준양은 피아노로 브람스 소나타 2번을 연주했다. 격정적인 강세부터 유연하고 부드러운 선율까지 악장의 분위기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전남예술고등학교 3학년 임재연양은 바이올린으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애절한 선율이 느껴지는 도입부부터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열정적인 피날레까지 이어져 그간의 노력의 결실을 꽃피우는 무대였다.
광주서림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심은지양은 발레로 쁘띠왈츠 무대를 꾸몄다. 가벼우면서도 톡톡 튀는 생기발랄한 몸짓이 눈에 띄었다.
월계초등학교 4학년 김나연양은 현대무용으로 '편지, to from'을 공연했다. 샹송에 맞춰 화려한 테크닉을 발랄하게 선보여 객석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새어 나왔다.
광주계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김류아양은 해적 중 '메도라'를 발레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턴과 점프 등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기교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첨단중학교 1학년 이은서양은 현대무용 '시선으로부터'를 선보였다. 강렬한 빨간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가볍고 빠르게 무대를 뛰어다니며 미래적인 안무로 넓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국악 부문 최고상 수상자인 방송통신고등학교 3학년 변영서양은 서용석류 대금산조를 대금으로 연주했다. 굵은 선과 강한 힘이 느껴지는 산조의 소리 강약을 빠르게 변화시킴으로써 힘차고 구수한 국악 무대를 선사했다.
이번 무대는 문정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은양의 한국무용 '진주, 논개의 비(碑)'로 막을 내렸다. 빠르고 강렬한 음악에 맞춰 절제되면서도 힘찬 몸놀림을 구사해 수려하게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종석 무등일보 대표이사는 "지난 8월 개최된 무등예술제에 참가했던 친구들의 무대이기에 더욱 자랑스럽고 의미있다"며 "한 해 동안 기량을 더욱 갈고닦아 2025년 제27회 무등예술제에서 다시 뵙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광주정신 확장하는 기지국됐기를" 첫번째 광주파빌리온을 기획한 안미희 감독. "광주정신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광주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무등' 밖엔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보다 더 적절한 키워드는 없다고 봤죠."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의 첫 감독으로 전시를 선보인 안미희 감독은 지난달 26일 이번 광주관의 주제로 '무등'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일 막을 내린 이번 광주관은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 아래 펼쳐졌다. 광주의 근간을 무등으로 보고 무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을 넘어 펼쳐냈다. 무등산에서 온 무등을 안 감독은 평등이라 해석했다.그는 "무등이란 말이 말 그대로 '등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등급을 논할 수 없는 차원'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 무등이라고 봤다"며 "사실 광주정신은 현 시대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인데 이것을 광주에만 한정해 바라보다 보니 확산이 어려웠던 것으로 봤다. 이러한 광주정신이 좀 더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랬고 이를 전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안 감독은 광주정신의 확산, 미래지향성을 위해 전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신경 썼다.광주정신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무등'이란 키워드를 통해 은유함과 동시에 미래 세대인 오월 바깥 세대의 의식과 시각을 담아냈다.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 뿐만 아니라 기획자 등과 함께 하며 전시를 풀어나갔다.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이 자체만으로도 광주파빌리온의 레거시가 될 것으로 기대케 한다.또 안 감독은 다양한 영역의 지역 인물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무등'에 접근했다. '무등'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실증적 접근으로부터 출발해 이것이 광주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초조사를 연구 콜렉티브인 무등스꼴라와 함께 했으며,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무등'에 대한 해석 가능성과 광주 5월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집담회 '월간 무등'을 운영하기도 했다.지난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 전경.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첫 광주파빌리온이었다.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인과의 협업도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홍보 등에 집중된, 관습적으로 행해져 온 언론과의 협업 양태를 떠나 언론 환경에서 가능한 '무등'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안 감독은 "현대미술은 동시대를 보여주는 것인데 미디어야말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같은 방식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전시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사실 나에게도 생소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처음 기획을 할 때부터 미디어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이렇게 탄생한 작품 '당신의 무등'은 '무등'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시민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상징적인 단어로만 치부됐던 '무등'이란 키워드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스며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는 전시장의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었지만 무등일보 지면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민과 교감, 무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퍼뜨렸다. 광주 시민이 우리 주변에 광주 정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 광주 정신이 '어려운 것'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게 했다.그는 이번 광주파빌리온이 광주정신이 퍼져나가는 하나의 '기지국'이 됐기를 바랐다.안 감독은 "광주 정신이 다양한 주파수로 확산되기를 원했고 그래서 다양한 세대, 주체와의 협업을 가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 일상 속에 있는 것이고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이러한 것이 광주의 정체성임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와 동시에 이처럼 중요한 광주 정신이 전세계로 확산이 되어야하고 이것이야말로 동시대적인 실천이라고 말한 자리였다. 많은 시민과 광주파빌리온 관람객이 이처럼 느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안미희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 동안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전시팀장,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며 광주의 미술현장을 누볐다. 이후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사업부장을 거쳐 경기도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번 광주파빌리온 기획은 공모를 통해 선정, 감독으로 참여하게 되며 이뤄졌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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